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0일 오늘의 책
박솔뫼 | 아르테 | 2018.12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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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성별, 지역…… 우리는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일단 어디든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처럼.”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은 박솔뫼 작가의 여덟 번째 작품집 『인터내셔널의 밤』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한솔과 나미 두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내셔널의 밤』은 심드렁하게 읊조리는 혼잣말들이 의미를 내포하고 소설의 형상을 갖추며 그리하여 깊이 숨겨져 있다가 예상...
등단 10년을 맞은 박솔뫼 작가가 아르테의 새로운 포켓북 시리즈 『작은책』으로 돌아왔다. 『작은책』의 첫 작품인 장편 소설 『인터내셔널의 밤』은 보편적이면서 보편적이지만은 않은 보편시민을 박솔뫼 작가 특유의 감성 넘치는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에 나온 “당신은 보편시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되돌아가세요.”라는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대체 보편시민은 무엇이고 보편시민이 아닌 시민은 무엇인가.
부산행 기차에 오른 한솔의 덤덤한 시각은 소설의 시작부터 무겁지 않으나 결코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를 끌어갔다. 『인터내셔널의 밤』은 박솔뫼 작가 특유의 섬세한 풍경 묘사와 분위기 묘사가 더해져 그 순간의 공기까지 온몸으로 느끼며 쉬지 않고 끝까지 내달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한솔은 일본에 거주중인 친구 영우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듣곤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부산행 기차의 지정좌석에 앉아 낯선 생각을 하던 한솔의 옆자리엔 종교단체로부터 도망친 나미가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와의 대화조차 불편했던 한솔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편적 시선으로 자신과 대화를 이어가던 나미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둘은 부산을 향해 출발한 기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정에 오른다.
자신의 세계에서 결국 인정받지 못한 둘의 만남은 어쩌면 기차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까. 나이도, 이름도, 거주 지역도 알지 못하는 한솔과 나미였지만 둘은 오히려 편안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부산에 도착해서도 나미는 용기를 내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한솔과 동행하기로 하며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한솔은 출국절차를 밟게 되고 보편적 시민임에도 보편시민이 될 수 없었던 한솔은 출국절차 마저도 커다란 관문이 되어 단계를 지날 때마다 돌려받는 질문들 속에서 보편적 시스템과 제도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넘어 환멸을 느낀다. 이국땅을 밟은 한솔이 느낀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이 그저 지친 현실로 부터인지 아니면 앞서 넘은 장치로 부터인지는 한솔 그 자신도, 우리도 알 수가 없다.
한솔은 점점 더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사회 체제 속에서 보다 보편적인, 보편시민이 되는 과정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러한 삶에 순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으면서도 반대되는 나미는 자신이 속해있던 굴레(그것은 사회로 보았을 때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들 안에서는 보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를 벗어나 지난 세상을 등지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가며 그러한 자신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참 단순한 이야기다. 기차에서 만난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아주 짧은 시간을 다루었고 보편적이지 않은 두 사람을 보편적인 시각에서 그려냈다. 이 단순한 이야기는 시리즈의 제목인 『작은책』만큼이나 작고 단순했으나 그 깊이는 바닥이 없다. 가볍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빠르게 읽기도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생각하면 굉장히 심오한 작품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earlvint'님은?
지성의 쾌락을 위해 오늘도 독서하는 김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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