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0일 오늘의 책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글항아리 | 2010.08
분류 : 역사/신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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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시대 여성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 안다 하여도 그것이 과연 실상에 부합하는 앎인가?” 역사, 그 절반은 여성의 몫이었다. 하지만 기록의 역사나 기억의 역사에서는 그 몫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조선의 여성은 단군신화의 웅녀처럼 ‘참을 인忍’ 하나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고구려 신화 속의 유화 부인처럼 자식을 성공시킨 어머니를 꿈꾸며, 백제 사람 도미의 아내처럼 일편단심 남편을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알다시피 조...
조선의 주자를 자임했던 송시열은「사임당의 난초 그림에 대한 발문」에서 “과연 그 율곡 선생을 낳으심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림에 대한 감탄은 사임당의 기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신에 있었다. 이러한 사임당의 혼이 율곡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임당의 산수화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의「사임당의 산수도에 발문」을 보면 ‘이 족자는 그림을 전공하는 화가의 규모와 같고 한 때 우연히 장난삼아 그림 같지는 않습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조선 여성의 일생』을 보면 이러한 차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부덕(婦德)과 부덕(不德)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임당이 그린 정물화는 유교적 이념을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면 산수화는 정반대였다. 조선시대 여성관은 삼종지도(三從之道)와 4행(四行)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삼종지도는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며,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른다는 것이다. 또한 4행은 부덕(婦德), 부언(婦言), 부용(婦容), 부공(婦功)이었다. 부끄럼없이 행동하는 것 못지 않게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것이 조선의 여성이었다. 오죽했으면 『여사서(女四書)』,「내훈(內訓)」을 보면 ‘일하지 않는 편안함은 몸에 상처를 입히는 예리한 칼과 같은 것이다. 비록 그 칼날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이러한 유교적 질서는 남성에 의해 규범화된 것이다. 여성이 사회적, 역사적 인간이 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여성에게는 ‘말의 힘’이 미약했다. 조선시대에는 ‘여자의 목소리가 담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성이 말을 잘하는 것이나 말이 많은 것은 부덕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른바 여성에 대한 무엇을 하지 말라는 ‘금지용법’은 여성의 진정성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여성의 위장된 실심(失心)은 오직 헌신과 희생이 미덕이 되었다.
또한 여성에게는 교육은 학문의 깊이보다는 품성이 우선시되었다. 가령, 이덕무의『사소절』에는 여성이 평생 지켜야 할 몸가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정에서는 효녀가 되고, 결혼함에 순부(順婦), 숙처(淑妻)가 되고, 자녀를 낳음에 현모가 되며, 불행히 과부가 되거나 환난을 당함에는 평소의 뜻을 변치 않게 하고 정녀(貞女), 열녀(烈女)가 되어 후세에 여종(女宗)이 된다. 이렇듯 여성에 대한 지배와 통제를 정당화하는 성리학적 명분론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은 다름아닌 ‘여군자(女君子)’였다.
그런데 여성의 규범이 비록 여성의 본심을 억압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실존을 위해 반드시 지녀야 했던 것은 사실이다. 만약 며느리나 아내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규범이 아니라 규범의 방향성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그 방향이라는 것이 앞서 말했듯 남성 중심의 편향적이고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당대의 현안에 대해 여성 지성인들은 경전 자체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관점으로 전통에 접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유교적 이념이 아니라 실생활 관점에서 규범을 받아들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각도에서 ‘조선 여성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삼종지도의 규범이 여성의 진심일까? 라는 의구심은 역사를 해석하는 또 하나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남성의 시선과 잣대로 여성의 삶을 파편화하였다면 이 책은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현모양처’ 혹은 ‘율곡의 어머니’라는 사임당의 이미지가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 더 이상 질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여성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여성의 위상을 회복해줄 ‘또 하나의 역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吾友我’ 님은?
다독보다는 정독을 좋아하고 버스보다 전철을 좋아하고 집보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독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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