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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2016년 5월 17일 오늘의 책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 문학과지성사 | 2015.03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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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사회의 경계는 이 나날의 인정투쟁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그어진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사람과 장소를 근원적으로 연관된 개념으로 본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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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거리


『사람, 장소, 환대』를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러 페이지에 밑줄을 그었다. 누군가 내게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꼽았다. 독서하는 즐거움을 듬뿍 느끼게 해주는 책을 만나는 건 자주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기에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여기에 남긴다.

가끔 본문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책과 사랑에 빠질 때가 있다. 『사람, 장소, 환대』의 차례 페이지를 읽는 순간,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책의 전반에 의례, 우정, 환대, 신성함 등 평소 관심 있던 개념들이 등장한다는 것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키워드를 각 장마다 깔끔하게 드러낸 차례에 감탄했다.

1장 사람의 개념 (태아/노예/군인/사형수)
2장 성원권과 인정투쟁 (주인과 노예/외국인의 문제/오염의 메타포)
3장 사람의 연기/수행 (가면과 얼굴/명예와 존엄)
4장 모욕의 의미 (인격에 대한 의례/배제와 낙인/신분과 모욕/사회의 발견/"사람이 되어라"/굴욕에 대하여)
5장 우정의 조건 (순수한 우정과 순수한 선물/가부장제를 보완하는 국가/증여와 환대/공동체에 대한 두 개의 상상)
6장 절대적 환대 (신원을 묻지 않는 환대/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환대/복수하지 않는 환대)
7장 신성한 것 (죽은 자의 자리/서바이벌 로터리)


책을 읽을 즈음,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극장과 식당, 카페, 축구 경기장에 있던 시민들에게 총을 쏘고, 자살 폭탄 테러를 벌였다. 현실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책에서는 절대적 환대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현실과 이상 사이의 거리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현실에서는 솅겐조약이 일시 정지되고 국경의 통제가 강화됐지만, 책에서는 국경을 넘어온 이주자들을 조건 없이 환대한다는 이상을 말한다. 상대방의 '적대'에 대해서도 환대를 지속하는 일은 적어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환대” 하면 떠오르는 자크 데리다도 절대적 환대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솅겐조약 : 1985년 6월 14일 룩셈부르크 솅겐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독일ㆍ프랑스ㆍ베네룩스 3국 등 5개국이 국경을 개방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로 맺은 국제조약

저자는 데리다를 향해 환대를 그렇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환대는 반드시 이방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경선과 관련된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환대’의 외연이 다소 넓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에 따라 환대를 "어떤 경우에도 그의 사람 자격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사회를 이루는 기본 작동 원리가 될 수 있다. 오늘날의 사회를 절대적 환대에 기초한 사회라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그에 기초한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다. 비유하자면 ‘현대 사회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지만 민주주의를 통해 현대 정치가 성립된다’는 명제를 들 수 있다.


환대라는 것은 공적인 영역만큼이나 사적인 영역에서도 그 불가능성에 맞닥뜨리기 쉽다. 개인과 개인이 순수한 환대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기 어렵게 하는 장애물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순수한 관계 혹은 순수한 우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많은 환경적 요인에 휘둘리며 불안해 하는지, 그렇게 해서 지켜낸 우정은 또 얼마나 물질적이고 계급적인 산물인지 살면서 체득한다. 모든 것을 함께 하며 변치 않을 줄 알았던 친구들의 존재는 대학 입시라는 벽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아니 사실은 그 이전부터 끝없는 시험을 거친다. ‘대학-취업-결혼’이라는 사회가 정해놓은 통과의례를 한 단계씩 거칠 때마다 인간은 상대에게 상처나 굴욕감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 상대의 가치를 계산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람답게 대하기 위해서 사실은 세심하게 계산해야 하는 것들이 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순수한 우정은 출신 대학이 ‘서울이냐, 지방이냐’ 혹은 ‘4년제냐, 2년제냐’ 라는 기준선을 넘어,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를 서로로 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이라는 겉치레가 어느 한쪽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한 인격적으로 서로를 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가 갖춘 무엇 때문에 친구로 받아들여졌는가? 아니면 친구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비로소 무엇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 장소, 환대』를 읽는 동안 서로를 향해 순수한 환대를 실천하는 방법이라든지,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기술 따위를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맨맨'님은?

이십 대의 불안한 시절을 지나가며 조금씩 자라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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