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일 오늘의 책
장류진 | 창비 | 2021.04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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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우리 저기까지 갈 거잖아.” 출근길을 응원하는 장류진의 목소리 『달까지 가자』는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세 직장동료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의 일상과 우정을 그린다. 브랜드실 스낵팀의 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은상 언니, 회계팀의 지송은 각각 경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서로를 ‘동기’라고 생각하는 사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그들에게 ‘회사 사람...
세상에는 어쩌자고 이렇게 재밌나 싶은 글들이 있다. 그냥 몇 줄의 단상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끌어가는 이야기라서 늪처럼 자꾸만 빠져들어가는데, 어서 저 끝에 도달하고 싶으면서도 빠져드는 지금 이 순간이 황홀하여 끝이 가까워지는 것조차 아까워지는 그런 글. 장류진 작가의 소설이 그렇다. 그녀는 이전의 단편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그게 무엇이든,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나야말로 그런 작가의 말에 감사할 지경이다. 제발, 계속 써주시기를.
제목처럼 달까지 가자고 약속하는 사람들은 한 제과회사의 비공채 출신 사원 셋이다. 그녀들은 중력을 거슬러 광대와 입꼬리를 올리고, 의외로 상식적인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는 것을 절감하며, '내 상식의 스탠더드가 너무 높을지도 모른다'는 반성을 한다(p.131). 적당한 사교적 멘트와 자본주의 미소를 탑재하고 괄호 속에는 험한 욕을 넣어두는 사회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다행인 것은 그들이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도 '친구'가 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홀로 스트레스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울분과 고통의 충실한 목격자가 되어주며, 가끔은 압력이 너무 커져 아예 깨져버리지 않도록 실금 같은 구멍으로 스트레스를 푸슈슈슈 내보낸다(p.14). 다만 그 내보내는 정도가 말 그대로 시시하고 미미하기 때문에 적은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1 만큼 향상된 삶을 사는 대신 뭔가 급진적이고도 아름다운 성장곡선을 체감하고 싶어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가상화폐 이더리움이다.
돈을 좋아하고 계산에 밝은 은상언니의 '떡상'이 시작이었다. 평소 저렇게 하이 텐션일 리 없는 언니가 어깨뽕이 솟는 것을 숨기지 못하자 동생들은 무슨 일이냐고 캐묻는데, 언니는 가상화폐 어쩌고 채굴 어쩌고 하더니 같이 이더리움을 하자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헛소리인가 손사레를 치던 '나'는 '턱'이 없는 삶의 팍팍함을 마주하고 언니에게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는다. '글자 수를 헤아려가며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우울한 글짓기를 또다시 기약 없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회사에 남아 있었지만(p.28),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갈 길이 멀어 과연 끝까지 길 위에 서 있을 수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달'까지 가자는 건 이더리움의 가치가 저 하늘 높이까지 치솟았을 때 익절하자는 의지이자 기원이다. 이후에는 '따지고 보면 본전에서 잃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누가 내 7,000만원을 냅다 빼앗아간 기분'과 '알 수 없는 곳을 향한 분노'와 스스로에 대한 안쓰러움이 번갈아 춤을 춘다. 그녀들은 달에 갈 때까지 버티자는데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정말로 누구나 이런 걸 누릴 자격이 있는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들이 결코 허황되거나 바보 같거나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없어서 슬펐다. 그녀들은 똑똑했다. 부동산 중개인의 눈에 어떤 집이 완벽해 보인다면 '이제부터 이 집의 흠결은 내가 셀프로 찾아야 한다'고 해석할 줄 알았고, '여기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내 기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감(p.183)'이 들 때는 우려할 줄 알았다. '나라는 사람에게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애가 날 좋아한다니 이렇게 희박하면서 복에 겨운 일이 또 있을 수 없다'는 사실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는데 그녀들은 진작에 간파했다(p.238).
단지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흔한 말이지만 그런 자연스러움은 결코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p.196)이 문제였을 뿐이다. 그녀들이 자신의 삶을 충분히 음미하고 '일단은' 출근하게 되기까지, 달까지 쏘아보내지지만 큰 진폭으로 흔들리는 재미는 직접 경험해보시기를 바란다.
이번 책을 소개해주신 '은은한'님은?
나를 데리고 살기 위해 애를 쓰며 '삶의 여러 결들'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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