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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3714428 / 329쪽 175 x 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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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오래된 집과 노인의 삶이 가르쳐주는 것 하루 두 번 뒷산의 산소를 오르는 일 이외에 권 옹이 빠뜨리지 않는 일과가 있다. 하루 한 번은 꼭 집안을 둘러본다. 권 옹이 사용하는 공간은 사랑채 한 칸과? 부엌이다. 살림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집 안 곳곳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먼지 사이로 먼저 간 아내의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고 그 먼지 사이로 아버지의 표정이 남아 있다. 쌓여 있는 먼지는 권 옹에게는 기억의 퇴적층이다. 허물어진 곳이 보이면 당연히 사람을 부른다.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서 집이다. ... 오래된 집과 노인의 삶이 가르쳐주는 것 하루 두 번 뒷산의 산소를 오르는 일 이외에 권 옹이 빠뜨리지 않는 일과가 있다. 하루 한 번은 꼭 집안을 둘러본다. 권 옹이 사용하는 공간은 사랑채 한 칸과 부엌이다. 살림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집 안 곳곳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먼지 사이로 먼저 간 아내의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고 그 먼지 사이로 아버지의 표정이 남아 있다. 쌓여 있는 먼지는 권 옹에게는 기억의 퇴적층이다. 허물어진 곳이 보이면 당연히 사람을 부른다.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서 집이다. 그는 그렇게 믿고 있다. 집은 사람을 품고 사람은 집을 보살핀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그리해온 일이다. 권 옹에게 집 건사는 곧 삶이다. - 본문 중에서 낡은 것, 오래된 것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사진과 짧은 글로 포착한, 사라져가는 것의 아름다움 지은이 권산은 6년 전 전라남도 구례로 귀촌한 디자이너다. 지리산닷컴(jirisan)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그곳 풍경과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짧은 글과 함께 매일 아침 도시 사람들에게 전한다. 어느 날 “낡은 것을 추종하지는 않지만 선호하는” 한 방송사 피디로부터 다큐멘터리를 위해 고택을 촬영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경상북도 봉화로 여행을 떠난다. 첫 번째 여행에서는 대규모 공사를 앞둔, 300년 된 집과 그 집에 살고 있는 83세 권헌조 옹의 일상을 촬영한다. 성묘를 하고 집을 둘러보고 글을 쓰거나 누워 있는 노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공사에 들어간 집과, 병원에 머물고 계신 노인을 찍는다. 봉화 장(場) 풍경과 아버지 대신 집을 지키고 있는 아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는다. 권헌조 옹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 문상을 간 것이 세 번째 여행이다. 노인의 죽음으로 어떤 가치 하나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한탄하는 지은이에게 장례를 도우러 온 일꾼은 “못난 나무가 마을을 지킨다.”는 말을 들려준다. 네 번째 여행은 권헌조 옹의 뒤를 이어 송석헌에 머물기로 했던 아들 권동재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고 난 후 이루어진다. 마지막 여행에서 만난 집은 공사를 모두 마치고 ‘이제 살림을 시작하면 된다’는 단아한 시그널을 보내는 듯하다. 네 번의 여행을 사진과 글로 담아낸 이 책은, ‘착하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낡음이 어떻게 새로움보다 진보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성찰하게 해준다. 전형적이지만 특이한, 노인 권헌조의 삶 그를 보편적인 아버지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1990년대까지 명절이면 몇 차례 ‘전통적’인 아버지, 아들의 전범으로 TV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런 아버지나 아들의 모습이 특이하고 기이하게 여겨졌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그는 양친이 살아계실 때는 아침과 저녁, 들어갈 때와 나갈 때 항상 예를 갖춰 인사를 올리고, 노환을 앓으시는 양친의 변을 맛보고 건강 상태를 짐작해 매일 직접 약을 지어 올렸다. 또 답답함을 덜어드리기 위해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히 들려드리곤 했다. 아내 역시 오랜 기간 병으로 누워 있었기에 그는 누군가를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일을 평생에 걸쳐 가장 주된 일과로 삼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까지 세상을 뜬 후에는 300년 된 집을 돌보았다.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 홀로 돌보기에는 벅찰 정도 규모의 집이지만 팔십년 동안 ‘매일매일’이라는 습관의 힘이 그를 도왔다. 그렇게 해서 권헌조라는 존재는 그 집 방과 마루, 마당 구석구석에, 뒷산 양친의 묘소에, 뒷산으로 오르는 언덕길의 풀과 나무에 또렷이 자국을 남겼다. 누군가를 돌보고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다듬고 남는 시간에는 글을 읽고 예와 도리에 대해 공부하고 또 가르쳤다. 4살부터 시작한 공부지만 83세까지도 글을 읽고 그 뜻을 곰곰이 새겨보는 일은, 밭을 갈고 장작을 패고 밥을 짓는 일들과 함께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유교적 삶의 표본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는 한학과 유학으로 대단한 지위를 얻지 못했다. “한학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강단에 섰고, 한학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살림을 꾸렸다.” 