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책오늘의책
  • 미디어 & 기관 추천책미디어 & 기관 추천책
  • 문학상수상작문학상수상작
  • 이럴때이런책이럴때이런책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

2014년 8월 14일 오늘의 책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

함인선 | 마티 | 2014.08

분류 : 자연과학/공학

정가
$30.00
판매가
$16.50 (45%↓)
적립금
$0.33 (2%P)

출판사 서평 건축가이자 공학자 함인선 함인선의 이력은 국내 건축계에서 비슷한 유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약관의 나이에 건축의 사회적 실천을 실현하기 위한 청년건축협의회를 이끌었고, 처녀작 성락교회로 주요 건축상을 이끌며 건축가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며, 석사학위를 구조로 받은 매우 드문 건축가이다. 대형 설계사무소 수장을 지내며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대안적 건축가 직능단체인 새건축사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건축을 미...

상세보기 >

건축의 품격

 

며칠 전이다. 원주에 위치한 한 수련원에서 천장이 붕괴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사망자가 없었지만 부상당한 이들은 병원으로 후송 조치됐다. 자칫하면 아직 잊히지도 않은 경주의 리조트 참사가 재현될뻔했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80년대에 태어난 나는 자라면서 붕괴에 관한 소식을 참 자주도 접했다. 어린 나는 사고를 다룬 표면적인 소식에 귀를 기울일 뿐. 왜 이런 사고가 생겼는지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진 못했던 때이다. 사고는 잊힐만 하면 툭툭 터졌고, 어른들은 하나같이 불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강남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어느 이른 아침에는 멀쩡해 보이던 한강 다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떻게 대형 건물과 다리가 무너질 수 있는지. 사회 기반 시설이라 불리는 것들이 이렇게 속절없이 으스러질 수 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 모든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은 2000년대에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경주 리조트 붕괴부터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사고는 형태만 바뀔 뿐 진화하고 또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도처에 잠재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TV를 보다 뉴스 특보라는 굵은 자막이 뜰 때의 그 생생한 기억. 과거와 현재의 간접적 경험 때문인지. 최근에는 이상한 불안감마저 생겨버렸다. 명동의 대형 백화점 고층에 들어섰을 때 문득 그 불안은 발현된다. ‘만약에…’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정의와 비용에 관한 내용을 함축할 수 있을까. 내가 책을 이해한 바로는 위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비용’ 때문에 ‘안전성’이란 골수를 제거해버린 일그러진 건설이다.

 

완전히 다른 경험이 있다. 건축에 관한 것이다.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렇지만 예술을 동경하듯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인 건축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건축가에 대한 동경이 내겐 있다. 지난겨울 사진으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접하게 된 나는 그 건축물이 너무나 궁금해 한 주 내내 주말을 기다린 적이 있다. 건축가인 포르투갈 출신의 알바로 시자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본 건축물은 상상했던 그대로였고, 그것만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매우 강력한 힘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으로.

 

이것이 책 속에서 이야기한 건축의 개념과 맞아떨어지기를 바란다.

 

“ ‘건설에서 건축으로’라는 구호는 그러므로 가치중립적인 축조행위가 아닌 가치를 지향하는 짓기를 하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가치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인간성’이라는 가치이다.” (56쪽)

 

내가 가진 두 가지 개념은 연결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건설과 건축이라는 것.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은 건설과 건축을 통해 현재 사회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저 밑바닥까지 썩어버린, 구조적인 문제까지 낱낱이 들추어 까발린다. 어찌나 속사포이고 거침없이 말하는지 문장은 고민할 틈 없이 읽혀버리고 주저할 틈도 없이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니 광나는 아트지에 펼침 면으로 인쇄된, 작가의 작품이 한가득한 고상한 건축 미美만을 탐독하길 원한다면 이 책은 아니다. 하지만 건축에 대한 자그마한 동경이 있고, 밑바닥이 뭔지 이렇게까지 썩게 한 구조라는 게 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기꺼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동경이 깨지기보다 오히려 지켜야겠다는 쪽에 힘을 싣게 되므로.

