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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2020년 12월 14일 오늘의 책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김은진 | 생각의힘 | 2020.11

분류 : 자연과학/공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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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시작되어 보존가와 보존과학자들의 손끝에서 확장되는 흥미진진한 미술 이야기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는 미술보존가 김은진이 쓴 ‘미술품 보존과학’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술 보존가는 대략 십여 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그 숫자가 적어서 보통 사람들이 미술 보존가를 직접 만날 기회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이유로 미술 복원과 관련한 책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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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한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모두 함께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 막중한 책임을 잘해 보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논쟁은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런 논쟁을 생산적인 자극으로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58쪽)

 

예술가는 자신의 인생과 영혼을 바쳐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창작품으로 남아 후대에 이어지고, 그들의 창작품은 미술관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황홀함과 감동을 선물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창작물은 그들의 손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속에서 공기와 습기, 사람의 땀이나 유분과 접촉하며 점점 낡아가고 창작자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조금씩 희미해져 갑니다. 게다가,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만나는 작품보다 훨씬 많은 그림들은 미술관의 수장고에서 관람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조금씩 낡아갑니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오래,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 바로 미술품복원가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은진 선생님은 유럽 여행 중 접했던 시스티나 대성당의 벽화 복원작업을 보며 미술품 복원작업에 매료되어 미술품 보존의 세계를 들어온 보존과학자입니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듯이, 미술품 또한 손상이 발생하면 보존가의 손길을 통해 치료 받고 앞으로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처방을 받습니다. 이러한 보존과학자의 일에 대해 저자는 ‘미술품 의사’와 같은 직업이라고 표현합니다. 의사의 손길을 통해 인간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이 유지되듯,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유지시키는 것은 보존과학자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만나본 적조차 없는 오랜 역사 속의 창작자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려움의 연속입니다. 첨단의 과학기술이 동원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작품과 소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 미술사적인 지식은 물론 복원작업에 대한 진심 어린 태도까지, 복원과정에서 복원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도 복잡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의 극대화’가 아닌 ‘원형에 최대한 가까운 형태로의 복원’이 목표인 만큼, 보존 작업을 둘러싼 윤리적·철학적 질문들 또한 마주합니다. 복원 과정에서 색상이 원작의 작품 이상으로 아름답게 표현되는 것 또한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고, 작품의 원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미술품 복원과정은 계속해서 논쟁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치열한 논쟁의 과정 속에서 작품이 가지고 있던 원형의 아름다움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보존과학자로 일하면서 저자가 마주했던 수많은 질문과 논쟁들을 소개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화의 복원작업과 관련된 에피소드부터 첩보작전과도 같은 미술품의 운송과정은 물론 미술품이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수장고와 ‘직업으로서의 보존과학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미술품의 아름다움을 지켜내기 위한 보존과학자들의 노력과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액자도 작품이 될 수 있을까?’와 같이 미술품의 세계와 관련한 흥미로운 질문과 지식들까지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는 책입니다. 아름다운 미술품으로 가득한 미술관 전시장의 뒷모습을 낱낱이 파헤쳐볼 수 있는 즐거운 체험이 될 것입니다.

 

“과연 내일의 보존은 오늘의 보존과 같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저자는 책을 마무리합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미술 또한 변화하고 있고, 특히 기존의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실험들을 계속하는 현대미술의 시대에서 보존과학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저자는 보존을 이유로 창작자의 도전과 실험이 가로막혀서는 안 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존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존가들은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름다운 작품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 황홀함에 감탄합니다. 이러한 미적 경험은 평생 기억 속에 남아 우리에게 다양한 형태로 창의성과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는 예술가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이들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앞으로 미술 작품을 마주할 때에는 그 그림을 창작한 예술가의 손길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지속시켜주는 보존과학자, 그리고 큐레이터와 미술관의 여러 직원들까지 미술품과 우리가 만나는 순간을 만들어준 이들의 노력도 함께 기억해야하지 않을까요?

 

미술품이 보존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작가의 상상력을 구속하고 창작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 고민은 보존가가 할 것이다.
난생처음 보는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그들은 돋보기를 들고 뛰어갈 것이다.
현대미술의 즐거움과 고뇌는 미술관 관람객의 그것과 사뭇 다르지 않다. (301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11기 jean.prikos'님은?
서가 앞에 설 때의 설렘, 책장을 펼치는 순간의 무궁무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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