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0일 오늘의 책
김기태 | 씨네21북스 | 2013.03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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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병원이 아프다 기자가 뛰어든 ‘가짜 환자’ 실험 상업화된 병원, 그 현장을 가다 병원이 장사에 나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원이 돈을 벌면 안 되는 걸까?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만 병원을 세울 수 있다. 일반인이나 영리법인은 병원을 세울 수 없고, 또 의료인이라도 2개 이상의 병원을 가질 수 없다. 병원을 소유한 법인은 병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없고,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이런 엄격한 기...
의사들은 흔히 일정수련과정을 이수한 후 봉직의나 개원의가 되는 것을 ‘강호의 세계에 뛰어든다’고 말한다. 내가 아직 그 ‘강호의 세계’에 대한 감이 없던 때에는 열심히 성실하게 환자를 대하다보면 ‘강호의 고수’가 될 수 있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강호의 세계에 뛰어든 4년 남짓의 봉직의 생활과 선배나 동료의사들의 이야기들로부터 깨달은 것은, ‘강호의 고수’는 단지 성실함이나 의학적 실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병원은 이미 어정쩡한 영리기업의 형태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체제의 정점에 근접하고 있는 실정이었고, 그 안에서 의사들은 그야말로 ‘신음’ 중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돈 밝히는 의사’는 과거에도 많긴 했다. 상당한 비난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돈 밝히는 의사’를 비난하기는 많이 어려워졌다. 과거의 의사는 온전히 자신의 부를 위해 돈을 밝혔지만 지금은 생존과 생활의 유지를 위해 돈을 밝힐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조로 인해 돈을 밝혀야 하는 의사들을 폭넓게 양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봉직의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적절한 치료 권유나 정성보다는 월 단위로 정산되는 병원실적에 내가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가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 중요해졌다. 이 현실이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기에, 주변에서 들리는 환자들의 불만이 종종 그 의사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동정심으로 이어질 정도이다.
분명한 것은 의료는 이미 산업이 되었고, 무한경쟁의 자본주의체제 그 톱니바퀴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의료의 사회적 역할과 본질에 비추어 봤을 때, 분명히 잘못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두고 언론이나 여론이 의사들만의 잘못으로 매도하는 것 역시 잘못된 모습이다. 《병원장사》가 그 이유를 매우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의료가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길 바라는 개인의 입장에서, 이 책은 현재의 의료가 왜 점점 더 망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생각한다.
의료보험으로 시작해 건강보험으로 이어진 제도는 분명 좋은 정책이다. 문제는 의도적인 저수가정책으로 일관해 변화하는 경제적 환경 안에서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과 더디기만 한 건강보험의 보장수가율 변화와 대상확대, 그리고 사보험과의 경쟁에서 점점 우위를 상실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는 이윤추구 시스템의 한 톱니바퀴로 전락되고, 개개의 의사가 이윤추구를 위해 뛰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 조성된다. 어쩔 수 없이 의사가 환자를 쥐어짬으로써 병원조직에 인정을 받고 자영업자로서 생존을 추구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을 일반화시켜 ‘의사들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에는 이 같은 문제 상황에 대한 비중이 상당한 게 사실이다.
거기에 빅5라 불리는 병원들의 독식은 교통시스템의 발달과 더불어 심화되고 있고, 한 술 더 떠 환자들이 요구하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에의 욕구는 그들의 독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환자들의 욕구를 두고 무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변방의 많은 병원과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생존과 실적에 대한 압박이 강하다. 이는 국가나 제도가 나서서 질환의 중증도 관리 등의 교통정리를 통해 환자분산을 해주어야 할 문제이지만, 산업화가 본격화되고 자본화가 심화되면서 그 일들이 성장논리에 맞지 않아 불필요하다 치부되어버렸다. 그러나 책에도 나와 있듯, 영리병원 또는 영리를 추구하는 대형병원이 더 나은 서비스와 의료의 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그러한 평가가 이제야 막 시작된 참이고 책에는 그 첫 번째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환자들의 의료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입장에선 무척 반가운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포괄수가제* 에 대해 작은 목소리로 몇 번 성토한 일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유는 공공재로서의 의료가 완벽히 역할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포괄수가제는 의사를 두 번 쥐어짜는 제도일 뿐이다. 항간에 개원가에서는 포괄수가제에 따른 수당이 있어 그나마 수익을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저수가를 바탕으로 책정된 수당과 질환에 대한 진단만으로 묶어버려 환자의 처치나 경과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한 완충이 전혀 없다시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없이 불편하고 불합리하기만 할 뿐이다. 출혈이 심한 치질환자의 경우 수혈과 증상완화에 필요한 처치, 대장내시경까지 생각하다 보면 현재의 포괄수가제 안에서는 가장 필요한 수술을 입원 한 번으로 모두 해결할 수 없었던 개인적 경험도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적정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좋겠지만, 제도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바탕으로 성립이 된다면 그 제도는 합리적으로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은 그럴 의지도 없어 보이고, 의료의 산업화와 병원의 영리화에 대한 비판도 없어 보이며, 오히려 그런 추세에 무언의 동조를 보내는 듯한 뉘앙스도 풍긴다.
의료는 어떤 입장에서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개개인의 질환과 경과에 대해 확답할 수 없으며, 환자의 기대나 시술과 처치의 효율 앞에서 다른 이면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입장도 존재한다. 정치적으로는 의사들의 오랜 콩가루성향이 현재와 같은 불합리와 의료왜곡을 자아낸 원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 시스템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느낌이다. 터져 나오는 의사들의 발언과 행동이 그 자체로 환자를 담보로 한 무책임하고 위협적인 이기심으로 돌변하는 현상을 보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질이 왜곡된 의료산업과 그 안에서의 의사들의 처지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읽고 난 후에는 부디, 이 사회에서 양심적인 의사들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를 한탄할 것이 아니라, 양심적이고 싶은 의사들에 대한 응원을 좀 더 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서로간의 이해와 응원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었는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오늘의 책을 리뷰한 ‘민욱아빠’님은?
현직 외과의사입니다. 서울에서 수련생활을 마치고 제주로 내려와 생활한 지 1년 6개월이 되어가는 '제주이민자'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많은 의미를 생각해보려 노력하고, 계급적인 견지에서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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