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5일 오늘의 책
가쿠다 미쓰요 | 예담 | 2014.12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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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과 매스컴이 격찬한 가쿠다 미쓰요 혼신의 걸작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NHK 드라마화, 미야자와 리에 주연 영화 개봉! 2023년 한국 ENA 드라마 방영! 일상을 재조명하는 농밀한 심리묘사의 대가 가쿠다 미쓰요의 최신작 『종이달』이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가쿠다 미쓰요는 20년 넘게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나오키상, 가와바타 야스나리상, 중앙공론문예상 등 일본의 주요문학상을...
가쿠다 미쓰요는 가독성이 좋은 작가인데 이 작품은 조금 힘들게 읽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돈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삶을 조금씩 파괴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독자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했다. 나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깊게 몰입한 것도 아닌데…. 어쩌면 이들의 파국을 알고 있기에 그랬는지 모른다. 1억 엔을 횡령한 리카의 삶이 어디로 갈지 알기에. 쇼핑중독에 빠져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아키의 미래를 예상했기에 그랬는지 모르겠다.
돈을 횡령한 리카는 치앙마이로 떠난다. 도망자의 삶이다. 소설은 그녀의 현재를 먼저 보여 주고, 이후 그녀의 과거와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리카의 사연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다른 지인들은 현재의 연속 선상에 있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리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들은 결코 리카를 나쁘게 말하진 않는다. 자신들이 기억하는 리카와 다른 모습이라 조금 놀라고 궁금해 할 뿐이었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사람들의 습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은 '왜, 어떻게, 리카가 횡령을 하게 됐는가.' 라는 사실이다. 사실 처음부터 그녀가 돈을 횡령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한 번에 횡령한 것도 아니다. 조그만 돈이 점점 쌓여 1억 엔이 된 것이다. 횡령의 시작은 좋은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돈을 채워 넣으려는 마음도 강했다. 언제나 시작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쉽지 않은가.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돈으로 누리는 행복이 더 크다고 생각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도망을 선택했고, 그때부터 불안한 도주 생활은 시작되었다.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작가는 리카의 무미건조하고 애정 없는 삶을 잘 보여 준다. 부부 사이에 성관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당연히 애도 생기지 않는다.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남편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관계다. 아내가 은행에서 시간제로 일해 돈을 벌어 밥을 살 때 보여준 남편의 저급한 반응은 리카가 왜 고타에게 빠졌는지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스운 것은 리카도 돈으로 고타의 애정을 샀다는 것이다. 고타가 애인이 생겼을 때 ‘여기서 나가게 해줘요.’라고 말한 것은 돈으로 얻게 되는 향락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는 의미 아닐까. 자신이 누린 사치와 향락과 삶이 자신이 바란 것이 아닌 리카의 강요와 자신의 묵인 아래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니까.
리카가 고타에게 빠져 1억 엔을 횡령하면서 사치를 누릴 때, 또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의 순간적인 욕망을 자제하지 못해 돈의 노예로 전락한다. 아키는 백화점에서 점원이 칭찬하면 자신도 모르게 계산을 한다. 마키코는 어린 시절의 부유함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과도한 돈을 지출. 소비의 노예로 전락한다. 반면 유코는 과도하게 절약하면서 자신의 아이가 도둑질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유코의 비중이 더 컸으면 했다. 다른 사람과 대비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도한 소비나 절약 모두, '돈의 노예'라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아키가 자신의 딸이 보여 준 모습에 놀라거나 야마다 가즈키가 아내와 애인의 과도한 지출에 놀라는 장면은 두 사람에게 일단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음을 알려 준다.
리카는 횡령으로 파국을 맞이했을 때 자신이 걸어온 길에서 수많은 ‘만약에’를 찾는다. 이 만약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후회를 담고 있다. 긴 세월 동안 고타와 함께 누린 사치와 향락이 남편의 멀어진 손길과 애정을 대신했지만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돈을 횡령하고, 이 돈을 채우기 위해 벌인 수많은 작업과 거짓말들은 멈출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그녀의 삶을 집어삼킨다. 그녀의 내면에 자리 잡은 불안과 공포는 순간적인 향락으로 잠시 사라졌지만, 젊은 연인을 붙잡기 위한 처절한 노력은 악순환을 강요할 뿐이었다. 그녀가 고타와 함께 있을 때 행복이 느껴지기보다 애잔하고 안쓰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상의 평온이 사라진 곳은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해도 결코, 그 비워진 공간을 메울 수는 없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곧 한국에서 개봉한다고 하니 시간을 내어 보고 싶다.
시간 나면 책 읽고, 책 사고, 그래서 책 쌓아두길 좋아하는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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