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일 오늘의 책
도선우 | 문학동네 | 2016.12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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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국 소설계 ‘대형 신인’의 데뷔 무대,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스파링』 출간 『새의 선물』(은희경)로 시작하여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전경린), 『고래』(천명관), 『캐비닛』(김언수), 『체인지킹의 후예』(이영훈) 등 한국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은 명작들을 거쳐,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쓸모없어진 세계의 슬픔을 들여다본 『소각의 여왕』(이유)까지. 한국문학을 이끌어왔고, 앞으로 이끌어나갈 다재다능한 작가들을 소개해온 ...
알리를 괴롭히고 할리우드 액션으로 자빠진 오재호와 교무실에 간 장태주는 자신을 향한 소란스러움에 쓰러지고 만다. 『스파링』의 주인공 장태주는 이전의 한국 소설이 보여준 인물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장태주의 삶과 그가 구사하는 언어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소설 도입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구구절절, 조잘조잘, 근면성실하게 설명하지만 독자는 ‘아직 모르겠다’라는 의아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스파링』은 38쪽까지 대화가 나오지 않는다. 39쪽 중간을 읽으면 비로소 큰따옴표가 나오면서 대화가 나온다. 장태주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 "하지 마! 하지 마!"
글을 읽고 있으면 숨이 조금씩 트인다고 해야할까. 그는 술만 먹고 들어오면 바로 잠들지 않고 ‘인간 누구누구는~’으로 시작되는, 왕년에 주먹 꽤나 썼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연체로 풀어낸다. 종결되지 않는 문장으로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자아 성찰적인 목소리로 피력한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나인가, 나인 척하는 나인가. 『스파링』은 '나는 이물(異物)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남과 다르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은 대개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본다. 『스파링』의 첫 부분은 끝을 위한 시작이었다. 장태주가 떠들어대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자아비판적인 반성과 비난은 책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가 결코 아니었다. 그가 미스터 티로 성장하기까지,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매년 초에 너희 신입생만 그러는 게 아니라 우리도 비슷하게 일대한테 도전 같은 게 들어와. 일대와 부대는 대우가 다르고 더구나 선도 부장이냐 아니냐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 그간 실력을 좀 키운 놈이라면 한번 덤벼볼 만한 거지. 다만 너희하고는 다르게 우린 자율 선도부 관할 하에 경기가 치러지는 거고. 그러니까 그런 건 그냥 공정한 경쟁인 거야. 더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갖춘 놈이 일대 자리를 차지하는 거라고. 그런 걸 다 폭력이라고 할 순 없어. 그냥 이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지."
한 달에 천 원을 내면 선도위원회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일진이라는 구시대적 일제 강점기적 이름 대신 세련되게 바뀐 선도위원회가 아이들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준다. 장태주는 부모나 선생한테 이르기도 애매한 천 원의 돈이 곧 이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라는 강충식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전국에 150개나 가지고 있는 재훈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사안도 아닌데 체포되어 성실하게 소년원 생활을 하는 장태주에게, 소설의 38쪽을 넘기고서야 말을 시작한 장태주에게, 소년원의 소나무 방장은 이렇게 말한다.
"너 말수 적은 이유가, 말하면 멍청한 게 다 티 나니까 그래서 그런 거냐?"
사실 생각은 쉽다. 그렇게, 그래서, 그런, 뭐, 이거라는 부사어를 잔뜩 말하지 않아도 되고 생각은 문장을 종결짓지 않아도 된다. 주인공 장태주가 내내 말이 없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소설의 중간과 끝부분은 앞과는 결이 다르다. 뒤로 갈수록 장태주의 멍청한 말이 시작되지만 그는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간다. 그 과정 속에 이 소설이 가진 문장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곳은 양호실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양호실엔 아무도 없었다.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이 돌아왔구나. 영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 이 무거운 영혼을 몸속에 넣고 사는 거였어.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사는 일이 고단했던 거였다. 힘들고 지치고 하루하루가 무거웠던 거였다.'
'챔피언벨트가 채워지고 나의 글러브가 허공 높이 솟아오를 때도 나는 그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 한 가지 분명했던 건 지금 이 환호의 순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섯 체급을 석권한 세계 챔피언. 하지만 분명 포기하려던 그때 공이 울리지 않았다면 나는 이룰 수 없었던 꿈. 그런데 막상 이루어진 자리에 서고 보니 이것은 확실히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어떤 삶을 원하는가.'
장태주가 미스터 티가 되기까지 소설은 숨 가쁘게 진행된다. 세계 챔피언이 되고 장태주가 처음으로 가족이라 부를 수 있었던 그들에게 차를, 집을, 옷을 사주고 ‘성공이란 게 이런 거였어’라는 시시한 생각이 들고, 사는 것은 결국 밥상에 둘러앉아 한 면씩 차지하고 앉아 각자 떠들어 대는 것이라는 걸 험난한 과정을 통해 알아간다.
출생조차도 폭력적인 장태주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우는 권투. 사각의 링에서 수건을 던지거나 닥터스톱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잽을 날리고 피하고 스텝을 밟고 상대를 몰아붙여야 한다. 상대가 패밀리 레스토랑 150개를 가졌든 괴성을 지를 수 있는 엄마가 있든, 중요한 건 매 라운드를 버틸 수 있는 지구력과 끊임없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조각난 퍼즐을 맞춰가는 것이 삶이라면, 마지막 조각 앞에서 퍼즐을 완성할지 흩뜨려 놓을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나’라는 사람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성장 소설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자라고 자라고 있으며 꿈을 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준 책들 중 첫 번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입니다. 짧게 끊어치는 단문의 아름다움과 이 세계의 폭력성을 대비시켜 아픈 시대 현실을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난쏘공의 가족들은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질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문학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백민석의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에서 유년은 무섭도록 외롭고 서글픈 기억으로 그려집니다. 한국문학의 천재, 백민석의 완벽하지만 우울한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중 곡예사』속 주인공 월트는 하늘을 나는 원더보이가 됩니다.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는 힘, 어렸을 땐 터무니없이 하늘을 날고 싶다, 새가 되고 싶다 소망만을 하게 되는데 월트는 33단계의 훈련을 거쳐 공중에 뜨게 됩니다. 이 책은 폴 오스터가 펼치는 환상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되는 책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비선먹쇠'님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먹방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뚱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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