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0일 오늘의 책
시민건강연구소 | 낮은산 | 2018.07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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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정, 소득 불평등, 부정부패, 혐오와 차별… 몸은 사회가 기록되는 살아 있는 보고서이자 그 자체로 정치적 공간이다! 이사회의 불평등은 우리 몸에 어떻게 새겨지는가 피로의 누적과 그로 인한 건강 이상 신호는 나의 나약함 때문일까? 산업재해는 개인의 부주의나 위험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강남구와 금천구의 기대 수명이 10세나 차이 나는 것은 그저 우연에 불과한 일일까?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은 각자 마스크를 쓰고 ...
올해 초에 읽었던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비슷하게 사회역학을 다루는 책이다. 여름방학 때 세미나를 하면서 사회적 배제에 대한 글을 인상 깊게 읽어서, 관련된 내용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빌려왔다. 추석 연휴 동안 조금씩 읽어서 다 끝낸 책! 새로운 생각거리를 많이 준 책이다.
우리는 건강한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힘,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기회를 제한하는 거대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힘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위에서 말한 ‘사회적 배제’란 텍스트 내에서, ‘특정한 개인들과 그룹들이 어떤 주어진 환경에서 제도와 가치에 의해 고안된 사회 표준 내의 자율적인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위치로의 접근을 제도적으로 금지당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삶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화되고 영구적 위기에 놓인다’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는데, 그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인 것 같다. 개인의 선택지와 기회가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상황들.
한 문제의 사회적 원인을 밝히는 게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곧 사회적 접근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사회적 해결책 마련을 위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려버리면 당장 편한 마음 외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산재는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비슷한 형태로, 그것도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 처지에서 본다면 ‘위험의 불평등’, 기업 처지에서 본다면 ‘위험의 외주화’인 셈이다. 대학에 와서 2년 연속 4.30 문화제에 참여했고, 여러 노동 의제들을 접했다. 놀랍도록 비슷한 일이 여기저기 계속해서 일어난다. 가장 위험한 일은 가장 약한 사람들이 한다. 여기서 약하다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말이다. 그들에게 더 좋은 선택지가 없는 건 그들이 노력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몇 안 되는 선택지가 그렇게 나빴던 것도 그들이 노력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한국 여성은 여성 친화적 일자리를 통해 노동시장의 영원한 2등 시민으로 남거나, 회사 일과 가사 노동의 이중 부담으로 골병든 슈퍼우먼이 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행여나 과도한 노동시장 스펙을 쌓거나 결혼, 출산 지연으로 이중 부담을 회피하려 했다가는 저출산 문제의 주범으로 몰려 범국가적 비난까지 받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주의 세미나를 한 지 얼마 안 돼서 이 부분을 읽었는데 아주 깔끔한 요약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출산 장려 정책의 대부분이 여성에 집중한다는 것부터가 여성을 주 양육자로 설정해놓고 있다는 의미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서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으니 여성에게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일자리를 주자! 이 사고 과정 어디에서도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직도 돌봄 노동은 어머니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요즘은 주변 친구들과 결혼, 출산, 양육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여성과 남성의 반응이 확연히 다른 게 느껴졌다. 몇 명 안 되는 표본임에도 여자인 친구들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반응(‘결혼은 하되 아이는 낳지 않겠다’, ‘절대 결혼 안 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다’ 등)을 내놓은 반면, 남자 친구들의 반응은 ‘좋은 게 좋은 거지’ 느낌으로 비슷했다. 한 친구가 ‘대한민국 남자가 굳이 굳이 비혼을 다짐할 이유가 많이 없다’라고 한 것도 생각나고. 그렇다면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은 여자들은, 아직 엄마가 아닌 여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디로 갈까.
사회 불평등은 우리 몸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그 상흔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등한 사회가 간절하며, 특히 모든 어린이가 출발선에서부터 평등한 시작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불평등, 약자성은 절대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것에 가깝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날, 공기청정기를 갖춘 실내에만 있을 수 있는 사람과 공기청정기를 살 수 없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지침은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겐 쓸모가 없다. 이 외에도 실제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염증 지표가 높게 나왔다는 것, 또 사회경제적 지위의 상승 또한 또다른 염증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소득 불평등이 건강의 불평등으로 바로 나타난 것이다. 몸이 사회를 기록한다, 는 책 제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부분!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은 호혜성과 연대로 이어진 ‘우리’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의 전체적인 메시지. 개개인의 아픔이 실은 사회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 흔히들 스트레스받으면 몸 어딘가가 고장난다고 하는데 사회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수치와 통계로 알게 한 책. 다만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은 책인만큼, 꼭지마다 한두 개의 연구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쳐서 여러 주제를 짧게 짧게 접하고 싶을 때 좋은 것 같다.
오늘 전공 수업에서 신문을 읽는데, 소수자와 난민 혐오 여론을 만들기 위해 가짜 뉴스를 배포한 극우 기독교 단체에 관한 기사가 1면에 있었다. 마음이 답답하다. 책에도 나오지만, 누군가에게 강한 편견을 가진 채 미워하고 분노하는 차별 가해 집단에게도 건강 이상이 나타난다. 혐오는 모두를 멍들게 한다. 다 함께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누군가는 책 표지를 보고선 이 책을 읽던 나에게 ‘세상이 네 생각처럼 불공평하지만은 않아’라고 말했다. 물론 그 직후에 바로 그 입으로 이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혐오를 여러 번 일깨워주었지만 하하. 책에서도 나왔듯 내 안의 편견부터 들여다보고 나아지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이 조금은 밝아질 거라고 희망을 가져보기 품어보기. 그래서 오늘 혜화역 4번 출구 앞 빅이슈 아저씨의 미소가 특히나 좋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y0ungle'님은?
네이버 블로그 ‘내가 사랑한 순간들’에 조그맣게 글을 씁니다. 내 작은 조각들이 당신에게도 다정한 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