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0일 오늘의 책
똘스또이 | 창비 | 2012.10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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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똘스또이의 중단편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창비세계문학 7권으로 출간됐다. 삶에 대한 똘스또이의 생각과 문제의식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분석·묘사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보편적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똘스또이의 중단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 판사로서 남부럽지 않게 성...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나도 그렇다. 마음먹고 앉아 그 이유를 찾아보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우울한 생각, 당장 일어날 일도 아닌데 뭐 미리부터 걱정하나 싶어서다. 짧은 시간에 스치고 지나갔던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자면,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이 즐거운 세상을 더 누릴 수 없다는 것, 곱게 죽을 확신이 없다는 것(뭔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을 것만 같다), ‘나 혼자’ 가야 할 길이라는 것.
첫 번째 이유는 나이 들어 이승에 대한 미련이 그다지 많지 않아진다면 자연스레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는 노인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어느 정도가 되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때가 오지 않을까. 두 번째 이유는 그야말로 사서 걱정인 셈이다. 자다가 죽는 것은 엄청난 복이라며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분위기라 나는 당연히 아프게 죽을 것이라고 지레 무서워하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어렵긴 하지만 나의 의지에 따라 삭제 가능한 이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이야기는 좀 다르다. ‘나 혼자’가 되는 것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두려운 일이다. 삶은 제각각이지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서로 닮은 꼴에 위안을 받고 무리를 이루며 산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서서히 세상 사람들로부터 ‘이방인’이 된다. 이해받고, 공감되지 못하는 고통. 외로움은 몸의 고통보다 더 무섭다.
그는 자기 집 응접실이 그 사람들의 응접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으며, 그리고 자신도 그들과 다름없이 똑같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흡족해했던 것이다. (47쪽)
이반 일리치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런 심각한 일이 그의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고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세상사가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59쪽)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중견 판사 이반 일리치는 어느 날 원인 모를 병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여러 의사를 만나보았지만 누구도 그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않았고. 고통으로 인해 괴팍해져 가면서 가족들과도 멀어졌다.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생기 넘치고 일상적이지만, 이반 일리치는 그 무리에 더 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무리에서 떨어져 이방인이 된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억울해하고 부정한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만을 주는 ‘죽음이란 놈’을 원망도 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들려온 영혼의 목소리를 통해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닐까?” (103쪽)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래, 모든 것이 잘못되었었다.”(116쪽)고 인정하기까지 증오심과 그에 따른 고통 속에 머물러야 했다. 그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순간 통증과 죽음은 사라진다. 오로지 기쁨만 있을 뿐이다.
이반 일리치가 죽음 대신 빛을 만나 기쁨 속에 있을 때도 가족들 눈에는 두 시간이나 더 괴로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옆에서 가족들이 임종을 지켜보아도 결국 죽어가는 사람은 혼자라는 얘기다. 아무도 그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게 꼭 불행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홀로였기에 자신의 삶을 제대로 정리하고 해방되고 빛을 만나게 된 것 아닐까?
‘혼자’가 된다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이반 일리치의 여정을 통해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걸어온 삶을 되돌아볼 마지막 기회,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는 못해도 적어도 알고 인정하고 해방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까. 비슷한 사람들 틈에 있으면 안도감 때문에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회피하지 않을까? 철저히 혼자가 되지 않는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고 기쁜 마음으로 영면(永眠)에 들기 위해 홀로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기꺼이 이방인이 되자.
“복싱하는 독서가”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승원마눌입니다. 블로그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복싱과 책읽기를 즐겨하는 주부입니다. 요즘은 마라톤에 빠져있어요. 흔히 책 읽는 사람들은 몸으로 움직이는 일에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시작했답니다. 독후감쓰기 모임, 독서토론모임, 가족독서토론을 하며 늘 책 가까이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