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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속으로

2020년 1월 17일 오늘의 책

경찰관속으로

원도 | 이후진프레스 | 2019.09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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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건의 현장, 지나칠 수 없는 목소리 작가는 경찰로 일하면서 수많은 사건을 겪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피해자이기도 했고 가해자이기도 했다. '살려주세요.'라며 허위신고를 한 철없는 사람, 여자 친구를 집에서 추행하려는 파렴치한, 가정폭력으로 보호 받지 못한 아이들과 이름 없이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 그리고 동료 경찰, 작가는 그 모두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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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내가 알지 못 하는 일을 참 쉽게 말했다. “그럼, 그렇지.”라며 비꼰 적도 있었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원망 섞인 말을 한 적도 있다. 기사로 접한 모습,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 영상에 비춘 모습만으로 쉽게 판단했고 가볍게 말했다. 어느 경찰관이 나에게 보낸 편지, 『경찰관속으로』를 읽고서 알았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참 쉽게 말했다는 걸.

 

임희정 작가님의 북토크에서 이 책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책을 구입하고 난 뒤에도 이어지는 이 기분. 이렇게 여운이 많이 남을 줄 몰랐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덕분에 확신했다. 나는 지금 정말 좋은 책을 읽고 있다는 걸. 경찰관으로 살아낸 힘겨운 시간에 대한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이 기록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참 슬펐다. 옛 기억의 저편에서 끌어올린 이야기가 아니라서. 지금도 누군가의 절망과 좌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경찰관의 일기라서. 마음이 아팠다.

 

익명의 경찰관 윈도 작가는 굵직한 대작을 쓴 작가보다 나에게 더 많은 울림을 주었다. 초반에만 힘이 있고, 뒤로 갈수록 감동이 감하는 글이 아니었다. 각 이야기마다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문장이 있었다. 몰입하게 만든 말, ‘언니’라는 호칭도 좋았다. 편지처럼, 대화하듯 건네는 문체도 좋았다. 마치 친한 동생이 “언니 있잖아”라는 서두로 쏟아내는 고민을 한참 들은 후, 서로에게 들어줘서 고맙다고 들려줘서 고맙다고 마음을 나눈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한다는 말을 내뱉는 것조차 힘들었다. 내가 책으로 가늠한 바를 경찰관의 마음에 비추면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자리에, 민원과 형사 사건 사이에, 옳고 그름 앞에서 수많은 딜레마를 겪어야만 하는 그 일을. 경찰이란 직업의 자존과 ‘나’의 자존이 수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그들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다.

 

『경찰관속으로』를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이 많다. 물론 이 책이 모든 경찰의 생각과 마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분명 이 글과 다른 경찰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비친 모습이나 사람들 입에 쉽게 오르내리는 모습과 다른, 이 책 속 경찰관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경찰관속으로』를 읽는 순간이 나에게는 참 소중했다. 수많은 사건의 현장과 지나칠 수 없는 목소리에 곤두서야 하는 경찰관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길고 찌질하고 징징대기만 한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이 편지가 끝나면 잠시 나를 위해, 원매를 위해, 그리고 어딘가에서 지금을 이겨내고 있을 경찰관을 위해 기도해줘. 나도 언니를 위해 기도할게. 더는 아플 일이 없을 거라는 불가능한 말보다는, 아파도 적당히 아프길, 이겨낼 수 있을 만큼만 아프기를 바라면서. _『경찰관속으로』, 191쪽

 

저자의 당부처럼 길에서 경찰관을 보면 지금까지와 다르게 바라볼 것이다. 경찰이기 전에 나와 같은 사람임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게 무심한 말에 그들의 고단했을 어제를 가늠하고, 싱긋 짓는 미소에 다행인 오늘을 함께 기뻐하며 달려가는 그들의 걸음을 응원하는 사람이고 싶다. 여전히 나는 그들에 대해 모르지만, 다행히 ‘모른다’는 것만큼은 알게 되었기에, 이젠 쉽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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