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7일 오늘의 책
황현산 | 삼인 | 2015.1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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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에는 한 편 한 편마다 무언가 극단적인 것이 있다.” 이 시대의 낭만가객, 평론가 황현산이 겨울을 여는 시화詩話집을 선보였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 한국일보에서 2014년 초부터 연재했던 27편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다. 가히 ‘시 마을에서 세상 보기’라 할 만하다. 우물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이 필경 좁고 편협하다면 그가 시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넓고 여유로우며 다양하되 처연하다. 시가 꿈꾸는, 응당 꿈꾸어야 하는 세상에 대...
이 책은 문학비평가이자 번역가 황현산의 글로,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일보'에 실린 詩話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가 받은 시의 느낌은 감성보다 현실에 더 닿아있다. 그가 끌어내고 있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아픈 우리들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때로는 눈물이 핑 돌고 가슴도 먹먹해진다.
황현산은 작가가 가져야 할 투철한 사명의식에 대해 생각한다. 작가는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감싸고 이끌어야 한다. 그저 시에 관한 가벼운 감상인 줄 알고 책을 펼쳤던 내게 이 책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는 예리하고 눈부시고 힘차다.
책에는 이육사의 「광야」, 한용운, 서정주, 백석, 보들레르, 최승자 등 많은 시인의 작품이 담겨있다. 시뿐만 아닌, 《베티블루》, 《동사서독》 등 영화도 말하고, 동요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작가의 걱정대로 조금 산만해 보일 수도 있는 책이다. 이야기도 일관성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때그때의 사회 문제가 글을 쓰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특히나 이 산문을 연재할 때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전란을 만난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에 휩쓸린 것도 아니다. 싸워야 할 적도, 원망해야 할 존재도 오직 우리 안에 있다. 적은 호두 껍데기보다 더 단단해진 우리의 마음속에 있으며, 제 비겁함에 낯을 붉히고도 돌아서서 웃는 우리의 나쁜 기억력 속에 있다. 칼보다 말이 더 힘센 것은 적이 내부에 있을 때 아닌가. 죽은 혼의 가슴에 스밀 말을, 짧으나마 석삼년이라도 견딜 말을 어디서 길어 올리고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102쪽)
황현산은 작가에 대해 철저히 생각한다. 냉정하고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어 보인다. 너무나 철저한 그의 생각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채찍이 아닐까.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변호사가 된다는 것과 의사가 된다는 것과 다르다. 공부를 많이 해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글을 잘 써야 하지만 글을 잘 쓴다고 해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문학과 인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하지만 지식의 풍부함이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훈련된 것일 수도 있는 어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고 그 능력이 발휘될 계기가 필요하다. 하기 쉬운 말로 흔히 미학적 재능이라고 부르는 이 능력은 둔중한 것에서 날카로운 것을 발견하고 단단한 것에서 무른 것을 발견하며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의 질서를 바꾸는 힘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시 속을 걷지 않는다. 시를 쓰게 된 배경, 시와 현재가 맞물려 이야기가 쓰인다. 제목은 '시 이야기'지만, 시는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꼬투리 역할을 한다. 『우물에서 하늘보기』는 황현산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의 힘을 빌려서 풀어놓은 책이다. 산문이었음에도, 그다지 쉽지 않아 곱씹어야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내겐 조금 버거운 책이었다. 아직 내가 이 책을 읽을 만큼 준비가 덜 되었구나, 생각했다.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우리들은 "산다는 게 이런 거지." 같은 말을 가장 지혜로운 말로 여기며 살았다. 죄악을 다른 죄악으로 덮으며 산 셈이다. 쉼 쉴 때마다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우리를 연결해주지 않으며, 힐링이 우리의 골병까지 치료해줄 수 없으며, 품팔이 인문학도 막장드라마도 우리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에 실천일 때만 실천이다. 진정한 삶이 이곳에 없다는 말은 이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삶을 지금 이 모양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말이다. (98쪽)
책을 덮고 생각해 본다. 이 책의 제목은 무얼 의미할까. 작가들이 가야 했던 험난한 길,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펜을 들어야 했던 그 길이, 현재 우물 속에 있는 나에게 하늘을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황현산도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지쳐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우물에서 하늘보기'를 쓰지 않았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아라'님은?
아픈 마음을 책으로 치유 받고, 이젠 책 없이 못 사는 중년의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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