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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

2009년 3월 11일 오늘의 책

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

존 하워드 그리핀 | 살림 | 2009.02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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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수천 개 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고전! “검둥이였던 사람, 검둥이인 사람, 그리고 한 번도 검둥이였던 적이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 이 인상적인 체험기를 권한다.”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이 책은 인간의 상상은 위대하고, 동시에 끔찍한 진실을 드러내는 힘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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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他者)에 대한 이해와 사랑


이 책은 인종적, 문화적 차이에 대한 우리의 편협한 인식에 직관적이고 영적인, 그리고 실체적인 경험론을 통한 시선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불과 50년 전인 1959년 저자 ‘존 하워드 그리핀’이 사는 미국사회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로 흑인들, 유색인종은 백인의 식당도, 화장실도 갈 수 없고 식수도 함께 쓸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인 오늘날 백인 주류의 미국사회는 흑인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물론 이것으로 인종차별적 요인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권위와 존엄성에 대한 평등적 인식은 실로 엄청난 전환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 댈라스의 백인 주류 사회에서 성장한 저자의 실천적 체험기록이다. 백인과 흑인의 분리를 당연시했던 시각이 프랑스 유학을 통해 흑백의 공존에 직면한 인종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2차 대전 중 유태인에 대한 인종말살정책, 전쟁에서 입은 실명의 상처에 의해 맹인으로서 산 10년의 삶 등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몰이해와 차별인식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 ‘인종차별’의 실질을 들여다보고 있다.

피부 착색수술과 약물을 통해 흑인으로의 인종전환이란 인격적 모험을 통해, 백인의 시선이 아닌 소수자 흑인 본연의 시선으로 인종차별을 바라보고 체험하게 된다. 어리석은 질문이긴 하지만 왜 이러한 행동을 해야만 했는가에 대해 저자는 “그 속(흑인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경험을 공유한다면 순수하게 이성적인 차원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제한된 문화적 기준이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 판단하고, 정형화된 틀에 박힌 사고 속에 갇혀” 사고하고 말하는 백인이 아니었다. 타자(otherness)로 소외되고 무수한 제약과 기회의 상실이란 고착된 불공평함에 놓인 흑인이 되어 진정한 소통과 이해의 측면에서 인종차별이란 본원적 문제에 다가서고자 했다.

 

 

 

본문 274쪽에서

 

 

단지 피부색만 바뀌었을 뿐 인격, 학력, 지식, 품위 등의 내적 특성은 그대로인 저자에게 백인들은 못마땅하다는 표정, 노골적인 천대, 당연하다고 여기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마주한다. 가까운 식당과 먹을 물이 있는 가게가 있으나 들어갈 수 없다. 흑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아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 백인 여성을 쳐다보아서도 안 되며, 극장 포스터 속 백인을 바라보고 있어도 안 된다. 백인 거주 지역에 발을 들여놓거나, 거리에 멈추어 앉아 있으면 백인의 경고와 협박이 날아든다.

모든 기회를 차단당하고 억압받는 환경에 놓인 흑인들의 참혹한 환경을 백인들은 열등한 인종이기에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백안시한다. 그들이 흑인들의 마음을 알까. “가슴을 짓누르는 우울 때문에 이를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시끄러운 소음이나 포도주, 섹스, 폭식으로 감각을 무디게 해 잠재울 수밖에 없다는 걸 그들도 알까? 웃음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웃음소리는 흐느낌으로 바뀌고, 흐느껴 울면 깨닫는 게 있고, 깨달으면 절망으로 떨어진다.” 저자의 통찰만이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보여줄 뿐이다.

흑인으로서 남부 미시시피, 앨라바마 등지에서 백인으로부터 받는 위협은 거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마음은 늘 먹을 것과 물 생각이었다. 너무도 오랜 시간을 그저 기다리거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쓰다 보니 그 밖의 다른 많은 것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는 당시의 기록은 그 두려움이 가히 어느 정도였는지를 실감케 한다.

“불완전하면서도 경직된 일반화를 근거로 벌어지는 이런 비극적 현상 속에 우리가 다른 집단에게 갖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적대감은 오늘에도 만연해 있다. 작게는 한국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질시, 그리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아랍민족에 대한 서구의 적대감 등 타자에 대한 비틀어진 망상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존엄성을 해치고 있다.

이 저술이 쓰여진 50년 전의 미국과 세계의 인종적 편견이 오늘의 시선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는 다수자의 소수자에 대한, 힘 있는 자의 힘없는 자에 대한, 타 문화에 대한 지각없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어떠한 것도 폭력과 공포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모든 인류가 하나의 통합된 개념으로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기 위해 “타자(他者)가 없다는 것, 타자란 중요한 본질적 측면에서 바로 우리 자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고상한 가면 뒤에, 민족주의나 종교의 가면 뒤에 몸을 숨기고 타자를 비난하는 자들의 혐오가 우리사회에서부터라도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시력을 잃은 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잃은 게 없다는 점을 이해하라. 그의 지성도, 취향도, 감수성도, 이상도, 존중받을 권리도, 그 어느 것도 잃지 않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필리아'님은?

책읽기를 즐기는 중견 사회인. 편협한 시선을 자각하는데 독서만큼 유익한 스승은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으로서 경제경영 도서에 치우친 독서를 하던 중 문학, 인문, 사회, 자연 등 다양한 분야의 저술들이 제공하는 진정성을 통해 삶의 풍부함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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