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4일 오늘의 책
김연수 | 문학동네 | 2015.10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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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문학의 시작, 15년 만에 다시 펴내는 그의 첫 소설집! 1994년 등단한 이후 21년 동안 8권의 장편소설과 5권의 소설집을 펴낸 이가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자면 1년 반에 한 권꼴로 작품을 발표해온 셈이다. 이를 더 잘게 쪼갠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일 테다.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자신을 증명해온 작가, 바로 김연수다. 그러니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국소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지적 소설의 한 장...
스무 살, 내가 생각하는 20대는 최고를 꿈꾸고 무엇이든 할 수만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매력을 지닌 나이다. 물론 20대의 터널 중간을 지난 지금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하는 말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내리니 현실이 어떤지는 알지만 한 번 각인된 강렬한 이미지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아 20대인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젊음을 동경한다. 오로지 형상으로서만 존재하는 이상적인 젊음에 대한 환상을 충족하기 위해 제목이 『스무 살』인 책을 폈다. 속았다. 도리어 젊음에 내재한 공허함과 그로 인한 비애에 젖어 허우적댔다. 김연수의 『스무 살』은 볕이 난 날 갑자기 쏟아지는 여우비처럼 스쳐간 책이다.
매 단편에는 ‘죽음’이 핵심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그래서 목숨을 잃기도 했던, 그렇게 죽은 이들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90년대의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타인의 육체적 죽음과 화자의 정신적 죽음이 교차되면서 젊음이 누릴 수 있는 진짜 삶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이 책은 작가가 20대, 젊은 시절에 느꼈던 혼란과 방황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이다. 1990년대와 2010년대의 사회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과거의 20대와 지금의 20대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어느 시대든 젊음이라는 존재와 정신이 내포한 보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스무 살 이후의 그 수많은 세월을.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 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 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책 속에서)
빽빽한 활자 속에서 공허함을 느낀다. 눈에 보이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공허함은 무(無) 그 자체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진다. 물질적인 ‘가득 참’에 서린 정신적인 ‘텅 빔’이 나에게 스며들자 내 안의 텅 빈 공간이 확장되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나’라는 존재의 정신도 와르르 무너진다. '긴급점검' 표지판을 내 건 롤러코스터 같은 지금의 내 정신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마치 젠가 게임에서 패배자를 확정 짓는 마지막 블록을 빼는 행위와 같다.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아 올리듯 나 역시 자신의 집을 짓는 미장이의 심정으로 정성을 들여 내 정신을 확고하게 형성해 나가려 한다. 아무리 튼튼한 집도 강도 9 이상의 지진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듯 공들여 만든 건강한 정신이 어느 순간 또 무너져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무너진 상태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내가 나를 구하지 못하면 누구도 나를 구할 수 없다, 라는 절박감이 나를 감쌌던 것이다. 이제 동굴을 지나오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벽이 어둠 속에서 느껴졌다. (책 속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대상 앞에 절망하고 좌절하는 젊음. 때로는 슬프면서 슬픈 이유조차 모를 때가 있다. 분명 힘든데 왜 힘든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 힘들 때가 있다. ‘규정할 수 없음’으로밖에 규정할 수 없는 나의 젊음은 짙은 안갯속을 헤치고 나아가는 길이거나 또는 무한한 가능성일 것이다.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데 일생을 바쳤던 니체는 ‘인간은 스스로 극복하면서 새로움을 창조해 온 존재’라고 말했다. 멈추면 하강한다. 더 이상 올라갈 사다리가 없다면 자신의 머리를 딛고 올라갈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엔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신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으며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묻지 말고 그저 걸어가라고 니체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고,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스무 살은 이러한 삶의 규칙을 몸소 배우는 첫 시기이고, 그래서 삶 전체를 통틀어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일상의 흔적이 감동이 되길 바라며 펜을 놓지 못하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