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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1 - 세계문학전집 85

2015년 8월 10일 오늘의 책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 세계문학전집 85

D. H. 로렌스 | 민음사 | 2003.09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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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로렌스 재단과 정식 게약하여 출간하는 결정판 텍스트 D. H. 로렌스의 마지막 소설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문제작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주)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에로티시즘의 대명사쯤으로만 인식된 채 ‘채털리 부인의 사랑’ 혹은 ‘차타레 부인의 사랑’과 같은 부정확한 제목을 달고 수십 종이 출간되었다. 출판 금지 과정을 거치면서 훼손되었던 원고가 이후에도 그대로 출판되면서, 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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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인의 진짜 존재 방식


세상이 결코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섹스를 솔직하고 깨끗이 드러내는 행위이지요. 더럽게 감추며 욕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섹스를 더럽히고 욕할수록 그만큼 더 섹스를 좋아하지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자신의 섹스가 지닌 진정한 가치를 믿고 그것을 더럽히려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여지없이 당신을 거꾸러뜨리고 말 겁니다. (2권, 235쪽) 

소설 속 덩컨 포브스라는 예술가가 주인공 코니와 멜러즈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섹스 자체보다 섹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인데, 논리는 실상 소설이 처할 상황을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D.H.로렌스가 사망하기 2년 전에 어렵게 완성한 『채털리 부인의 연인』 (민음사, 2006)은 직설적인 성적 묘사와 섹스 미화 논란으로 그 어느 작품보다 힘든 곡절을 겪어야 했다. 생의 본질로서 성(性) 이야기를 전하려 했던 로렌스의 의도는 사후 30년이 지난 1960년에야 무삭제판 출판이 가능해지면서 온전하게 전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소설을 둘러싼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담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논란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는 점만으로도 책은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콘스탄티 채털리(코니)의 남편 클리퍼드 채털리가 결혼한 지 일 년 만에 하반신 불구가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고향인 라그비 저택으로 돌아온 클리퍼드는 글을 쓰며 심신을 치유해 나가지만 ‘자유로운 영혼’ 코니는 클리퍼드의 수발과 단절된 저택생활에 지쳐간다. 그러다 그녀는 자수성가한 유명작가 마이클리스와 관계를 갖게 되지만 남성 혐오감만 커질 뿐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수발을 전담해줄 볼턴 부인을 들이면서 여유를 갖게 된 코니는 산책 중 숲에서 사냥터지기 멜러즈를 보게 되고 신비로운 이끌림을 경험한다. 우연과 의도가 겹친 만남에서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국 밤을 함께 보낸다. 배우자의 존재와 신분상 차이에도 불구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벽한 일체를 경험하게 된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만남이 잦아지고 대범해지면서 둘의 관계에 대한 의심은 커지고 코니는 멜러즈의 아이를 갖게 된다.

책을 읽고 나면 소설의 선정성이 기대보다 높지 않다는 것에 놀랄 수 있다. 물론 독자의 나이에 따라 반응의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700여 페이지의 분량에서 성행위에 대한 묘사는 8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시적 표현이 많아 수위가 높다고 하기 어렵다. 다만 수차례 나오는 직설적인 성적 단어나 비속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파격적이다. 문학이라는 장르에 담기 적합하냐에 대한 논란의 소지는 있다. 그러나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중요 메시지, 이른바 인위적이고 관습적인 ‘깨끗함’의 위선을 비꼬는데 여과 없는 성적 문구가 중요한 상징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소설의 상징성은 주요 인물들의 설정에서 이미 두드러지는데, 우선 클리포드가 하반신 불구라는 사실은 권위적 의식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류계급의 편협성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환자용 모터의자를 타고 산길을 짓밟는 모습은 산업화 기수로서의 면모를 상징하는데, 글을 쓰면서도 물질과 자본에 집착하는 클리포드의 이중성은 소설 말미 볼턴 부인에게 보이는 유아기적 성적 행동이라는 퇴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귀족 계급이라는 것은 하나의 역할로서, 운명의 한 부분을 맡은 존재인 거야. 그리고 하층 대중이란 것도 운명의 또 다른 부분을 맡아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야. 개개인은 거의 중요하지가 않아. 문제는 우리가 어느 역할을 하도록 길러지고 길들여지는가 하는 점이야. 귀족 계급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냐. 그건 바로 귀족 계급 전체의 역할과 기능인 거야. 그리고 평민을 평민의 존재로 만드는 것 역시 하층 대중 전체의 역할과 기능인 것이지. (2권, 50쪽)

한편 사냥터지기 멜러즈는 하층계급을 대변하는 인물이지만 전쟁 중 장교로 복무했을 만큼 지성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상류층으로의 편입을 거부했는데, 이는 코니의 첫 번째 외도상대인 마이클리스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완벽한 표준영어를 구사할 수 있음에도 사투리를 쓰고, 임금을 받지만 예속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여러모로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배금주의로 치닫는 세상에서 인간적 감정과 육체적 생명력을 놓지 말자는 메시지 말이다.

