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선택하는 건 성인이 된 후에야 가능하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존재와 가족에 대해 불만과 의문을 가진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형제나 부모에 대한 원망 같은 것 말이다.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선택하는 과정인 결혼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것일 테고. 절대 그들과 같은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음에도, 불현듯 아이의 모습에서 부모나 형제를 발견하게 될 땐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라 성격이나 사고까지 닮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여섯 살》에도 이처럼 놀라운 대물림이 있는데 그건 바로 반점이다.
소설은 2004년 현재 여섯 살인 소년 '솔'을 시작으로 그와 똑같이 여섯 살인 네 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한다. 솔과 솔의 아빠인 랜돌, 랜돌의 엄마 세이디, 세이디의 엄마인 크리스티나의 여섯 살 시절을 들려준다.
첫 번째 내레이션의 주인공인 솔은 캘리포니아에 살며 가정적인 엄마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아빠를 둔 매우 영특한 아이다. 솔에게 유일한 결점은 왼쪽 관자놀이에 있는 반점이다. 솔은 이 반점을 제거함으로써 완벽해지려고 한다. 그 반점은 솔의 아빠인 랜돌, 할머니 세이디, 아빠의 외할머니인 크리스티나에게도 있는 유전적 특징이다.
솔의 이야기를 거슬러 1982년 랜돌의 여섯 살로 이어진다. 뉴욕의 랜돌에겐 자기 중심적인 엄마 세이디와 그런 엄마와 달리 자상한 유대인 아빠가 있다. 엄마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랜돌의 여섯 살은 우울하고 슬프다. 랜돌의 가족은 엄마의 연구 때문에 이스라엘의 하이파에서 1년을 보낸다. 랜돌은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그곳에서 ‘누자’라는 소녀를 만난다. 누자를 통해 랜돌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된다.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누자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게 슬플 뿐이다.
이제 1962년 세이디의 이야기다. 여섯 살 세이디는 캐나다에서 엄마가 아닌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가수인 크리스티나가 어린 나이에 세이디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리운 엄마는 항상 바빠서 자신을 보러 올 시간이 많지 않고, 함께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또한 엄격해서 세이디는 어리광 한 번 제대로 부리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여섯 살 소녀 답지 않게 일찍 철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왼쪽 엉덩이에 있는 반점 때문에 자신이 더러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세이디는 엄마와 함께 살기를 원한다. 엄마가 결혼을 하고 뉴욕으로 오면서 드디어 함께 살게 된다. 친 아빠는 아니지만 엄마와 결혼한 피터도 맘에 든다. 그러나 이런 행복은 엄마가 이름을 '에라'라고 바꾸고 '루트'라는 사람이 찾아오면서 불행으로 변해버린다. 루트와 에라는 어떤 사이일까.
에라가 크리스티나였던 시절, 크리스티나의 여섯 살인 1944년의 독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티나는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다. 호기심이 많고 영민한 아이다. 전쟁에 참전한 아빠가 있고 자상한 조부모와 우아한 엄마가 있으며 언니와 오빠가 있다. 모든 게 완벽하다. 왼쪽 팔에 있는 반점까지 말이다. 그런데 군대에 간 오빠가 죽고 요한이라는 남자 아이가 입양되면서 크리스티나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요한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언젠가 그레타가 했던 입양아라는 말을 떠올린다. 요한은 자신의 이름이 야넥이며 폴란드인으로 독일군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말한다. 크리스티나는 혼란스럽지만 야넥의 말을 믿고 그를 따른다. 독일이 패망하고 야넥과 크리스티나는 자신들의 부모를 찾아 그 집을 떠나게 된다.
“나는 너와 같이 있을 거야ㅡ여기서. 그리고 이제부터 내 진짜 이름은 루트가 될 거야. 우리 아버지가 슈체친에서 현악기 가게를 하셨거든. 우리가 어느 나라 말을 하게 되든, 이 악기 이름은 내 이름이 될 거야. 네가 이 반점을 만지거나 생각만 해도, 나는 루트의 현처럼 네 안에서 네 노래의 반주를 할 거야. 루트, 루트, 루트. 발음을 해 봐.”
“루트. 루트, 루트.” 내가 속삭인다.
“자 이제 네 이름을 골라.”
그러자 갑자기 한 이름이 떠오른다. “에라.”
“에라. 에라. 그래, 좋아. 나는 에라를 포즈난으로 데려가고, 너는 루트를 토론토로 데려가는 거야. 됐지? 에라와 루트.”
“루트와 에라.”
“그리고 나중에…… 내가 너한테 갈게. 우리가 어른이 된 다음에. 가능한 한 빨리. 네 노래로 너를 찾을 거야.” (354쪽)
크리스티나가 평범한 독일인이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에라라는 이름을 간직하지 않았다면, 반점을 없애버렸다면 말이다. 아니, 그 시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여섯 살 소녀는 어떤 아이로 자랐을까.
소설은 세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이야기 속에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든다. 매혹적이다. 6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각기 다른 여섯 살의 시선을 통해 그들의 슬픔과 상처를 보여준다. 이를 만든 건 결국 그 시대의 어른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이라크 전쟁, 2004년 현재 핵이 존재하는 모습까지 말이다. 여섯 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분쟁과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져 있지만 이를 담아내고 있는 문장이 더 없이 유려하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설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자목련'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