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7일 오늘의 책
정희재 | 갤리온 | 2020.02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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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소개 “왜 당신은 늘 괜찮다고 말하나요?” 외롭던 내가 가장 듣고 싶었기에, 외로운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31가지 이야기 하루하루 애쓰며 살아가지만, 아무도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슬펐던 그때.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해 보지만 한없이 외롭던 그 순간에…… 우리를 버티게 해 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건네는 다정한...
| Editor - 송보배
몇 년 전 일이었다. 유리컵을 밟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발가락과 발바닥에 유리가 깊숙하게 박혔다. 태어나 본 것 중 가장 많은 피가 발에서 흘러 방바닥에 금세 흥건하게 고였다. 119를 부르고 근처 대학병원에서 수술실이 잡히지 않아 병원을 옮기고 하는 내내 나는 참 침착했다. 심지어 CT를 찍기 위해 기다리다 쇼크로 기절하는 때에도 간호사에게 “너무 피를 많이 흘려서 쓰러질 것 같아요.”라며 담담하게 상태를 설명하고 있었다. 정작 침착하지 못했던 건 응급실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연락을 받고 온 친구들을 보자 목이 메어 울먹이느라 한 마디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그렇게 많은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동안 내가 냉정했던 건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라, 홀로 상황을 수습해야 했기 때문이었다는 걸.
사는 게 내내 이와 다르지 않았다. 홀로 헤치고 홀로 감당해야 하는 까닭에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견뎌야 했다. 그러다 누군가 혹은 어느 문장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순간, 참 서러웠음을 그때 안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11쪽)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의 이 문장은 내가 모르는 오랜 시간을 살아오다 세월에 풍화된 눈으로 가만 마음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참 애썼다는 말에 왜 그리 울컥했을까. 그 문장이 살아내느라 지치고, 슬프고, 고단한 과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다독였기 때문이었을까. 누구나 살아가느라 고군분투하고, 살아내느라 지치고, 그것이 누구나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가다가, 애썼다는 한마디에 참 고단한 과정이었음을 돌이켜 깨닫고 위로 받는다.
살수록 사람은 참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단단한 줄 알았던 건 겉모습일 뿐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에 겨우 살아갈 뿐이다.
이제는 안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니 어리석은 사람이니 굳이 나누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괴로운 사람, 괴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임을. (60쪽)
사람에 관한 관용. 사는 것의 어려움을 알아갈수록 사람에 관하여 너그러워진다 말하고 싶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그렇지 못하다. 쉽게 분노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날이 선 말들을 꺼내 놓았을 것인가.
이 책을 보면 내 뾰족한 마음을 가지런히 다져 다정하게 한 마디 건네고 싶어진다.
“당신, 참 애썼다.”
10rim@bn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