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5일 오늘의 책
닐 셔스터먼, 재러드 셔스터먼 | 창비 | 2019.09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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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돼야 할 때도 있다. 지금 나는 괴물이다.” 가뭄을 다룬 본격 재난소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 가뭄이 계속되었다. 사람들의 일상은 끝도 없는 금지 사항으로 채워졌다. 정원 살수 금지, 수영장 급수 금지, 장시간 샤워 금지. 그러나 탁상행정에 불과한 이런 주먹구구식 물 절약 정책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설상가상 애리조나주 등 몇몇 주가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물길을 차단하면서 캘리포니아에는 단수가 야기된다...
대재앙이 사람을 어디까지 변하게 할 것인가.
이 책은 물 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블랙 아웃』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대규모의 정전 사태로 말미암은 사람들의 이기심. 『블랙 아웃』에서는 그저 암흑뿐이었기 때문에 목숨의 위협까지는 아니었고, 약탈 정도에서 끝났지만, ‘물’이라는 건 그것의 부재만으로도 충분히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신체의 3분의 1을 구성하는 수분을 잃는다는 건 목숨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었다고 했는데, 실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부족이 우려되는 국가라고 한다. 그렇다고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니 물을 마구 써도 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수도를 틀면 나오는 물들이 그냥 강물을 끌어와서 쓰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한시라도 물은 없어선 안 되는 것이다.
20여 년 전에 내가 살던 곳에 큰 물난리가 있었다. 아마도 복개 사업 때문에 배수가 잘 안 되었던 것 같다. 그해 여름 게릴라성 폭우는 온 동네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때 우리 아파트는 지하실이 거의 물에 차서, 전기도 가스도 그리고 물까지 끊긴 적이 있었다. 뭐 먹을 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방서에서 나와서 물을 일부 공급을 해주었고, 정말로 더운 여름날에 고작 물 몇 바가지로 샤워를 하며 며칠을 지냈던 것 같다. 마트에서도 휴대용 가스 같은 것을 1인당 1개로 제한해서 판매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났다. 만약에 더 심각했던 경우라면 어찌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남의 일이라고만 할 것인가.
물 부족은 사람들의 이성을 잃게 한다. 물을 얻기 위해서 남에게 위해를 가하게 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항의하며 폭동을 일으키고, 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사람에게 오히려 해코지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상황들을 얼리사, 켈턴, 재키, 헨리의 시각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독자들을 이끌며 한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책의 말미에 이 물 부족 사태가 해결되고 나서 얼리사는 사람들을 네 부류로 나눈다. 먼저 실감을 못 하는 부류, 이들은 꿈이라도 꾼 듯 훌훌 털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 다음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부류. 솔직히 이런 부류가 대다수가 아닐까. 이 사태는 충분히 모든 이들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에 충분하다. 많은 사람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가족들을 잃었다. 생명의 위협도 받았다. 이 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포감도 컸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성취감을 느끼는 부류도 있다. 난세의 영웅들. 자신이 진정 쓸모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선행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 마지막으로는 그림자들. 살기 위해 저질렀던 추악한 짓이 들추어질까 봐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 가장 비열한 사람들 아닐까. 며칠 전 문득 예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옷가지를 훔치던 사람이 포착된 사진이 다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실종되었는데 물건을 챙길 생각이 드는 것인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위협적인 상황이든 아니든 간에. 철저하게 이기심에 충만한 사람들은 남의 이목에는 관심 없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에만 급급하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림자들처럼 추악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지인이 참 재미있을 거라 했었는데,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현실로 다가오면 그다지 재밌지는 않을 것 같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물을 아껴야할 것 같다. 읽는 내내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만 같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heefairy901'님은?
11월 2주 주간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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