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5일 오늘의 책
이치바 준코, 김민철, 조한성 외 | 생각정원 | 2017.03
분류 : 역사/신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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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출판사 리뷰]] 얼마 전 외교부가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공문을 부산의 지자체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독일에서 한일 양자회담이 열리기 불과 사흘 전의 일이었다. 회담 자리에서도 일본 측에게 공문 발송에 대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간지는 한국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후 이듬해인 2016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돕는 민간단체들에 대한 보조금을 일제히 중단한 사...
할머니와 함께 농사일을 하고 있을 때 200미터쯤 떨어진 집에서 누군가가 손짓을 하며 불렀다. 집에 돌아가자 얼굴을 아는 면서기와 순사 두 명이 있었다. “너 일본에 간다”라며 엽서만 한 종이를 나에게 건넸다.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는 나는 그것을 웅덩이에다 버렸다. 화난 순사가 내 팔을 잡자 할머니가 울며 순사 손을 물었다. 순사는 할머니를 뿌리치고 가까운 도로변에 세웠던 트럭에 나를 태웠다. 같은 마을의 남기석도 잡혀갔다. 열여섯 살 때였다. (46쪽)
1943년 경남 의령에서 할머니와 농사를 짓고 살던 소년 서정우가 일제 순사에게 잡혀 끌려간다. 트럭을 타고 도착한 면사무소에는 많은 청년이 집결해 있었고 거기엔 15~16세 소년도 섞여 있었다. 이들은 부산에서 관부연락선 화물칸에 실려 시모노세키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다시 기차로 나가사키로, 나가사키 항에서 미쓰비시의 배를 타고 군함도에 닿았다.
그곳은 지옥섬이었다. 조선인들은 섬의 끄트머리 열악한 지역의 악취 나는 비좁은 공간으로 내몰렸다. 그들은 군함도의 해저탄광, 그 중에서도 일본인들이 꺼리는 위험하고 비좁은 곳에서 일했다. 차별과 고문은 일상이었고, 몸이 아파도 나가 일해야 했단다. 서정우가 심한 설사로 몸을 가누지 못해 일을 쉬려고 한 일이 있었는데, 관리사무소로 끌려가 “네! 일하러 나가겠습니다”라고 답할 때까지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사료와 다름없는 부실한 식사에 늘 굶주림에 시달렸다. 탈출을 시도한 이들도 있었지만, 어쩌다 운이 좋아 육지에 닿아도 대개 그대로 잡혀 군함도로 되돌려졌다 한다.
사고로, 부상으로, 고문으로 죽은 조선인들의 유해는 폐갱에 버려지거나 바다에 버려졌다. 일부는 하시마의 절에 안치됐다가 미쓰비시가 다카시마 공양탑 지하 납골당으로 옮겼고, 다카시마가 폐광되자 납골당을 파괴했단다.
어떤 말로도 강제동원 피해자, 나아가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식민지 조선인들의 비참함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한 책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군함도를 포함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을 기록한다. 책에 담긴 진실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끔찍하다. 국외 강제동원 규모는 약 68만 명, 국내 군수공장과 탄광 등에 동원된 연인원은 500만 명에 달했다.
수많은 ‘군함도’가 있었고, 수많은 죽음과 고통이 있었다.
아버지!
우리들이 아버지들을 고향 땅에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십시오.
그리하여 미약하더라도, 비좁더라도,
그곳은 우리들의 쉼터이므로
그곳에서는 좀 더 편히 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
그날이 오면
정녕 편히 쉬십시오.
(133쪽)
이 글은 조세이 탄광에 수몰된 조선인 136명을 기리는 추도비에 새겨져 있다. 1942년 2월 3일 일본 야마구치 현 우베 시 조세이 탄광에서 183명의 노동자가 수몰됐다. 조선인 136명, 일본인 47명이다.
해저탄광의 갱도는 지표면과 100m 이상 거리를 두어야 했지만, 조세이 탄광의 갱도는 지표면과 고작 25~30m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탄광 안에서 바다를 지나는 배의 엔진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단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일본인들이 일하기 꺼렸기에 식민지 조선인들이 동원됐다. 사고가 나기 며칠 전부터 물이 샌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회사는 무시했다. 결국, 1942년 2월 3일 바다는 해저탄광과 함께 183명을 삼켰고, 그들은 오늘날까지 우베 시 차가운 바다에 그대로 잠들어 있다.
당연한 것은 세상에 없다. 우리가 소중하다고 말하는 어떤 것도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 자유가 있다면 그것은 자유를 위해 희생한 선대가 있었다는 것이고, 우리 손에 권리가 있다면 그것은 권리를 위해 싸운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자유도, 권리도 그리고 오늘 맞은 광복 72주년도 그렇게 많은 희생을 증언한다.
강제동원 100년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노력은 진실을 기록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데 있다. 사실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살기 위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이자 기본적인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으로 진실을 기록하고 과거를 기록하고자 했다. 다음은 당신의 차례이다. 당신은 어떤 진실을 기록하고, 또 어떤 과거를 기억할 것인가.
프롤로그 中
일제강점기 36년이 남긴 상처는 단 한 번도 아문 일이 없었다. 일본의 발뺌과 과거 지우기로 누누이 덧날 뿐이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너무 쉽게 잊고(잊으려 하고) 너무 편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광복이 아직 하지 못한 숙제처럼 다가온다.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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