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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641957 / 264쪽 / 343g / 13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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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면 당신은 세상을 정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모든 비딱하고 남루하고 어정쩡한 삶에게, 불행과 고통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이들에게 있는 힘껏 응답하는 미학자의 시적 에세이 삶은 고통스러운데 왜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하는가. 인생이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에게도 한 번쯤 불현듯 다가왔던 물음들이다. 다만 그것이 오래가지 못했을 뿐. 예민한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오는 물음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저자가 이어 붙이는 질문들. 예술가는 왜 이상하고 그들의 말은 왜 우리 귀에 잘 안 들리는가, 상처는 왜 아름다운가, 왜 문제가 곧 가능성이 되는가, 왜 고통의 전시가 사람을 성장시키는가……. 저자는 이 두 계열의 물음이 다르지 않은 것임을, 모두가 예민한 존재들의 언어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미학자이자 비평가인 양효실은 강단에서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 예술작품을 보고 시를 읽었다. ‘학생들이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수챗구멍’이 되고 싶은 그녀는 삶 자체를 예술로 빚어 낸 이들의 작품을 통해 학생들과 거듭 대화를 시도했다. 이내 인문대 선생의 임무를 좌절시키는 말들, 결코 아무 데서나 쉽게 들을 수 없는 말들, 아픈 말들이 불쑥불쑥 터져 나왔다. “공부를 잘하면 행복해진다고 하는데 행복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해요”라고 말하는 학생 앞에서, 도덕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온몸을 떨었다. 더 아프고 더 분노하고 더 질주하는 이들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온몸으로 불행과 상처를 받아 안으면서도 막연하게 품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 고통을 언어로 만들어 그것을 전시하고 노래하고 즐기는 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만큼이나 약한 이들을 학대할 뿐 여전히 화해하거나 사랑할 줄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의 고통을 표현할 언어를 탐색하며 상식을 거스르고 고통과 광기를 끌어안다 우리는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남들처럼’ 살기 위해 학교에 가고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번다. 즉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게 그렇게까지 바라고 추구할 만한 것일까?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를 짓누르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한 발짝만 벗어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그리로 내몬다는 것을.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법칙 같은 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간파한 이들은 이 세상을 비웃고 겉돈다. 우리는 이 겉도는 존재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비행)청소년, 떠돌이, 가수, 예술가, 그리고 시인이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그 이름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말 그대로 버려진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이 버려진 삶을, 세상의 이름을 거부한 이들을 부정한다면 우리의 진정한 모습 또한 찾을 수 없다고 역설한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은 불행과 상처를 부정하는 세태를 이처럼 정면으로 거스른다. 행복과 성공에 지친 이들의 곁에 힐링과 위로만이 넘치는 지금, 우리는 불행과 고통이 우리를 얼마나 성장시키는지 외면하고 있다. 우리가 오로지 정상적인 삶만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불구가 되어 갈뿐이다. 문제는 이런 불구의 삶을 표현할 언어가 우리에게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통을 정확하게 표현할 말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예술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한다. 여기서 예술이란 거친 펑크록이고 벌거벗은 청소년들이 뛰노는 사진이며 아버지를 찢어발기는 시어(詩語)들과 세상의 규칙을 비웃는 소설들이다. 그리고 고통과 광기로 가득 찬 삶조차 “좋다. 다시 한 번!”이라고 외치는 미친 철학자 니체와, 금치산자 같은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시인 최승자가 여기에 함께한다. 이런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말, 존재를 가로지르며 우리를 깨우는 말이 바로 시(詩)다. 이 책은 그 시들을 통해 우리 삶을 뒤흔드는 바람이 되길 희망하는 시적 에세이다. 