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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2018년 7월 16일 오늘의 책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허혁 | 수오서재 | 2018.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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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운전사의 작지만 단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 “당신 몸이 앞으로 안 쏠리면 시내버스가 아니다” 출판사에 도착한 한 통의 투고 메일. ‘전주 시내버스기사’라는 짤막한 자기소개가 전부였던 저자는 정갈하게 정리된 원고를 첨부했다. 현직 시내버스기사 허혁이 쓴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버스기사가 버스 안에서 바라본 세상과 사람,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다. ‘누가 버스기사의 책을 내줄까 싶어’ 숱한 출판사 메일을 수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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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사는 이 삶에서 여전히 다정하도록

 

타인의 노동과 삶의 단면을 살펴보는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특히나 요즘같이 나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워, 나부터라도 잘 챙기자는 류의 글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말이다. 서점에 깔린 수많은 책 속에서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집어들 때 그런 물음이 마음 한구석에 작게 떠올랐다. 그 물음을 품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는 참 술술 읽히는 책이다. 하지만 내용이 가벼워서 쉽게 읽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유별난 기교 없이 담백하게 몸으로 적어 내려간 글이 달고, 짜고, 시고, 쓰다. 온갖 맛이 어우러졌는데 참 맛있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내려갔다. 한 번으로는 아쉬워 두 번, 세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 보이는 구절들이 있고, 새롭게 울컥 뜨거운 숨을 삼키게 만드는 대목들이 있었다. 하루 18시간의 고된 노동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온 이야기들에 피, 땀, 눈물이 가득 배어있다. 어둠과 고통이 군데군데 아프게 박힌 일상 안에서도 저자는 더 좋은 운전기사가, 나아가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때가, 울화통이 터지는 때가 하루에 수도 없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객의 욕망을 실현해주는 일’을 끝까지 보람으로 간직한다. 당장 뱉을 수도, 쉽게 삼킬 수도 없는 인생의 면면들 속에서도 우리를 살게 하는 작은 기쁨들과 다정한 마음들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그리고 이 책에는 “윤리적 버스 승·하차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승객의 입장을 넘어, 운전사의 눈을 잠깐이라도 빌려보니 그제야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그래서 과거 내가 했던 행동들이 떠올라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도 누군가의 노동을 살풍경으로 만들어버린 승객인 적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죄송스러워진다. 버스를 가끔이라도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다 읽고 나니 책을 처음 집어들 때 떠올랐던 작은 물음이 어떤 깨달음과 다짐으로 바뀌었다. 글이나 말을 통해 타인의 노동 현장을 아주 얇은 두께라도 살아보는 일은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겨우 살아지는”이 세상에서 더욱 간절하다고. 그래서 더 많이 알아가야 하겠다고. 나 하나를 잘 지켜내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고된 노동을 만들어내는 환경적 조건의 변화 다음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나의 노동도, 상대방의 노동도 너무 짠 눈물이 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노력은 먼저 상대방의 노동 환경과 고통, 기쁨, 슬픔, 보람과 같은 면면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노동 현장과 삶에 착 붙어 쓰이거나 말해진 이야기들을 읽고 듣는 행위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나는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다양한 노동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한다. 다른 수많은 직업군에서도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와 같은 책들이 속속 나와주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살면서 접하는, 나와 같은 수많은 노동자에게 보다 다정할 수 있길. 한 번이라도 더 따뜻한 눈길로 인사할 수 있길.

 

 

펜벗7기 '고요'님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채로 지금, 이곳에, 이렇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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