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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 만화가 열전 2

2011년 12월 15일 오늘의 책

지금은 없는 이야기 -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 사계절 | 2011.11

분류 : 만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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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르지 못할 나무를 찍는 열 번의 도끼질 같은 이야기 불평불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세상. 모든 책임을 당연하다는 듯이 개인에게 전가하는 기존의 프레임에 도전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롭고 다양한 틀을 만화가 최규석이 자신만의 우화로 들려준다. “이 이야기들 중 몇 개만이라도 살아남아 다른 많은 우화들처럼 작자 미상의 이야기로 세상에 떠돌다 적절한 상황에 적절하게 쓰이기를, 그리하여 오르지 못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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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

 

모든 이야기는 삶으로부터 나와, 다시 삶으로 흘러간다. 그러므로 이야기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지나온 흔적, 즉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삶의 지혜와 깨달음, 교훈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시간이 흘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온, 바르고 성실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착한’ 이야기들 말이다. 

 

“세상은, 불평불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이야기들로 차고 넘친다. (…) 요새 떠도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고통조차 웃으며 견뎌야 한다. (…) 그리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직 개인에게 있다. (…) 사실 수천 년을 반복해 온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맞는 얘기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반은 맞다. (…) 긍정적인 태도를 권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런 얘기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너무 많아서 당연하게 생각되고, 당연한 것이 되다 보니 다르게 생각해야 할 나머지 절반의 상황에서도 같은 관점으로만 사태를 바라보게 된다.”

 

최규석은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통해 그 ‘나머지 절반의 상황’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주고자 한다. 그러므로 그의 손에서 탄생한 새로운 우화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착한 이야기의 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 오히려 그 틀을 비틀어 착하게만 살아갈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참고 용서하라’는 천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간, 평생 가난하고 불행한 삶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게 우리의 진짜 현실이라는 것이다. (‘불행한 소년’)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우화 속에는 그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의심의 대상으로 변모해 등장한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 ‘경쟁은 서로를 발전시킨다.’ 등, 현재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생각들이 물음표를 달고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가위바위보로 모든 것을 정하는 마을에서 손을 다쳐 주먹밖에 낼 수 없던 사람은 억울함에 대한 항변과 이의제기조차 결국 가위바위보를 통해 묵살될 운명에 놓이게 되고(‘가위바위보’), 더 많은 먹이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한 원숭이는 끝내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원숭이 두 마리’).

 

지치고 병든 검정이는 어느 날 나무를 놓쳤고,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 주인은 “게으르고 성격이 비뚤어져서 벌을 받은 거야. 하지만 나에게 너처럼 훌륭한 일꾼이 있으니 얼마나 든든하지 모르겠구나” 하고 말해 주자 (빨강이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혼자가 된 빨강이는 일이 두 배나 많아지긴 했지만 즐겁게 일했습니다. 농장 전체를 책임지는 솜씨 좋은 일꾼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었으니까요. 물론 주인은 훨씬 더 즐거웠습니다.

 

이야기의 온도가 차갑고, 뒷맛이 씁쓸하다. 그 이야기들이 결코 나를 비켜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원숭이 두 마리’ 속의 주인이 아닌 원숭이인 거다. 잘 돼서 빨강이가 된다 할지라도 즐겁게 일하는 사이 착취당하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는 원숭이 말이다. 그렇게 성실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오래된 다짐이 철퇴를 맞아 허물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지금은 없는 이야기>가 우리의 ‘지금’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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