사람들의 기는 다 죽어 없어져버렸소. 자동차니 영화니 비행기니 하는 따위가 사람들에게서 마지막 남은 기까지 다 빨아 없애버리고 있소. 분명히 말하건대, 새로 태어나는 세대마다 점점 더 토끼처럼 소심해지고 고무관으로 된 창자와 양철 다리와 양철 얼굴을 하고 있을 거요. 양철인간인 거지! 그건 모두, 인간다운 것을 말살해 버리고 기계적인 것을 숭배하는, 일종의 강고한 볼셰비키주의 같은 것이라오. 돈, 돈, 돈만이 절대적이지! 모든 현대인의 무리가 진짜로 쾌감을 얻는 일은 바로 인간에게서 본래의 인간적 감정을 말살해 버리는 일, 즉 인간 본래의 아담과 이브를 분쇄해 없애는 일이라오. (2권, 126쪽)

마지막으로 주인공 코니는 정신적 성장과 육체적 자각을 함께 경험하는 진취적 인물을 상징한다. 평온한 귀부인으로 사는 삶이 아닌 멜러즈와의 모험을 선택하는 등 성적으로 자유롭고 자신의 행복을 개척하는 모습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주체적 여성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 자아, 부끄럼 없이 벌거벗은 자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떤 승리감을, 거의 허세를 부리고 싶기까지 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랬다! 바로 이거였다! 이게 바로 삶이었다! 이게 바로 자신의 진정한 존재 방식이었다. 위장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2권, 196쪽)

성적 코드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을 집중해서 보면 작품이 지닌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성 이야기 속에 숨겨진 깊숙한 상징을 찾는 것은 독자에게 주어진 즐거운 의무다. 삶의 주체적 선택으로서 ‘성’이 읽혔음 한다.

가슴이 따뜻하다는 것의 가치를 난 믿소. 특히 사랑에 있어서 따뜻한 가슴이 되는 것, 즉 따뜻한 가슴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난 믿소. 남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성행위를 하고 여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잘되리라고 난 믿고 있소. 차디찬 가슴으로 하는 그 모든 성행위야말로 바로 백치 같은 어리석음과 죽음을 낳는 근원인 것이오. (2권, 103쪽)


| 펜벗 일문일답

Q. 서평에서도 언급하셨듯 이 책은 사회의 ‘위선적인 깨끗함’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된 한 출판사의 부조리가 사례로 생각납니다. 인문적 소양과 교양을 강조하는 집단이 제 앞가림을 못한 모습이랄까요.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서 따뜻한 가슴으로 하는 성행위를 사회 회복의 대안으로 제시했다면, 준솔파파님은 우리 사회에 어떤 할말이 있으신가요?
‘성은 신의 선물이며, 인간에게 산란기가 없음은 성이 종족보존 이외의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쇼펜하우어(Schopenhauer)는 말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며, 사랑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진실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성행위가 문제 되는 것은 그 본질에서 ‘사람과 사랑’이 배제되고, 상업적으로 무분별하게(혹은 은밀하게) 생산, 유통, 소비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따뜻한 교감이라는 성의 본질을 되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을 해소대상으로 여기고 구조적으로 착취, 훼손하는 몰지각한 권력집단과 마초적 남성성을 적극적으로 추방해야 합니다. 평생을 보듬고 지속해서 가꾸어야 할 배려와 자기조절의 영역, 유쾌하고 신나는 삶의 표출로 성이 솔직하고 당당하게 바로 서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준솔파파 님의 특별한 독서 방법이 있으신가요?
‘쓰는 독서, 함께 독서’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중심에 서평이 있습니다. 서평을 쓰는 것은 책을 오래 기억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최선의 독서 방법입니다. 내가 느낀 감정과 사고를 세상에 말하고,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요. 이런 의도와 즐거움 때문에 좋은 책을 읽으면 되도록 서평을 쓰려고 노력해요. 블로그에 글을 공개하고 서평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팟캐스트를 청취하며 ‘듣는 독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준솔파파'님은?

대학에서 서양사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나 책과 영화를 통한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라는 열혈학습 중년. 금융회사에서 기업평가 업무를 담당하나 사내 책 동아리 운영에 더욱 열심이다. 서평 블로그 ‘준솔파파의 북북긁기’(blog.naver.com/tyworld76)를 운영하며 오늘도 열심히 읽고 쓰고 있다. 반디앤루니스 ‘펜벗’ 2기,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6, 7기, 『책으로 다시 살다』 (북바이북, 2015) 공저자로 언젠가 서평집을 내는 것이 40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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