그에게 유학은 “스스로 지키고 실천하기 위한 공부”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옷이 다른 사람들의 옷보다 낡고 오래된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다른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가 조부에게, 선친에게, 모친에게, 또 글을 통해 배운 바를 통해 그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했고, 그 생각대로 살았다. 하지만 그 삶을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지은이 말대로 권헌조 옹은 특이한 노인이다. “무겁지도 심각하지도 않은 유학자. 포장이나 가식이 없는. 자신의 삶이 스스로 당연한 자연인.” “주장하지 않는 노인. 말의 양이 아닌 질로 좌중을 집중시킬 수 있는.” 안동 권씨 가문의 종손이자 8대째 살고 있는 고택 송석헌의 관리자. 효자. 온화한 아버지이자 남편. 재주가 많은 사람. 학문이 깊은 유학자.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사람. 故 권헌조 노인을 설명하기 위한 말들이지만 어느 것도 권 옹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다. 일견 생소해 보이는 여러 요소들의 합. 그것들이 이 권헌조라는 노인의 삶 속에서 하나로 온전히 통합되어 ‘아버지의 삶’을 이룬다. 그리고 이 사진집은 그 삶의 기록이다. 살림을 그리워하는 도도한 한옥, 송석헌 1700년대에 지어진 고택 송석헌은 그 자리에서 8대째 이어지는 ‘권 씨 집안’의 삶을 지켜봐왔다. 1991년에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5호로 지정되고 2007년에 국가 지정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이 한옥은 “영남 지방 사대부 저택의 면모를 고루 갖추고 있는 가옥”이다. 이 고택이 2010년 정부 지원으로 전면 보수에 들어가게 되어, 마지막으로 원형을 기록하기 위한 다큐멘터리가 기획된다. 그리고 지은이는 그 다큐멘터리에 들어갈 스틸사진을 찍기 위해 전라남도 구례에서 경상북도 봉화로, 짧고도 긴 여행을 시작한다. 집이 지어질 당시 주인이 벼슬을 하고 있지 않아 주고를 낮게 지었지만, 경사면에 지어져 앞쪽 기단을 높인 탓에 집은 낯설 정도로 높아 보인다. “전성기의 높이는 힘 있어 보이지만, 쇠락기의 높이는 불안정해 보인다. 그 불안정성은 관찰자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 송석헌에서 나는 불안했다. 그 불안, 그 불안정이 송석헌이라는 낡은 집을 촬영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집으로 서서히 진입하며 지은이의 카메라는 이 한옥이 곳곳에 숨겨놓은 ‘사이’들의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그리고 집안 곳곳에 먼지처럼 내려앉은, 이곳에 머물다 떠난 이들의 기억들도 포착한다. 노인큼이나 집도 그들을 그리워한다. 노인의 습관이 집을 지탱하고 있는지, 집이 노인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지 알 수 없다. 노인과 집은 하나였다. 노인의 뒤를 이어 누군가 이 집을 계속 ‘살림’해줄 수 있을까. 집이 ‘사람’을, ‘사랑’을 필요로 한다고 느낀다.
산으로 이어진
좁은 길의 포스가 심상치 않다.
정갈하다, 단아하다,
뭐 이런 단어가 적절해 보였다.
올라가봐야지.
(32~33쪽)
갓을 쓴 노인이 마당을 가로지른다.
느껴지는 속도는 느린데 실제 이동은 빠르다.
그것은 느리지만 반복된 행동이 보여주는 ‘익숙함’이란 속도일 것이다.
(45쪽)
지팡이를 꽉 쥔 손을 찍고 싶어서 단 일 초의 멈춤이 간절했지만 역시 요청할 수 없었다.
매일 아침, 그리고 매일 저녁 이 산을 오르는 노인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지팡이를 쥔
저 손을 찍어야 한다고 머리는 판단했지만 나의 호흡은 너무 거칠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나는 기회를 놓쳤다.
(55쪽)
집과 사람의 공존을 생각했다.
문제는 머물 사람이었다.
생각이 주제를 벗어났다.
사랑. 이 집이 필요로 하는 것은
풋풋한 사랑이었다.
(95쪽)
다층구조는 수많은 사이를 만들었다.
그 사이사이에는 많은 생각이 있었다.
건축가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그 사이사이를 즐겼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만 알고 있는 사이를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99쪽)
당연히 200자 원고지 위의 정갈한 붓글씨는
처음 보았다.
그것은 정갈한 충격이었다.
부인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나의 글과 노인의 글은 다른 세상이었다.
(116쪽)
나는 점점 조심성이 없어졌다.
정확하게는 보다 대담해졌다.
문턱을 넘어섰고 이것이 나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란 것을 잘 알기에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필사적’으로 찍었다.
노인의 동작 하나하나를 잡아내기 위해
악귀처럼 달려들었다.
(122쪽)
노인의 모든 것은 붙박이였다.
(143쪽)
남는 것은 추억이다.
하나의 집은,
시작되고 지어지고 마무리되고
쓰여지고 사랑받고 지속되고 사라지며
마침내 추억을 남긴다.
(161쪽)
권헌조 옹이 병원에 계신 동안
권헌조 옹의 발걸음마다 풀이 올라왔다.
그 흔적은 명확했고 파릇했다.
계시건 계시지 않건 권헌조 옹의 흔적은
또렸했다.
(200쪽)
낡은 PD는 그의 죽음이,
팔순이 넘은 노인의 죽음이 아깝다고 했다.
그의 가치는 무엇인가?
(266쪽)
모두 산을 내려갔다.
혼자 남았다.
비로소 어르신과 독대한다.
큰절을 올렸다.
마을을 지키는 또 다른
못난 나무들이 만든 봉분은
완벽한 곡선이었다.
(310쪽)






목차
프롤로그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첫 번째 방문 노인과 집은 하나였다
오래된 집, 오래된 습관과의 만남
두 번째 방문 아름다운 뼈
집수리와 몸 수리
세 번째 방문 못난 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권헌조 옹 가시는 길에
에필로그 낡음과 새로움
권헌조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