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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세르주 알리미 외 저 | 르몽드코리아 | 202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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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24485026 / 296쪽 / 385g /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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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한때 미국은 자신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였다. ‘자유’, ‘민주주의’, ‘시장’이라는 세 가지 가치만으로도 스스로 정당성을 만들어냈고, 그 기준은 자연스럽게 세계 질서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그 기준을 스스로 흔드는 모습을 보인다. 규범을 제시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그것을 바꾸고 무너뜨리는 존재에 가깝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 국가. 이 책이 보여주는 미국의 모습은 바로 그런 모습이다. 미국의 문제는 트럼프라는 한 인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의 트럼프를 가능하게 만든 ‘미국적인 조건’이 더 중요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고문 세르주 알리미가 지적하듯, 민주당과 주류 언론은 트럼프를 비판하면서도 그를 만들어낸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러시아 게이트’ 같은 사건은 사실 여부를 넘어, 정보와 신뢰 자체가 무너진 상황을 보여준다. 그 결과 미국 정치의 위기는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가 된다. 누구의 말도 완전히 믿을 수 없고, 그렇다고 모두를 부정할 수도 없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는 갈등이 해결되기보다, 서로를 밀어내는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불신은 대외정책에서도 나타난다. 팔레스타인, 베네수엘라, 이란 문제에서 보듯, 미국은 선택적으로 신뢰를 주거나 거부한다. 이스라엘 같은 일부 동맹의 시각을 제외하면, 미국은 더 이상 보편적인 신뢰를 주는 국가로 보이지 않는다. 신뢰는 원칙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펴내는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ere de voir)셀렉션의 22호
’미국은 왜?‘는 미국의 탐욕적인 대외정책을 개별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오랜 구조로 본다.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 세계 각국에서의 개입, 경제 제재, 군사 압박, 선거 개입은 각각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논리를 따른다. 이는 단순히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배열하려는 방식이다. 미국은 세계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재배치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들은 위계적으로 나뉘고, 동맹은 역할에 따라 다시 정리되며, 경제 흐름도 특정 방향으로 고정된다. 이런 시각은 ‘디커플링’ 전략을 보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겉으로는 중국과의 분리를 통한 안보 전략이지만, 실제로는 기술 자본과 국가 권력이 결합된 새로운 통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동맹국은 협력 대상이 아니라 체계 속의 종속적 위치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이익은 공평하게 나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국가와 기업에 집중된다. 결국 디커플링은 단순한 분리가 아니라 재편이며, 경쟁이 아니라 통제에 가깝다.

이 책은 이런 구조를 통해 미국의 위기를 도덕적인 실패가 아니라 체제 내부의 문제로 이해하게 만든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불평등을 더 키우고, 자유를 강조하며 감시와 통제를 강화한다.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나라가 아니라 “불평등한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기능한다. 중요한 점은 이 분석이 감정적인 비판이 아니라 구조적인 설명이라는 데 있다. 이 책은 미국을 비난하기보다, 미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접근에는 한계도 있다. 미국을 구조로만 이해하다 보면, 현실이 단순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미국은 제국, 군사주의, 독점 자본이라는 틀로 계속 설명되지만, 노동운동이나 인종 문제, 지역 정치 같은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다. 그 결과, 미국은 복잡한 사회라기보다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의 진짜 의미는 미국을 이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통해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데 있다. 특히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군사 동맹, 기술 의존, 공급망 속에서 한국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그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은 외부의 정책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질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미국을 지지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이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것은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시각뿐 아니라, 그 속에서 형성된 우리의 사고방식까지 흔들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왜?』는 미국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설명되지 않는 상태를 드러내는 책이다. 제국은 스스로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 작동 방식은 부분적으로만 드러나고, 나머지는 신화와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 책은 그 빈자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의 의미는 분명하다. 미국은 더 이상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다시 질문해야 할 대상이 된다. 미국의 탐욕과 폭압 앞에 지구촌 평화를 고민하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발행인 성일권-

 

 


저자 소개

  • 저자 : 세르주 알리미 외

저자 :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전 발행인, 현재 편집고문.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 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다. 1992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에 합류한 뒤 2008년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았다. 경제와 사회,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를 집중 조명했다. 주요 저서로는 『Les Nouveaux Chiens de garde 새로운 경비견』(1997), 『Sisyphe est fatigue: Les echecs de la gauche au pouvoir 시시포스는 지쳤다-집권 좌파의 실패』(1993), 『Quand la gauche essayait 좌파가 시험할 때』(2000) 등이 있다.

