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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마 - 모던 클래식

2017년 10월 12일 오늘의 책

나를 보내지마 - 모던 클래식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 2009.11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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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복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문제작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수상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김남주 번역)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나를 보내지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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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영혼이 있습니다


『장자』에는 재목이 아니기에 살아남은 상수리나무 일화가 등장한다. 쓸모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게 하는 대목이다. 쓸모는 도구적 존재를 전제로 한다. 우리는 사람을 도구적인 존재로 여겨선 안 된다는 말을 숱하게 듣는다. 자신을 또 남을 도구적인 존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 모두가 실은 매일, 매양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 하고, 알게모르게 서로를 도구화한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는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주는 소설은 아니다. 『나를 보내지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한 불편함을 안겨준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섬세한 뉘앙스로 전달하는 불편함은 소설 속 인물들의 ‘쓸모’에 기인한다. 도구적 존재로서만 존재 가치가 있는 인간과 그것을 용인하는 시스템 그리고 체념하고 수용하는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모습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불편함이 이 소설을 뻔하지 않게 만들며 비극을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소설은 1990년대 후반 영국의 간병사 캐시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가 유년을 보낸 곳은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전원 속 기숙학교 ‘헤일셤’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복제인간으로 장기이식을 위해 존재한다. 세상에서 아이들은 완전한 ‘도구적 존재’이며, 도구로서만 존재할 가치를 갖는다. 아이들은 자기 운명에 대해 감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근원을 궁금해 한다.

마담은 우리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미를 겁내는 바로 그런 식으로 우리를 겁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거미가 된다면, 거미처럼 보인다면 어떤 느낌일지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은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 책 속에서


헤일셤에 출입하는 유일한 외부인 ‘마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금지된 장난을 했을 때, 마담의 반응은 아이들을 경악하게 한다.

존재에 대한 따뜻한 수용을 기대했으나, 자신들이 아는 유일한 외부인의 반응은 혐오와 공포였다. 그날 마담의 반응을 접한 아이들은 ‘마담을 기다리며 흥분해 서 있던 조금 전의 우리 자신과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충격을 받는다 

소설은 그리 극적인 사건이 없이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기 존재 근원을 찾고 운명에 저항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수지는 바로 그중 한 등장인물인, 주인공 옆집에 사는 뚱뚱한 여자의 행동을 흉내 낸 것이었다. 그 여자의 남편이 장광설을 늘어놓으려 할 때마다 그녀는 두 눈을 굴리며 “신이여, 도우소서.”라고 말했고 그러면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나자 나는 선임 커플들이 이외에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물들의 여러 가지 행동을 흉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로를 향한 몸짓, 소파에 함께 앉는 방식이나 심지어는 말다툼을 벌이다가 휭 하고 방을 나가 버리는 행동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 책 속에서


꿈을 꾸거나 실현할 기회, 어떤 삶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복제인간들은 가상을 통해 삶을 배우고 그것을 흉내 낸다. 전단지를 통해 꿈을 꾸고, 성인 잡지를 통해 자신의 기원을 상상하고, TV 속 삶을 연기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이, 그 욕망이 단절된 지점에서 슬픈 거짓말과 어색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물들의 위화감은 비극적으로 읽힌다.

위화감과 불편함은 ‘도구성’에 대한 인식 때문이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인간을 도구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감응할 수 없을 만큼 도구가 되어 버린’ 자화상이 소설에 겹쳐 보인 까닭이다.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공포의 뿌리도 여기에 있을 것이며, 그래서 소설은 이미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을 떠올리게 한다.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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