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책오늘의책
  • 미디어 & 기관 추천책미디어 & 기관 추천책
  • 문학상수상작문학상수상작
  • 이럴때이런책이럴때이런책

IMF 키즈의 생애

2018년 5월 14일 오늘의 책

IMF 키즈의 생애

안은별 | 코난북스 | 2017.11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32.00
판매가
$17.60 (45%↓)
적립금
$0.35 (2%P)

환란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일곱 개의 이야기들 그 삶이라는 고유함, 시대라는 교집합 1997년 IMF 외환위기. 바로 뒤이어 연상되는 단어는 구조조정, 정리해고, 파산 같은 단어들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 사건 혹은 시간으로부터 꼭 20년이 흘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건너야 했을 이 여울은 지금 각자의 삶에 어떻게 새겨져 있을까. 특히 이 시기와 십대가 포개진 이들은 이 사건 혹은 시간이 어떻게 체화되었을까...

상세보기 >

불안정한 사회가 만든 어른이


어느샌가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어른 되기를 강요받는다.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야 한다며, 일단 입시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미래의 안정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은 뒤로 미뤄야 하기에, 아이처럼 놀지도 못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 같은 어른이 늘고 있다. ‘소확행’이라는 신조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미래의 거창한 꿈보다는 현재의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추세다. 오늘을 담보로 더 나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확행을 바라는 청년들은 ‘어른 됨’의 자격을 갖추는 데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n포 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n포 세대’가 청년 세대의 지배적인 표상이 되고 n의 가짓수는 늘어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이나 내 집 마련을 성취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원래 가족’으로부터 ‘자기 가족’으로의 전환을 완수한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그러한 삶을 충분히 살 수 있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성애-가부장제-가족주의의 틀 안에서 물리적인 보금자리를 포함한 ‘새로운 가정’을 구축한 전자의 경우에만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독립, 어른 됨으로 인정된다. (27쪽)


『IMF 키즈의 생애』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키드’의 시간대를 보낸 청년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이들은 안정적인 삶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대기업이나 공무원과는 거리가 멀다. 1억 원 상금의 공모전 당선 이후 몇 년째 다른 수입이 없는 소설가, 광주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 여러 노동조합에서 상근직으로 일했던 정당 직원 등이다. 『IMF 키즈의 생애』라는 제목 때문에, 외환위기로 인한 가정의 몰락이 이들을 일반적인 어른 됨의 과정에서 이탈시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들 중 다수는 외환위기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외환위기 이후 부모의 사업이 더 번창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IMF를 제목에 내건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책에는 당시의 신문지면을 차지했던 수많은 몰락의 드라마는 없고, 이 막연한 ‘구조적 변동’이 한 사람의 라이프코스 속에 남긴 흔적들이 있다. ‘IMF’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으며 회고의 대상이 아니라 거의 무매개적으로 우리와 함께하게 된 시대의 공기다.(9쪽)


외환위기 이후, 결혼해서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꿈이 됐다. 함께 살 집은커녕 혼자 살 집을 마련하기도 힘든 시대이기 때문이다. 작은 원룸 하나를 구하는 데도 엄청난 보증금이 필요하다. 부모의 지원을 받거나 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웬만한 청년들은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열심히 일해서 바득바득 돈을 모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이제는 설득력이 낮다. 집값은 계속 올라간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월급은 그대로다. 저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은 극소수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아등바등 돈을 모은다고 해서 대단한 것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니 날마다 소소하게 즐기며 사는 편이 차라리 합리적인 것이다.


물론, 청년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같은 행동을 철없다고 여기는 청년들도 있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전쟁 같은 매일을 겪어봐야 정신을 차린다며, 욜로나 소확행을 비판한다. 이 또한 일리 있는 말이다. 소확행이라고 해서 언제까지고 지속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욜로하다가 골로 간다는 뼈있는 농담도 있지 않은가.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소확행도 추구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IMF 키즈의 생애』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을 것 같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중산층 출신이라 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말이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매달 비싼 학비를 내며 대안학교를 다니고, 뉴욕 유학을 가는 등 아무나 할 수 없는 선택들이 이 책에는 주요한 사건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편향성은 오히려 IMF 이후 한국 사회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중산층이었어도 IMF 이후 구조적 변동의 여파에서는 예외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구든 어른이 되기 어려운 시대임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할 수도 있다.


생애 주기가 제시하는 단계적 미션을 클리어해나가는 삶의 모델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된 시대, 구국의 엘리트 서사가 ‘탈조선’으로 굴절되면 해피 엔딩인 시대, 우리는 각자에게 부여된 서사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내가 주인인 이야기를 써나갈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나누면서, 각자의 이야기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를 떠받쳐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31쪽)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별수 없이 어른이로 살아야 하나. 아니면 뒤늦게라도 어른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나. 이에 대한 대답이 『IMF 키즈의 생애』에 나와 있지는 않다. 대신, 저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써보자고 제안한다. 그 제안이 나에게는, 사는 방식이 다른 또래들에게 언제 철이 들 것이냐고 하거나, 왜 그렇게 여유 없게 사냐고 나무라지 말자는 메시지로 들렸다. 그리고 일단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놓자는 제안이기도 할 것이다. ‘n포 세대’라는 말은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과장되거나 왜곡된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성세대의 시각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북찬희'님은?
소주 2병 대신 위스키 한 잔을 마십니다. 가성비에 함몰되지 않는 삶을 추구합니다.  



오늘의 책 메일링 서비스

오늘의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기

싸이월드 공감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덧글 [ 0 ]

등록하기

오늘의 책 전체보기

이전이전

2 0 2 6 1 0

다음다음

2026년 10월 오늘의 책 입니다.

GO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8

29

30

1


일상의 유토피아

2


평생 월급을 만드는 저수지 투자법

3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4


슬픈 행성

5


은둔

6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7


루미너스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