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2일 오늘의 책
박숭현 | 동아시아 | 2020.07
분류 : 자연과학/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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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항해자 그리고 탐험가 그가 풀어내는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 박숭현 박사는 통상적으로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과학자’와는 다소 다른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스스로도 ‘항해자’ 혹은 ‘탐험가’라고 불리는 것을 즐긴다. 무엇보다 그의 주 무대는 연구실이 아니다. 연구실은 그에게 있어, 해양 탐사를 준비하기 위한 공간 혹은 해양 탐사를 마친 후에 자료를 정리하기 위한 공간에 불구하다. 그의 본질은 바다 위에 있다. 공식적으로 통계가 나...
어느 분야든 그 분야에 대한 열정과 꿈이 넘치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그 분야에 관심이 가고, 삶에 지쳐 줄어들었던 열정에도 다시 불이 붙는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런 사람을 많이 접하려고 노력했다. 계란 한 판 다 채운 나이가 되니 모임에 가면 재테크, 결혼, 취업 등의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과거에 들었던 큰 포부들은 들을 기회가 많이 적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 한때의 순수한 열정을 꾸준히 추구한 어른이를 만난 느낌이 든다. 저자는 대학교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망간단괴 시료 채취 선박에 타게 되면서 세부 전공과 논문 주제를 정하게 되었고, 그 후 탐사선의 매력에 빠져 여러 해령 및 해구 탐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당시 최초로 호주-남극 해령을 탐사하고 지도선을 밝히게 되면서 꾸준히 자신의 목표와 분야를 추구한 사람이다.
지구과학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책을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판구조론, 섭입대, 해령과 해구, 심해생물, 위도와 경도 등 기본적인 개념을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었다. 시료 채취 외에도 항해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남극으로 가려면 최소 3번 정도 다른 나라를 경유해야 된다거나, 항구가 지진에 휩쓸려 파괴되는 상황에서 3일 반만이라도 탐사를 하기 위해 30일 정도를 쓰는― 등 저자가 느꼈을 절박함도 구구절절 느껴져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배 안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식문화를 소개한 것도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 있어서 연구의 규모가 커졌고 많은 것들이 밝혀졌다. 그런 시대인 만큼 심해나 우주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구한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직접 이 전공을 한다면 현실적인,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저자 또한 직접 탐사라는 현장을 경험하면서 이 분야에 빠져들었던 만큼, 만약 탐험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국내 연구실에만 있었다면 꾸준히 커리어를 추구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스럽다.
무엇보다 한국 최초로 해양과학자로서의 업적을 세웠다는 사실도 한국에서 이런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이 적다는 반증이겠다. (책의 내용 중 한국과학자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에 대한 기피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기초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학부생 때 화학 랩실 생활 일주일을 해본 뒤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과학자 중에 저자처럼 탐구심과 열정으로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활동이나 연구가 이루어지려면 무엇이든 비용이 필요하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설비를 설치하는 것도 비용이다. 이런 생각이 끊이질 않아 책을 읽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했다.
망간단괴의 자원으로서의 가치, 해령에서 새로운 지각이 생겨 바다 지각을 확장한다는 사실, 판게아 시절에는 얼지 않았던 북극이 왜 얼게 되었는지 등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프리폴 그랩, 매퍼 등 새로운 기구와 몰랐던 세계에 대한 간접 경험도 좋았다. 특히 심해생물학은 무척 흥미가 동한 주제인데, 심해생물에서 무언가 의학적으로 응용될 만한 유전자나 단백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 실제로 천연물을 전공하는 사람 중에 한의학 전공자들이 생각하는 한약재 외에도 해양미생물이나 극한 극서의 장소에서 사는 미생물에서 추출되는 단백질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기구를 체득해나가는 일들, 다양한 동료와 겪은 재미있는 일화들과 탐사 중 목숨이 위험할 뻔한 위기의 순간과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는 옛 시대의 영웅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제목은 ‘남극이 부른다’지만 책을 읽어본 결과 남극은 누군가를 부를 정도로 호의적인 곳이 아니었다. 그런 역경들을 뛰어넘고 남극에 도달한 저자가 참 멋지게 느껴졌다. 아직 나는 본격적인 사회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지의 무언가를 추구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지식을 체화하기에 급급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미지의 무언가가 나를 부르지 않아도 찾아 나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prodigy_'님은?
세상의 변두리에 있는 2말 3초 한의사. 독서를 통해 변두리 밖의 세계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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