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7일 오늘의 책
피터싱어외 | 산책자 | 2008.04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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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위로 생산에서 소비까지, 현대 식생활에 대한 논쟁적 논픽션 철학자와 농부, 먹을거리의 무서운 현실과 불편한 실천을 탐구하다 우리는 수시로 식료품 가게와 식당에 들른다. 그곳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 우유, 달걀, 가공식품 등을 사거나, 푸짐하고 익숙한 맛을 내는 음식을 사 먹는다.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자신 앞에 놓여 있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식료품 가...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먹이를 물색하는 육식동물처럼 서점 안을 서성인다. 발길 닿는 대로 서가를 훑어보며 눈으로 뷔페를 즐긴다. 어느덧 철학 분야 윤리학 코너의 책등을 읽어 가다가 피어 싱어와 짐 메이슨의 <죽음의 밥상>이 윤리학 책이라는 사실이 생각난다. 원제가 ‘The Ethics of What We Eat’이다. 윤리학의 주체는 항상 인간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도대체 먹는 것까지 윤리를 따져야 한다는 말인가? 자연의 약육강식이라는 기본적인 법칙으로 보아도 인간은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피터 싱어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옮긴이 함규진도 후기에서 책을 끝까지 번역한 뒤에도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고기를 먹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젓가락이 채식 쪽으로 기울었다. 앞으로도 베건이 될 자신은 없다. 그러나 완전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어도 양심적인 잡식주의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먹을 게 없단 말인가? 책은 나에게 희망과 즐거움보다는 고민과 실천을 요구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인 현대의 식단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양심적인 잡식주의자와 완전 채식주의자들을 살펴본다. 또한 한 가정에서 먹는 일반적인 식탁의 풍경에서 출발하여 장을 보는 과정을 취재하고, 그것들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역추적한다. 나아가 소와 돼지, 닭이 키워진 농장의 현실을 파헤친다. 앨빈 토플러가 그랬던 것처럼 철저히 발로 쓴 책 <죽음의 밥상>은 올해 읽은, ‘내가 뽑는 추천 도서’에 오를 것이 틀림없다.
이론에 치우치거나 일방적인 주장의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 농장의 잡부가 되어 바닥을 기고 ‘쓰레기통 다이버’들의 생활을 알기 위해 직접 쓰레기통 속에 뛰어든다. 그와 같이 하는 철학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 점을 생각해 본다면 피터 싱어가 쓴 책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론과 실천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가나 책을 만나게 되면 경외감을 느낀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가축들이 공장식 농장에서 길러져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알게 되면 육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A4 한 장 크기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내야 하는 닭에 대해, 전기충격기에 의해 기절도 하지 않은 채 목이 잘려 뛰어다니는 소에 대해, 꼼짝 못하게 갇혀 스트레스를 받는 돼지에 대해 나는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을까?
피터 싱어가 내세우는 동물에 대한 동정同情은 사실 인간에 대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각종 종교와 근대 시민 혁명을 통해 이루어낸 ‘인종차별 극복’과 ‘남녀평등’은 자연스럽게 인간과 동물의 ‘차별’ 문제로 이어진다. 그간 끊임없이 반박의 논리와 반대 이론들이 제기되었지만 인간의 종種차별주의에 저항하는 철학자 피터 싱어의 이야기는 한 마디 한마디가 살을 파고들며 뼈에 사무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제 유기농은 낯설지 않다. 공정무역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에게도 ‘로컬푸드’란 화석 연료 사용, 지역경제 활성화, 농민의 삶과 연계된 중요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보통 미국인의 한 끼 식사는 그 거주 지역에서만 식재료를 구해 만든 식사에 비해 석유 사용량이 17배나 높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7배나 높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7배가 된다는 것이었다." - P. 205
요즘 주말마다 어머니의 조그마한 텃밭에서 고추와 가지를 따고 고구마도 캔다. 신기하게도 아파트 단지 사이지만 틈이 있고 땅이 있으며, 하늘을 지붕 삼아 야채들이 잘도 자란다. 늘 그렇지만 문제는 실천과 행동이다. 이 책 한 권으로 피터 싱어의 생각과 방법을 모두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알게 된 것들을 다 실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부터, 먹거리에 대한 윤리학이 철학적 문제를 동반한다는 것, 오로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산업이 되어버린 우리 식탁에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으며 무엇을 먹을 것인가?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긴 여행을 하듯 책을 읽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 이어 멜라민 파동으로 뒤숭숭한 요즘, 이 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바이어던>의 가르침이나 <아나키즘 이야기>의 주장이나 <코뮌주의 선언>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실천적인 책 한 권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가 있는 법이다. ‘죽음의 밥상’이 아닌 ‘건강한 밥상’은 국가가 차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차려 먹어야 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인식의힘'님은?
책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항상 창 밖에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장 먼 여행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슴에서 발까지 함께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간서치이다. 2007년 ‘네이버후드 어워드’ 책리뷰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