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5일 오늘의 책
고미숙 | 북드라망 | 2013.01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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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동의보감』의 시선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 정치, 경제 등에 대해 진단한 인문비평 에세이이자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에세이. 동양의학을 현대의 삶에 맞게 재해석한?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와 동양역학을 재해석해 지금 현재의 삶과 운명에 대한 인문서로 써냈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와 함께 짝을 이루는, 동양의학과 역학에 대한 입문서 격의 책이다....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문학 예술작품’. 고전(古典)의 사전적 정의다. 고전의 위대함은 바로 시대의 초월성에 있는데 이 초월성을 체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전문가다. 전문가는 독자에게 대중의 언어로 쉽게 고전을 전한다. 이 어려운 작업을 누구보다 훌륭히 해내는 이가 바로 고전평론가 고미숙이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에서 그녀는 최고의 의학고전 <동의보감>을 테마로 몸과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동의보감>이 지닌 시대의 초월성은 어떤 것일지 그 체득의 현장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은 서문에서 밝혔듯이 <동의보감> 3종 세트 가운데 막내 격으로 맏이가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그린비, 2011)이고 둘째가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북드라망, 2012)라고 한다. 앞선 두 책이 <동의보감>으로 들어가는 입문서이자 설명서로서의 성격이 컸다면, 이번 책은 <동의보감>의 시각으로 쓴 ‘사회비평적 에세이’에 가깝다. <동의보감>의 오래된 지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가족,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사회 공간에서 몸과 인문학의 합치를 구한다는 것이 책의 요지이다.
의사와 환자, 질병과 건강, 몸과 외부 등 철저히 이분화된 현대의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서두에 나타난다. 전쟁모델에 입각한 ‘파쇼적’ 현대의학의 대안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동의보감>의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소통을 강조하는 자연스런 몸에 대한 탐구로 의학과 역학이 하나라는 의미에서 ‘의역학’이 된다.
소통하지 않는 삶은 그 자체로 병이다. 몸에 대한 탐구는 당연히 이웃과 사회, 혹은 자연과 우주에 대한 탐구로 나아 갈 수밖에 없다. 하여, 의학과 역학은 하나다. 그래서 의역학이다. 의역학이 21세기적 비전과 마주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30쪽)
한편 이러한 의역학은 인문학과의 접속을 필요로 하는데, 선조의 값진 지혜가 ‘지금, 여기’에 맞게 변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성과 표상의 배치인 인문학이 <동의보감>의 소통의 비전과 이어질 때 우리는 진정한 ‘자기 몸의 탐구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건강과 지혜는 하나가 된다. 바야흐로 ‘인문의역학’의 탄생이 이루어진다.
책은 이러한 주제의식을 중심에 두고 소중한 우리의 몸을 주요 사회현상이자 외부세계인 여성, 사랑, 가족, 교육, 정치사회, 경제, 운명 등과 연관하여 성찰한다. 각 장 모두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문구와 실제적인 경험이 담겨 있어 흥미롭고 인상깊다. 공통적인 강조는 자신이 온전한 삶의 주체가 되어 소중한 몸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하라는 메시지다. 저자는 <동의보감>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승화하여 타인과 타성에 휘둘리지 않고, 앎과 삶 사이에 간극이 없는 진정한 몸과 인문학의 상생적 교감을 촉구한다.
책은 ‘인정욕망’, ‘욕망해주기’에 빠져 자꾸만 성형수술과 멜로드라마, 정규직 등에 집착하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린다. 저자 특유의 능수능란한 언어 구사, 시원시원하고 직설적인 문체가 마음에 든다. 독자에 따라 구어체적인 표현과 낯선 역학 언어가 불편할 수도 있다. 저자 역시 책의 모든 요소에 대해 독자의 공감을 기대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좋은 인문학 책은 다양한 생각거리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소임이다. <동의보감>을 통해 몸과 인문학의 색다른 만남을 주선했다는 점만으로 충분한 역할과 값어치를 다한 책이다. 몸의 변화에 민감한 질풍노도의 청소년이나 몸의 급격한 쇠퇴에 긴장하고 있는 중년 독자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리라 기대한다.
끝으로 책 말미에 수록된 에필로그 형식의 ‘내가 사랑한 고전’ 부분도 빠트리지 말고 읽어보길 권한다. 소개된 책 중 몇 권이나 읽었는지, 아니 내용이라도 알고 있는지 살펴보시라. 자신을 반성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 보시길.
| 펜벗 인터뷰
1. 고전의 힘은 시대를 뛰어넘는 초월성에 있다고 하셨죠. 준솔파파 님께서 현대인에게 권하는 한 편의 고전이 있다면요?
제 인생의 책이기도 한 『레미제라블』입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7년에 걸쳐 쓴 고전으로,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감옥 생활을 겪은 장 발장의 일대기입니다. 책은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는 서문대로 무지와 빈곤이 가져온 장 발장과 팡틴의 고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절망적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양심과 인류 구원에 대한 숭고한 가치를 전합니다. 여기에 프랑스 민중 봉기의 혁명 열기가 더해져 거룩한 서사물로 완성됩니다. 그 모든 난관과 부조리를 겪으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성찰하고 희생하는 장 발장의 모습은 2017년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고전의 초월성을 보여줍니다.
2. ‘자신이 온전한 삶의 주체가 되어 소중한 몸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하라’
스스로의 몸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한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타인과 사회의 기준인 ‘인정욕망’에 휘둘려 몸을 혹사하지 않는 삶을 의미합니다. 건강하게 몸을 가꾸고 긍정적 몸의 변화를 기대하되, 자신의 신념과 가치 체계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몸이 정신을 지배하지 않고, 정신과 몸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주는 일상을 이루는 삶이라 할 수 있죠.
3. 준솔파파 님은 타성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몸의 주인이 된 삶을 살고 계신가요?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운동하며 몸의 긍정적 변화를 즐기되, 불가능한 목표(예를 들어 식스팩을 만들겠다 등)로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준솔파파'님은?
대학에서 서양사학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나 책을 통한 진짜 공부는 서른 중반에야 시작했다. 금융회사에서 마케팅기획 업무를 담당하나 독서동아리와 사내도서관 운영에 더욱 열심이다. 책 읽고 서평 쓰는 일에 매료되어 5년간 500여 권의 책을 읽고 300여 편의 서평을 썼다. 온라인 서평가 ‘준솔파파’(blog.naver.com/tyworld76)로 오늘도 열심히 읽고 쓴다. 공저서로 『책으로 다시 살다』(북바이북, 2015)가 있다.
| [준솔파파 님의 테마북 – 몸]
| 펜벗 큐레이션 Vol.22 '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