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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

2008년 11월 13일 오늘의 책

돼지우리

수산나알라코스키 | 상상공방 | 2008.09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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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 어거스트 상 2006년 수상작 어두운 삶의 리얼리티와 위트가 공존하는 작품 이 작품은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 어거스트 상의 2006년 수상작이다. 발간 일주일 만에 초판이 모두 소진되는 기염을 토하며, ‘더없이 성공적인 데뷔작’,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 ‘날카로운 현실 고발과 더불어 따뜻한 유머, 위트가 공존하는 작품’이라는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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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이야기하는 한 방식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생존을 위해 3D 업종도 마다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제목 ‘돼지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집을 의미해요. 더운 물이 잘 나오고 집 안에 화장실도 있지만, 부족함 없이 사는 다른 사람들에겐 돼지우리로 보이는 집.

주인공 레나네 가족도 ‘돼지우리’ 프리드햄 아파트에 삽니다. 조국 핀란드의 가난과 혼란을 피해 스웨덴으로 옮겨왔으나 형편은 변함이 없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고단한 삶이 계속됩니다. 그것은 레나네 이웃들도 마찬가지에요. 모두 비슷하게 가난하고, 대개 공장 노동자이며, 현실을 잊고자 자주 술을 마십니다. 부모들이 취해 있는 동안 아이들은 뭘 할까요? 거리를 배회하다 어른들의 잠자리 현장을 훔쳐보기도 하고, 엄마아빠 흉내를 내며 술파티를 벌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레나는 꿈을 잃지 않아요. 그는 마치 ‘절망’이란 말을 모르는 아이 같죠. 어른들이 가난에 허덕일 때도, 흥청망청 술에 취할 때도, 절망에 걸려 고꾸라질 때도 희망을 품에 꼭 안고 있거든요. 그가 “나는 삶이 순식간에 황폐해질 수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생각했답니다. 레나, 넌 꼭 어지러운 돼지우리에서 빛나는 뽀얀 아기돼지 같아.

‘가난’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죠. 저는 레나와 같이 이야기하는 또 한 사람을 알고 있어요. 어쩌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너무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데 정작 당신은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은 그런 분이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로 만났던 그분은 우리 집 근처 영구임대아파트에 사셨어요.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다리가 불편하고 기초수급자 생계비를 받아 생활하는 형편이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단지 내 공부방을 꾸려나가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느라 늘 분주하셨죠. 제가 물었답니다, 마음속에 설계하셨던 집이 있느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답하시더군요. “비현실적인 걸 꿈꾸진 않아. 지금 이대로 행복해. 사람들이 한 푼 한 푼 세금을 모아서 생계비를 주고 있잖아. 그건 공짜가 아니지. 그러니까 이런 일을 하는 것도 당연해.”

꿈도 있고 희망도 있어야 하는 우리네 삶. 현실은 종종 그 삶을 배신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게 하는 환풍구는 분명 존재해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 찾기 수월하진 않죠. 그럴 때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이 레나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의연하고 꿋꿋한 자기네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환풍구 찾는 방법을 일러주죠.

레나도, 제가 만났던 인터뷰이도 진즉에 ‘삶은 비극’이란 명제를 인정했을 거예요. 그래서일까요? 그들의 환풍구는 너무나 명쾌하게 다가옵니다. 어쩜 그것은 비극적인 삶을 똑똑히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가질 자격이 주어지는 훈장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의 삶을 체화하지 못한 입장에서 가난을 대상화하는 건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이 될 수 있죠. 그렇기에 <돼지우리>를 소개하면서도 조심스러워지네요. 혹시라도 누군가 열심히 뚫어놓은 환풍구를 막아버리는 일은 아닐까 해서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저자 수산나 알라코스키는 다르다는 걸. 그는 정치 망명객을 돕는 정착 지도관과 좌익당 대표의 홍보비서로 활동했고, 여성 및 소외 계층을 위한 운동도 활발히 펼쳐온 사람이에요. 이 작품은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성장 소설이구요.

그러니 돼지우리에서 환풍구를 찾고자 한다면 책을 읽어보세요. 우리네 삶이 비극인 건 단순히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많기 때문은 아닐 거예요. 슬픔과 고통은 순간이고, 기쁨과 환희의 다른 얼굴이며, 그 너머 어딘가에 틀림없이 환풍구가 존재하므로 손에서 놓지 말고 연마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부디 이 돼지우리에서 사랑스러운 아기돼지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환풍구 바로 아래에 피어난 민들레 한 송이도요.
 



 

- 컨텐츠팀 에디터 고은경(mybandi@bandi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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