 

인쇄판 '그것이 알고 싶다'의 건축 편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고발적이며 시의적절하다. 내용 중에 작가는 유독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단서를 많이 달았다. 업계에서 십수 년 일한 경험치로 엄청난 ‘팩트’에 준거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나의 생각일 뿐이니 참고만 하라고, 다른 의견도 들어보라는 뜻인 것 같아 고맙다. 발문을 뽑으려 연필을 쥐고 읽자니 모조리 밑줄이다. 어느 것 하나 ‘생선의 살’이 아닌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유독 작가의 표현이 애처로운 부분을 공유한다.

 

“(중략) 하물며 이미 좀비인 건축임에랴. 좀비의 위험성은, 죽었는데 살아 있는 줄 착각하는 데에 있다. 단언코 말하건대 산업으로서의 건축은 죽었다. 건축의 고전적인 기능은 국가 행정 체계로, 세계자본의 핵심고리인 부동산 자본으로, 그리고 건설업과 공생하는 수많은 컨설턴트에게로 해체 귀속되었다. 디지털 복제 기술로 영화간판 그리던 화가들이 사라졌듯이 우리 건축도 이미 사라졌다. 우리만 이를 인정하지 않을 뿐.” (75쪽)

 

건축을 지키고 싶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지. 한탄함에 작가는 일생을 바친 건축을 좀비라고 절하했다. 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들고 나온 명백한 이유가 있었으니. 오히려 이때야말로 건축의 본령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라 말한다.

 

“우리의 과거 50년이 건축이 아닌 건설의 시대였음을 인정하고 건축은 그 과정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잃고 있었다는 뼈저린 각성과 반성을 동반하는 깨달음이다.”라는 말로 완전히 절망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건축은 건설과 투쟁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이 이 책을 쓰면서 다시금 깨달은 명제이다. ‘건축의 이상’은 ‘건설의 현실’과의 변증법적 갈등을 통해 다듬어진다.”고 못 박는다.

 

“이제 건설의 시대는 끝났다. 아니 끝내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끝모르는 탐욕을 제어하고 그 탐욕이 손상시킨 인간 중심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은 건설이 아닌 건축이 맡아야 한다.” (79쪽)

 

작가는 가우디의 말대로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만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정리하며, 에펠부터 안도 다다오, 가우디에 이르기까지. 근대 건축을 연 14인의 건축가를 뒷부분에 소개한다. 물론 자신의 견해를 더하여.

 

“역사를 믿는 나로서는 한때 풍요를 맛보았던 내가 아닌, 고난의 시절을 보내는 후배들 중에서 ‘새 시대건축’을 들고 나타날 자가 있을 것임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책을 그 후배들에게 바치는 이유다.” (80쪽)

 

후배를 위한 마음 쓰임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적어도 '나'의 세대에는 볼 수 없을지언정 다음 세대에는 건축이 제자리를 찾고 건축가의 위상이 더 높아지기를. '건축이야말로 사회의 상태를 보여주는 한편 그 사회의 품격을 나타내는 증표'라고 하였으니 후배를 위한 바람은 사회에 대한 일침이자 염원이겠지.

 

간만에 제 목소리 한 이 책이 수백 종의 신간 속에 묻히진 않았으면 한다. 아, 그리고 한가지. 책을 덮자하니 작가의 의견이 궁금해진다. 이 대목에 관한 언급이 없어 아쉬울 뿐이다. 이미 책 속에 녹아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날카로운 논조를 원하는 바이다. “그럼 지금 잠실의 그 거대한 축조물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컨텐츠팀 에디터 김민경
mins@bnl.co.kr


오늘의 책 메일링 서비스

오늘의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기

싸이월드 공감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덧글 [ 0 ]

등록하기

오늘의 책 전체보기

이전이전

2 0 2 6 1 0

다음다음

2026년 10월 오늘의 책 입니다.

GO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8

29

30

1


일상의 유토피아

2


평생 월급을 만드는 저수지 투자법

3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4


슬픈 행성

5


은둔

6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7


루미너스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