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3일 오늘의 책
양효실 | 현실문화 | 2017.04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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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면 당신은 세상을 정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모든 비딱하고 남루하고 어정쩡한 삶에게, 불행과 고통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이들에게 있는 힘껏 응답하는 미학자의 시적 에세이 삶은 고통스러운데 왜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하는가. 인생이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에게도 한 번쯤 불현듯 다가왔던 물음들이다. 다만 그것이 오래가지 못했을 뿐. 예민한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오는 물음일 수도 있...
잠이 들 수 없는 밤에 나는 한 마리 초식동물이었다. 머리칼이 베개에 스치거나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키곤 했다. 불면이 거듭되면 귀의 감각은 더욱 예민해지고, 충전 중인 전자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음마저 날카로운 송곳니가 되어 귀의 감각을 물어뜯었다. 그런 밤은 인간이 아니라 맹수의 기척을 살피느라 선잠을 자는 초식동물에 가까웠고, 그런 비루함은 못내 서러웠다.
삶은 불가해하다. 안다고 여긴 것은 늘 모르는 것이었고, 명료해 보이는 것은 흐릿한 것의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삶의 날 것은 비리고, 알지 못할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견뎌내는 일마저 자신 없었다.
근대화는 감각, 몸, 약하고 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식민화였다. 그런 움직임을 거스르는 몸의 교란과 작란은 개인적이었기에 무의미해 보였고, 따라서 늘 근대의 무의식이자 타자성으로서 보존되었다. 거의 기록되지도 의미화되지도 못한 채로. (170쪽)
인간 이성을 성전 위에 세운 근대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로 귀결됐다. 그것은 돌도끼 대신 명료한 법과 질서로 인간을 살해하는 폭력이었고, 여성적이고 약하고 이질적인 것들은 이성의 시대에 은폐되고 버려지고 찢겼다.
양효실의 『불구의 삶, 사랑의 말』은 ‘예술가들이 근대의 문제를 어떤 형식과 스타일로 감각하는지, 예술가들은 현대인의 증상인 소외와 우울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미학적으로 풀어낸다.
책에서 그는 비딱하고 남루하고 어정쩡한 삶, 실패와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시인의 언어를 포착한다.
‘좋은 사람’의 대본을 따르는 이들이 감지하는 고통과, 대본을 따르는 데 실패하는 이들이 감지하는 고통은 다르다. 전자는 신경증자이고 후자는 우울증자이다. 전자는 정상인이고 후자는 비정상인이다. …… 정상인이 강박적으로 자신의 연기에 집착하는 반면, 우울증자는 자신의 연기 때문에 과도하게 고통받는다. 정상인의 문제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우울증자의 문제는 지나치게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72쪽)
이 책에 등장하는 시인의 언어는 파괴적이고, 난해하고, 모호하다. 시인은 기성의 가치와 도덕과 행복 속에 사는 게 아니라, 온몸을 던져 날 것 그대로의 삶을 건져낸다.
시는 사회적 삶으로 고통받는 개인의 몸과 감수성, 상상력을 보호하는 말이다. 시인은 나보다 먼저 아프고 먼저 앓았던 자이다. 시인은 질병을 자신의 몸으로 감당하면서 몸이 하는 말을 수신하는 자들이다. (93쪽)
말과 삶이 하나가 아닌 우리는 영영 사회를 떠나지 못한 채로, 그런 우리를 이미 용서한 채로, 기만일 뿐인 일상을 영위한다. 우리가 가짜 이름, 가짜 집, 가짜 친구들과 살아가는 동안, 그저 자기 몸 하나를 낚시줄에 걸고 삶의 비의를 낚는 데 헌신하는 이들에게서 우리는 결국 위로를 얻는다. 시인은 진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고, 고통과 슬픔, 상처를 핥는 짐승이다. (150쪽)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최승자의 ‘일찌기 나는’부터, 암호문처럼 난해한 커트 코베인의 ‘Smells Like Teen Spirit’ 가사까지, 그는 부정의 언어에서 종속되지 않은 자유를, 패배에서 삶의 진리를 캐내는 인간의 고투를 본다.
우리는 아이처럼, 예술가처럼 삶의 예기치 않은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만남이나 경험을 최초로 되돌리려는, 즉 만남을 인식에 종속시키기보다 최초의 사건으로 구성하려는 열정은 우리를 아이로, 예술가로 생성할 것이다. (176쪽)
저자는 현대인은 시를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어로부터 위로가 필요한 사람 뿐 아니라 지금 행복한 사람 역시.
마침내 상처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승리와 화해, 엔딩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은 나를 죽일 것처럼 가로막고 누르던 상처를 덧나게 하는 미적 반복의 행위를 통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이 글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만큼이나 약한 이들을 학대할 뿐 여전히 화해하거나 사랑할 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14쪽)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