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4일 오늘의 책
김민섭 | 와이즈베리 | 2016.11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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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대학 강사에서 대리기사가 된 ‘지방시’ 천박한 욕망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대리사회를 해부하다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은밀하게 자리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만들며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마치 자신의 차에서 본인의 의지...
저자는 ‘309동 1201호’라는 필명을 내려놓고 ‘김민섭’이란 이름으로 세상과의 접촉을 기다립니다. 일종의 자전적 에세이인 『대리사회』는 사회적 르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방인으로서의 서러움과 외로움을 파리 곳곳을 누비는 것으로 해소하며, 이를 글로 옮겼던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와 닮았습니다. 그 장소만 바뀌었을 뿐 『대리사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씁쓸한 현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주목받은 후 8년간 몸담았던 대학을 나온 저자는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겸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대학에서 유령처럼 존재했던 지난날과 달리 육체노동을 하는 길 위에서의 시간은 그의 손에 고스란히 수입을 쥐여주었습니다.
대학의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타인에게 내 삶을 대리하기를 강요하던 때보다, 오히려 지금 타인의 운전석에서 나도, 나의 소중한 이들도, 더욱 자신의 자리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특히, 아버지로서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여유가 허락되었음에 감사하다. (138쪽)
저자는 "책상에서 글로 배웠던 노동의 가치나 신성함 같은 것들이 비로소 삶의 곁으로 다가왔다"라고 말하며 대학은 세상이 전부가 아닌 일부임을 자각합니다. 인간이 살아온 학문 즉, 인문학은 어려운 단어로 빽빽한 인문학 책이 아니라 내 주변, 내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기사들은 곳곳에 흩어진 점이면서, 동시에 포도송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새벽에 나는 그들과 함께 하나의 '코뮌'을 조직했다. 그것으로 이동의 자유를 얻었고, 어디서든 그렇게 손을 내미는 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경험을, 그리고 용기를 함께 얻었다. (227쪽)
아카데미에서 그가 배우지 못했던 생생한 현장감과 땀의 맛이 책에 녹아있습니다. 저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몸과 마음은 고됐지만 노동의 가치, 가족이라는 따스한 울타리, 대리기사와 택시 운전사와의 암묵적인 공생, 대리를 부르는 각자의 사연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낍니다. 새벽의 사람들이 대리운전을 이어가는 이유가 '내 가족에게 오늘보다 나은 하루를 선물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란 사실을요.
아마 '아내'의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내는 어린 아들을 재워두고 가정용 CCTV를 켜놓은 채 남편의 대리운전을 도우러 함께 밤거리를 나섭니다. 연애 시절 같다며 길거리 음식도 함께 먹고, 못다 한 대화도 나누며 ‘콜’을 기다리는 시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내색을 하지 않은 것일 뿐 대리기사의 아내 역시 저자의 부담을 함께 지고 가는 거겠죠.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글을 쓴 저자에 대하여, 일명 ‘갑’의 위치에 있는 대학보다 ‘을’로 대변되는 저자와 같은 연구자 동료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대리인의 삶일지라도 그것마저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발버둥이 아닐까요? 대학이라는 '갑'은 전쟁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고 '대리전쟁'에 동원된 ‘을’들을 등장시킵니다. 을을 막아서는 주체는 또 다른 을입니다. '갑의 욕망'의 대리자가 되는 셈이죠.
도시는 언제나 그 공간이 품은 사람만큼의 폐기물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쓰레기와 배설물은 하루가 지나면 어디론가 모두 흔적 없이 사라지고, 우리는 거기에 익숙하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공간으로 밀려난 노동이 있다. 우리는 쓰레기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그것이 사라지는 과정 역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중략) 그들을 노동자가 아닌 요정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의 신체를 지워버리는 것을 결국 우리다. (244쪽)
모두가 잠든 시간 요정처럼 아무도 모르게 노동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리기사, 심야버스기사, 청소부, 편의점 알바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그들 스스로를 사회의 주체로 인지하게 하는 일은 결국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 밝힌 시간 강사나 연구자는 학생도 교수도 아닌 일종의 경계인으로 존재했습니다. 지금의 저자는 비록 타인의 운전석에서 신체(행동), 언어(말), 사유(생각)이 통제될지언정, 타인의 차를 벗어나면 오히려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거대한 대리사회에서 각각의 개인은 스스로가 ‘대리’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인식조차 하지 못합니다. 과연 나는 교묘하게 맞물리는 거대한 톱니바퀴 같은 시스템 속에서, 그저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29200분의 하루를 사는 사람입니다. 그 하루를 헛되이 살고 싶지 않아 끄적이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