삶과 예술을 향한 치열함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 『불구의 삶, 사랑의 말』은 모두 다섯 개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매 글마다 삶과 예술을 향한 치열함이 깊게 배어 있고 강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 읽는 이를 몰입하게 한다. 1장 「사라지는 아이들을 위하여」는 예민한 아이들의 ‘외국어’를 듣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릴 때부터 아동으로 분류되고 학교라는 교육제도에 편입되면서 우리는 세계를 통째로 감각하는 법을 서서히 잊어 간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버린 뒤에는 세상의 레일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을 ‘비행청소년’이라 부르며 질시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 미래가 확고한 사람, 정상적인 사람이야말로 ‘불구’다. 너바나의 펑크록과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은 불구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며, 우리는 여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장 「내 이름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는 축복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탄생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쓴다. 탄생은 어머니의 몸에서 강제로 떨어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아이에게는 커다란 충격이고 상처다. 이 세상으로 내던져진 뒤에는 이름이 붙고 딸과 아들이라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삶은 처음부터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간파한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정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시는 바로 이렇게 세상과 불화하며 우울해하는 이들에게 찾아온다. 시는 아프고 병들었지만 그렇기에 사실은 건강한 말이다. 3장 「딸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자신이 된다」는 여성 시인들의 시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우리는 여성들의 시가 아버지의 권위를 둘러싸고 싸우는 남자들의 언어보다 훨씬 덜 폭력적이고 더 평화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이와 정반대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처음부터 실패했음을 자각한 여성 시인들은 더욱더 폭력적으로 아버지와 대면한다. 실비아 플라스와 김언희, 최승자는 모두 아버지의 이름을 불러내어 더럽히고 욕보이고 찢어발긴다. 그녀들의 ‘여자 되기’란 가차 없는 추락이며, 그들 언어의 가혹한 폭력이야말로 남성들의 폭력에 대한 진정한 저항이 될 수 있다. 한편 4장 「근대를 횡단하는 방법들에 대하여」는 근대의 실패에 주목하면서 우리를 옭아맨 근대적 질서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실천을 들여다본다. 진보와 발전을 추구하는 근대주의는 우리를 유능한 주체로 만들려고 한다. 근대는 이 시대의 주체로 백인/남성/성인/이성애자를 상정했지만, 이를 유색인/여성/아동/성소수자로 바꾸는 게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전지구적 근대화의 물결 안에서는 이 또한 대상화의 논리에 포섭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스스로 기꺼이 더러운 것이 됨으로써, 우리는 우리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듬어 낼 수 있다. 마지막 5장 「어떻게 아이러니는 웃음과 긍정이 되는가」는 세상의 고정된 질서에 웃음으로 응답하고 더럽고 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들의 미학을 살핀다. 성철 스님은 자신의 ‘죄’를 고백한 유언을 통해 세상의 질서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의 진지함에 맞대응한다. 그리고 『도둑 일기』의 저자인 장 주네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감옥에 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성철과 장 주네 모두 악에서 선을 보고 추에서 미를 본다는 점에서 철저한
마침내 상처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승리와 화해, 엔딩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은 나를 죽일 것처럼 가로막고 누르던 상처를 덧나게 하는 미적 반복의 행위를 통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14쪽)
단언컨대 아이들은 미숙한 게 아니라 예민할 뿐이고, 어른들의 규범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외국인’일 뿐이다. 그들을 어떻게 우리와 함께 살아갈 동등한 타자로 간주할지는 결국 우리의 역량에 달렸다. (23쪽)
환상 없이 현실을 끌어안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기서 ‘용기’는 주체적인 자아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힘, 그러므로 그냥 발휘하기만 하면 되는 내적 능력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용기는 그런 주체성이나 능력을 잃는 힘, 네게 함입되기 위해 내가 최소화되는 무력감을 뜻한다. 흔한 말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의 생존법 같은 것이다. 이 용기는 더 잃을 게 없기에 어디든 가는 사람들의 긍정법을 가리킨다. (44쪽)
나는 시인을 기성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세계관이나 감정이 아닌, 낯설고 불행하고 슬픈 감정들을 보존하고 발굴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싶다. 시인은 단지 시를 잘 짓는 직업인이나 전문가를 뜻하지 않는다. 시인은 앞서 말한 노숙자, 미친 사람, 범죄자, 지금 죽어 가는 자의 상태를 언어화하려는 이들이다. (88쪽)
