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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사회

2021년 6월 14일 오늘의 책

고통 없는 사회

한병철 | 김영사 | 2021.04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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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공포에 포획되어 만성 마취에 빠진 진통사회 생존이 절대화된 생존사회에 대한 비타협적인 분석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독일 철학자’ 한병철 신작 ‘되살아난 그리고 전례 없이 읽기 좋은 독일 철학의 귀재’(〈가디언〉),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살아 있는 독일 철학자’(〈엘파이스〉)로 불리는 사회비평가 한병철.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착취에 대해(《피로사회》), 전체주의로 기울기 쉬운 투명성의 위험에 대해(《투명사회》), 신자유주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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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감각으로 인간 사회를 보다

 

저자는 중세 고문사회에서 근대 규율사회, 그리고 오늘날의 생존사회로 변화하는 양상을 다른 무엇도 아닌 ‘몸의 감각’에 대한 관심 속에서 개념화한다.

 

중세 고문사회는 직접적인 신체에 대한 고통을 통해 인간을 통제해왔다. 그에 반해 규율사회는 간접적이지만 메타화된 감시 권력과 고통과 그 고통을 느끼는 인간 몸에 대한 신격화 속에서 고통을 긍정해왔다. 근대는 노동자에게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음으로써’ 그 영웅성을 증명하게 했고, 동시에 고통을 통해 인간이 발전한다고 믿게 했다. 그리고 권력은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양면적 ‘몸’을 긍정함으로써, 그 몸에 대한 통제 역시도 긍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사회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이제 좁아지는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오직 행복과 생존만을 최고의 감각으로 여기며, 삶에서 고통을 완전히 추방하려 한다.

 


“탈산업적, 탈영중적 시대에 몸은 전초도, 생산수단도 아니다. ··· 이 몸에게 고통은 아무 의미도, 유용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로 올수록, 근대를 가능하게 했던 요소들이 현대에는 오히려 현대적 재앙의 단초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는 이미 격정적 노동시장이 불러들인 저출산, 반성 없는 과학과 무분별한 자연 침해가 불러들인 코로나 바이러스로 증명된 바 있다.

 

생존의 히스테리는 삶을 근본적으로 덧없는 것으로 만든다. 삶은 최적해야할 생물학적 과정으로 축소된다. 삶은 형이상학적 차원을 모조리 빼앗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공유하는 신체의 감각을 탁월하게 잡아내며, 몸의 감각이 우리의 정신적, 문화적 차원과 어떻게 연결되고 또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실제로 떠오르는 세대인 MZ 세대는, 열심히 일한다고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노동을 생존을 위한 것으로 축소하며 금의환향보다는 최소한의 노동,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노동을 추구한다. 이 속에서 살아남고 싶다는 감각은 역설적으로 삶을 가장 축소하는 방식으로 변모한다. 외적 인정 체계를 상실한 고통은, 이제 방향을 틀어 자기 안으로 향한다. 자살률과 자해, 우울증의 급증이라는 현대 사회는 이러한 신-근대의 감각과 분리될 수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고통에 대해 냉소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열정적인 고통을 부과하는 시대, 본래 고통이 가지고 있었던 신체적 아름다움으로 돌아가려 한다. 고통이 인정받을 수 있고 또 공유될 수 있었던 시대, “너 아니라도 다 힘들어”라는 말이 없던 시대, 고통이 진정으로 애도될 수 있었던 시대 감각을 저자는 다시 되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고통의 반대색이다. ··· 고통은 정신으로 하여금 현존하는 세계에 맞서는, 삶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치유하는 반(反) 세계를 만들어내도록 한다.”

 


이것이 저자가 책의 후반부에서 고통의 ‘존재론’과 ‘미학’을 노래하는 이유이다. 작가는 마지막 장 “마지막 인간”에서 우리가 다시 삶에 고통을 초대할 수 있어야함을, 그리고 그것이 개인을 파괴하지 않도록 고통을 느낄 여유가 있는 사회적 관계망과 제도를 회복해야함을 이야기한다.

 

 

이번 책을 소개해주신 '펜벗 12기 어떤'님은?
“어떤”의 빈자리에 애정하는 것들을 둡니다: 책을 읽고, 때로 쓰며, 그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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