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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2008년 12월 15일 오늘의 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루이스스티븐슨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05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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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펭귄클래식’ 시리즈 한국어판 10종 11권이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시대를 초월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펭귄클래식 시리즈는 세계적인 출판사 펭귄그룹과 웅진씽크빅 단행본그룹이 합작한 브랜드인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지난 2월 선보인 중국어판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번역 출간되는 것이다. ■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세계문학의 정본 펭귄클래식 한국어판은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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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중적 본성에 대한 탐구


그동안 제목으로만 접해왔던 스릴러의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드디어 책으로 만났다. 지금까지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수많은 매체로 끊임없이 재생되며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임에도 그 내용을 제대로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만남을 원작과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나는 공포나 호러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음산한 분위기도 싫거니와 인간의 악한 면을 마주하거나 혼령이나 악귀 등을 지켜보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궁금해진 것은 오랜 세월 빛을 발하며 사랑받아온 ‘고전’이란 이유도 있지만, 몇 년 전 폭발적인 흥행을 거둔 뮤지컬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인해 그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릴러 소설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극적인 반전으로 치닫는 동안의 팽팽한 긴장감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반전을 미리 아는 것은 스릴러의 재미를 거의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전들이 그러하듯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워낙 오랫동안 유명세를 얻었던 탓에 대부분의 내용이 노출되어 있고, 나 또한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 책을 줄거리는 물론 결정적인 반전까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어야 했다. 그럼에도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 가쁜 호흡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제껏 스릴러의 묘미는 반전이라 생각해왔지만, 이 책을 통해 반전을 알고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오, 너무 재미있는걸!

19세기 후반, 음습한 안개가 가득 끼어 있는 런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해당한 사람이 평소 존경받던 댄버스 커루 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다. 경찰은 사건을 목격한 증인과 살인에 사용된 증거품 등을 통해 살인자를 밝혀내고 곧 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기양양해 한다. 그러나 모든 정황이 불리하게 돌아감에도 살인자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사람은 변호사 어터슨. 그는 정체불명의 하이드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지킬 박사와 알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된 것을 눈치 채고 추적을 계속한다.

사회적으로 자선을 베풀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지킬 박사와 세상의 모든 악이 농축된 것 같은 외모로 일말의 양심적 가책도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하이드. 그들의 공존은 처음엔 뭔가 짝이 맞지 않는 듯 어색하고 아이러니했다. 그러나 사건이 진척되고 마지막에 지킬 박사의 고백이 이어지면서 물과 기름 같던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는 어느 새 융합된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도덕적 기준 안에서 존경을 누리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과 그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하고픈 악한 마음을 각각 분리해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자 했던 지킬 박사의 잘못된 바람은 온전한 악인 하이드를 탄생시키고, 하이드를 통해 경험하는 탈선의 쾌락은 결국 지킬 박사의 존재마저 위협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기이한 사례>라는 이 작품의 원제처럼 지킬과 하이드의 경우는 인간의 이중성이 표출된 극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우리가 오랫동안 이 암울하고도 섬뜩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또한 지킬 박사만큼 다중적인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성을 따르려는 선한 마음과 그 와중에 싹트는 배반의 감정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선과 악, 의무와 유혹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의 이중적 본성을 지킬과 하이드라는 극단적인 인물들을 통해 세밀히 파헤친다. 그와 함께 사회적 지배계층인 지킬 박사를 통해 그들의 위선적인 면모도 놓치지 않는다.

펭귄 클래식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는 표제작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기이한 사례’ 외에 두 편의 단편 ‘시체 도둑’, ‘오랄라’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시체 도둑’은 런던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단순한 구조지만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공포소설 특유의 마지막 깜짝 반전이 섬뜩했다. 18세기 고딕소설의 전통을 이었다는 ‘오랄라’는 조금 낯설고 묘했다. 중반부에 한껏 고조된 긴장감과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채 끝이 나 어리둥절했는데, 나중에서야 해설을 통해 그 의문의 중심에 흡혈귀의 저주가 있음을 알게 됐다. 목이 아닌 손을 무는 부인을 보고 흡혈귀를 연상하지 못했던 내가 둔한 걸까.

그동안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 때문에 고전문학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그러한 편견을 단박에 깨주는 작품이었다. 19세기 후반의 소설이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진진했고, 인간 본성을 꿰뚫는 탐구는 오늘날에도 유효해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인간의 어두운 면에 천착한 작품을 즐기지는 않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스티븐슨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싶다. 참, 하이드의 악마적 섬뜩함을 제대로 전해주는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정말 일품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햇살박이' 님은?

수만 갈래로 펼쳐진 책 속의 길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에 푹 빠진 책쟁이. 2008 네이버 파워블로그 선정. (http://blog.naver.com/tea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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