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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언덕 풍경 - 모던클래식 61

시리즈 : 민음사 모던 클래식 [69]

가즈오 이시구로 저 | 김남주 역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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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90613 / 252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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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오묘한 빛깔을 띤 한 점 도자기 같은 소설 에츠코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중년 여인이다. 사별한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둘째 딸 니키가 집에 와 있는 동안 에츠코는 그네를 타는 소녀를 산책길에 우연히 목격한다. 소녀, 그네, 매달림의 이미지는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홍차처럼 그녀를 과거로 이끈다.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둘째 딸에게 일본식 이름을 붙이는 데 반대했던 그녀는 이제 그 시절의 기억을, 첫 남편 지로와 시아버지 오가타 상, 이웃 친구 사치코와 마리코 모녀에 대한 기억을 짚어 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회상은 하나의 방향, 즉 지로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게이코와 게이코의 자살을 향해 있다. 소설은 탄생과 파괴,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의 상처가 남긴 얼룩이 한데 뒤엉켜 있는 원폭 이후 일본의 풍경을 그린다. 에츠코가 회상하는 1950년대 초반 나가사키는 원폭 후 복구가 한창이다. 젊은 에츠코는 새 생명을 잉태한 몸으로 폭격의 끔찍한 기억을 털어 버리고 점차 안정을 찾아 간다. 그녀는 유망한 전자 회사에 다니는 지로와 결혼했고, 전후 지어진 신식 콘크리트 아파트에 산다. 그러나 전쟁의 그늘은 에츠코의 삶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아파트 건설은 그녀가 사는 동(棟) 이후로 중단됐고 그 너머로는 원폭 투하의 흔적이 여실한 거칠고 말라붙은 황무지뿐이다. 바로 그 황무지에 있는 외딴 오두막에 사치코와 마리코 모녀가 흘러 들어온다. 폭격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치코, 폭격 당시 받은 충격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마리코는 에츠코에게 일말의 불안감을 안기는 존재이다. 반복되는 인과의 연결 고리는 잔인하리만치 에츠코의 삶에 들러붙는다. 미군을 따라 미국에 건너가려 했던 사치코의 꿈은 에츠코에게로 옮아 간다. 에츠코는 마리코의 교육과 행복을 걱정하며 사치코의 미국행에 넌지시 불편한 감정을 표하지만, 딸 게이코가 행복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훗날 재혼한 영국인 남편을 따라 일본을 떠나는 사람은 정작 그녀 자신이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아슬하게 넘나드는 듯하던 마리코의 위태로움은 게이코에게 옮겨 간다. 에츠코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온 게이코는 몇 년이나 은둔하다시피 지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만다. 하지만 에츠코는 아픈 과거를 부정하거나 억지로 잊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모든 일을 겪은 후에도 그저 담담히 이렇게 읊을 뿐이다. “그래, 특별한 건 하나도 없었단다. 그저 행복한 추억이었을 뿐이야.” 이렇게 현재까지 그림자를 드리운 과거의 상처를 받아들임으로써 치유의 싹이 뿌려진다. 장르와 소재, 배경을 초월해 ‘상처를 살아 내는 인간’ 자체에 주목한 이시구로의 작품 세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마치 은근한 빛을 내는 도자기를 빚듯 슬픔과 희망이 동시에 자리한 삶의 미묘한 빛깔을 작품에 담아 낸다. ■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전쟁의 상처 『창백한 언덕 풍경』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절제된 서술로 에츠코의 과거를 좇는다. 원폭이 몇 번 언급되기는 하지만 전쟁이나 폭격을 묘사하는 장면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이시구로는 원폭의 비극을 단순히 서술을 통해, 혹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하기보다 그것이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 남긴 흔적을 보여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전후의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아기를 익사시키는 여인을 목격한 어린 소녀 마리코이다. 사건 당시 마리코가 느꼈을 충격과 공포의 감정은 서술이 유보된 채 잠재되며, 독자들은 에츠코와 함께 마리코의 기묘한 행동들을 목도하면서 그 충격의 여파를 짐작할 따름이다. 마리코가 여인이 자신을 데려갈 거라고 말하는 모습이나 강물에 빠질 듯 위험하게 강가에서 노니는 모습, 거미를 들고 에츠코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은 에츠코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기묘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에츠코의 첫 남편 지로와 시아버지 오가타 상은 전후 제도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던 일본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드러낸다. 은퇴한 교육자로 휴가차 아들 부부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오가타 상은 품위 있고 성실하지만 원폭과 함께 일본을 점령한 미국식 제도와 사고방식을 못마땅해하는 구시대적 인물이다. 신세대에 속하는 지로는 전쟁을 일으킨, 그럼으로써 나가사키를 원폭 투하의 희생양으로 만든 책임이 있는 전통적, 집단적 사고방식을 서둘러 단절해야 할 유습으로 여기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내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집 안은 언제나 긴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에츠코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가장 순종적인 인물이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충돌할 때도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순응하며, 일자리나 돈을 부탁하는 사치코에게도 싫은 내색 한 번 비치지 않는다. 심지어 어린 마리코에게도 종종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아파트 안에서 보내는 텅 빈 오후처럼 그녀의 감정도 증발되어 사라진 듯하다. 소설은 에츠코가 원폭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명시하지 않지만 상처의 흔적은 조용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아 있다. 에츠코가 아파트 창밖으로 멍하니 바라보곤 했던 황무지 너머에는 작품의 제목이 지칭하는 언덕 능선이 희미하게 펼쳐져 있다. 그 언덕은 사치코가 속한 험한 황무지도, 에츠코가 있는 텅 빈 아파트도 아닌 새로운 미래이다. 어떤 상황도 받아들이기만 했던 에츠코는 단 한 번 미래를 좇아 본인의 의지로 선택을 내린다. 일본을 떠나 영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미래는 다시 영국에서 낳은 딸 니키로 형상화된다. 동양과 서양의 결합이기도 한 니키는 기질 면에서 언니 게이코와 닮았으면서도 건강하고 독립적인 삶을 이끌어 간다. 게이코가 행복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영국에 데려왔다고 고백하는 에츠코에게 니키는 삶을 낭비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다정하게 위로한다. 과거의 모든 것과 얽혀 있지만 어느 것에도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니키에 이르러 과거와 현재는 화해를 이룬다. 이시구로는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평범하지만 빛나는 진리를 전달한다.

저자 소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1986년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1995년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튼햄 상을 받았다. 2000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발표해 맨 부커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5년 복제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나를 보내지 마』를 발표해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10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소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로 프랑스 현대문학을 번역해왔다. 옮긴 책으로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함머클라비어》, 베로니크 오발데의 《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미셸 슈나이더의 《슈만, 내면의 풍경》,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여자의 빛》 《솔로몬 왕의 고뇌》 《가면의 생》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엑토르 비앙시오티의 《밤이 낮에게 하는 이야기》 《아주 느린 사랑의 발걸음》, 아멜리 노통브의 《사랑의 파괴》 《오후 네 시》 《로베르》, 가즈오 이시구로의 《창백한 언덕 풍경》 《녹턴》 《나를 보내지 마》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 《사라지는 번역자들》이 있다. 

목차

1부 7
2부 127
옮긴이의 말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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