그러므로 우리는 치유를 거부할 것이고 기꺼이 나쁜 쪽에 설 것이고 사회와 언어와 상식의 외피를 벗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유일무이한 존재이고 삶이라는 낫지 않는 병을 긍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약하고 유약하고 예민한 살과 피부를 가진 존재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회 바깥으로 밀려나려는 이 긍정과 능동의 힘을 통해 계속 살아 있을 수 있다. (92쪽)
폭력을 없애기 위해 더 많고 더 나은 아버지를 세우는 것, 법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은 근대의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실패했다. 그렇다면 남자들에게 남은 길은 ‘여자 되기’다. ‘여자 되기’는 추락이다. 더 철저히 추락하고 비천해지지 않으면 폭력에 대한 저항은 불가능하다. (148쪽)
우리는 이 세상의 이름들 때문에 상처 입는다. 내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가 아니고 내 어머니가 좋은 어머니가 아니며, 내 친구가 좋은 친구가 아니고 내 애인이 좋은 애인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고통받는다. 그들이 나를 물건처럼, 짐승처럼, 시체처럼 대했다는 것이, 나를 버러지 취급했다는 것이 우리가 상처받는 이유다. 우리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진실을 알게 되었음을 증명한다. 우리는 그때 얻은 상처가 나를 나쁜 이름들에 더 가까이 가게 하는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된다. (158쪽)
삶은 무의미하다. 왜 사는가를 묻지만 어떤 대답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세상은 허무하다. 그럼에도 계속 살기를 욕망하는 인간들에게 주어지는 진리, 도덕, 믿음은 오직 인간을 약화시키고 삶을 부정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한다. 그러므로 삶을 긍정하는 자는 무엇보다 도덕을 파괴해야 하고 신을 살해해야 한다. (184쪽)
그러므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예술이, 시가 필요 없다. 반대로 우리는 이 불결하고 혐오스러운 것을 억압하지 않기 위해 감각적 언어의 더러움을 전유해야 한다. 내가 전체가 아님을, 나는 지금 새고 흐르는 구멍임을 알려주는 이들이 없다면 더러운 이 몸, 비천한 생을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의사와 선생, 정치인에게 농락당하고 약속과 희망에 모욕당하는 이 몸의 작란(作亂)을 누가 정당화하겠는가? (208쪽)
우리는 마츠코를 통해 사랑이란 인정받고 지지받고 칭송받으려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을 던지고 계속 긍정하는 몸짓 외에 다른 게 아니라는 것을, 설사 사랑이 혐오스러워 보인다 해도 우리는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222쪽)
믿는 자는 속는 자이고 다시 속지 않기 위해 남을 속이는 자이다. 아이러니의 탐미주의와 웃음이 저항인 이유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 본질로 간주된 것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웃는 자들은 자연, 본질과 같은 것을 미적 유희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그들은 자연과 본질과 사실이 지배하는 현실을 웃음으로 횡단한다. (235~236쪽)
사랑에 빠진 사람은 기적을 일으키고 기적을 보는 사람이다. 사랑은 눈을 멀게 하고 죽었던 몸을 일으킨다. 사랑은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잠들 수 있게 한다. 사랑은 네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 외에, 네 몸에 도달하는 것 외에 다른 게 아니다. (248쪽)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사실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말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 표현하는 사람에 의해 사후적으로 출현한다. 세상 자체가 아름다운 게 아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 악에서 선을 보고 추에서 미를 보는 사람에 의해 아름다움이 도래하는 것이다. 행위가 아니라 행위에 대한 말하기가 먼저다. 행위는 말하기에 의해, 시에 의해 아름다워진다. (252쪽)
프롤로그 | 당신, 그러므로 우리에게
1. 사라지는 아이들을 위하여
거부와 사라짐의 몸짓, 펑크록
소년과 소녀의 대화, ‘매직 아워’의 축제
흡연이 예술을 만날 때
우리를 대신해 불행한 아이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다
2. 내 이름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
탄생은 외상이다
나는 남이 쓰고 버린 이름이다
바로 그때, 존재가 이름 바깥으로 나올 때
사실 봉제선은 이미 항상 뜯어져 있다
오 시여, 시인이여!
3. 딸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자신이 된다
싫어할수록 닮아버리는, ‘아버지라는 이름’
소멸을 향한 말 ― 실비아 플라스의 ‘아빠 개자식’
김언희의 ‘딸’ ― 폭력은 나의 것
“아버지로부터 아버지를 뿌리째 파내드릴게”
최승자의 아무것도 아닌 나, 영원한 루머
4. 근대를 횡단하는 방법들에 대하여
근대의 실패를 어떻게 가로지를 것인가
니체의 허무주의와 운명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혐오와 익살의 전략
비체, 혐오의 매혹
‘혐오스런 마츠코’의 사랑법 ― 더 나쁜 쪽으로!
5. 어떻게 아이러니는 웃음과 긍정이 되는가
텅 빈 세상에 바치는 웃음
아이러니스트 성철의 웃음
장 주네의 긍정 ― 죄수와 꽃은 하나다
에필로그 | 성장은 어른 되기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