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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1111636 / 136쪽 / 136g / 13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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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시인이자 산문가인 자코테는 평생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탐구한 작가였다. 그의 글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곧 삶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고,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새롭게 바라보는 일이 된다. 자코테는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걷기보다, 무엇인가를 오래 바라보기 위해 걷는다.
과수원과 들판, 새와 나무, 빛과 바람처럼 쉽게 지나치는 것들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그 풍경이 자신의 안에서 어떤 감각과 생각을 불러오는지를 살핀다. 《과수원을 지나며》는 그렇게 세계를 바라보는 한 인간의 느린 걸음을 따라가는 산문집이다.
출판사 리뷰
“나는 내가 보는 것이 나한테 더 깊이 닿기를 원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한 인간의 시선을 따라가는 산문집.
우리는 지나간 풍경을 얼마나 오래 간직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 속 풍경은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빛과 숨결을 품고 있을까.
《과수원을 지나며》에 수록된 세 편의 산문은 서로 다른 장소와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하나의 시선으로 모인다. 자코테에게 중요한 것은 풍경 자체보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다. 그는 사물을 설명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 앞에 오래 머문다. 그리고 오래 바라보는 동안 눈앞의 풍경이 어떻게 기억과 사유로 이어지는지를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 자코테
국내 독자들에게 필리프 자코테는 이제 낯선 시인이 아니다. 이미 소개된 그의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은 사라져가는 빛과 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오래 바라본 풍경 속에서 삶의 미세한 떨림을 발견하는 그의 문학을 만나왔다.
《과수원을 지나며》는 그 연장선에서 자코테의 산문 세계를 보여준다. 과수원, 새, 들판, 오래된 집과 같은 사소한 풍경들은 그의 글에서 기억과 현재가 만나는 장소가 된다. 자코테는 자연을 예찬하거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어떻게 내면의 사유로 이어지는지를 들여다본다.
시인이면서 산문가이고 번역가이기도 했던 자코테는 릴케와 횔덜린, 호메로스, 만델슈탐 등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옮기며 평생 다른 시인들의 언어와 대화했다. 그의 문장에 흐르는 깊은 침묵과 절제는 이러한 오랜 언어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기억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자코테의 ‘기억’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회상하는 노스탤지어와는 다르다. 그는 과거의 한 장면을 복원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때 마음을 스쳐 지나간 빛과 기척이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자신에게 어떻게 다시 도착하는지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산문에서 기억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풍경은 현재의 언어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한때 보았던 것은 지금의 시선에 의해 새롭게 감지된다. 풍경은 밖에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의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수원을 지나며》라는 제목은 단순히 한 과수원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아니다. 언젠가 지나갔던 장소를 기억하는 동시에, 지금 다시 그곳을 지나가는 경험을 암시한다. 독자는 자코테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이 한때 보았던 풍경과 기억까지 되돌아보게 된다.
시인이 남긴 조용한 산문
자코테의 문장은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단정하기보다 쉽게 붙잡히지 않는 감각이 언어 속에 머물도록 한다. 늘 곁에 있는 것을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정확하게 바라보려는 사람의 시선이 그의 문장을 이룬다. 그래서 《과수원을 지나며》를 읽는 일은 자코테가 바라본 풍경을 만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느린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빛과 바람, 나무와 새, 어떤 장소의 기척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나는 내가 보는 것이 나한테 더 깊이 닿기를 원한다.”
자코테의 이 말처럼, 이 책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한 번의 시선이 어떻게 오래도록 우리 안에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가마우지들 045
보르가르 079
옮긴이의 말 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