 

저자 : 크리스토프 방튀라
프랑스 국제전략문제 연구소(IRIS)의 연구이사 겸 저널리스트. 주로 중남미의 정치, 경제, 사회, 지정학적 발전 등에 관한 연구를 관장하며 연구자료를 간행하고 있다. 저서에 『Geopolitique de l’Amerique latine 라틴아메리카의 지정학』(2022), 『Desoccidentalisation. Repenser l’ordre du monde 탈서구화. 세계 질서에 대한 재고』(공저, 2023) 등이 있다.

 

저자 :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겸 편집인. 대학 시절에 조지 오웰이나 앙드레 말로 같은 실천적 글쟁이를 꿈꾸며, 졸업 후 신문기자로 출발했으나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변덕 탓에 신문사를 4번이나 바꾸었고, 이후 공무원, 홍보전문가, 연구원, 강사, 특임 및 초빙교수, 프리랜서 번역가를 거쳐 지금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좋게 말해 역마살이지, 어디에도 구속받기 싫어하는 천성 탓에 늘 일상의 삶과 불화했다. 놀랍게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만큼은 무려 12년이나 버텼다. 아니, 처음으로 일다운 멋진 일을 하고 있고, 아직은 더 일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창 경제 활동해야 할 30대 중반에 유학을 떠나, 파리3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파리8대학에서 정치사상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돌아와선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에서 저널리즘 글쓰기를 강의했으며, 동국대에선 고전 읽기 세미나를 주관하는 초빙교수를, 경희사이버대에선 인문학적 글쓰기의 특임교수를 각각 지냈다. 지은 책으로 『오리엔탈리즘의 새로운 신화들』, 『20세기 사상지도』(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의 석유 없는 삶』, 『자본주의의 새로운 신화들』,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등이 있다. 관훈클럽 국제보도상을 수상했고, 저서가 문화부 우수교양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 : 질베르 아슈카르
세네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자랐다.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사회사와 국제 관계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베이루트와 베를린, 파리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다 2007년부터 SOAS 런던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발전 문제와 국제 관계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야만의 충돌: 새로운 세계 무질서의 형성』(2002), 『아랍인과 홀로코스트: 아랍과 이스라엘의 서사 전쟁』(2010), 『마르크스주의, 오리엔탈리즘, 코즈모폴리터니즘』(2013), 『인민이 원한다: 아랍 봉기의 급진적 모험』(2013), 『병적 징후들: 다시 발발한 아랍 봉기』(2016), 『새로운 냉전: 코소보에서 우크라이나까지 미국, 러시아, 중국』(2023) 등이 있다. 한국에는 놈 촘스키와의 대담집인 『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강주헌 옮김, 사계절, 2009)가 번역되어 있다. 최근에는 웹사이트(https://gilbert-achcar.net/)와 각종 매체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심으로 정세를 분석하고 개입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저자 : 필리프 데캉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환경, 언론 자유, 공공 보건, 인종 문제 등 다양한 분야를 분석한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제167호(2019년 10~11월) ‘인구 폭탄’의 책임 편집을 맡았다.

 

저자 : 브누아 브레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역사학 박사. 퀘벡대 교수와 파리 1대학 20세기 사회사 연구소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편집장 등을 각각 역임했다. 도시 빈곤, 사회정책, 언론 자유 및 검열, 글로벌 경제와 기술 권력 등을 비평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 주요 저서에 『Les mondes insurges. Altermanuel d’histoire contemporaine 반란의 세계. 현대사의 대안 편람』(공저, 2014), 『Manuel d’histoire critique 비평 역사 편람』(2014) 등이 있다.

목차

[책을 내며] 지칠 줄 모르는 제국의 탐욕
[서문] 절대적인 존재?

1부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제국의 꿈

카리브해의 해적, 트럼프
전쟁에 미친 남자
트럼프의 ‘신(新) 먼로 독트린’?
그린란드, 트럼프 독트린의 제물이 될 것인가
미·중 갈등,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다
저질 언어 ‘FAFO’를 앞세운 ‘주술사’ 트럼프, 그리고 베네수엘라 저주
에콰도르에서 다시 ‘주인행세’하는 미국

2부 유토피아, 제국의 머나먼 꿈

악덕의 카키스토크라시
노멀이 힘든 미국인의 망상증
피 한 방울만 섞여도 흑인이다!
미국 정부의 감시에 맞서 싸운 신좌파와 블랙팬더스
미국 사법부가 정한 서로 다른 목숨의 무게
미국 보석제, 돈으로 자유를 사는 사람들
자유의 여신상에 감춰진 피와 총의역사

3부 제국의 ‘불평등’ 작동방식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 집단 폭행에 나선 미국
미국 부유층의 넘쳐나는 특권들 미국에서 빈곤층을 갈취하는 기술
미국 시당국이 부추긴 학교 젠트리피케이션
미국 학문의 자유를 해치는 친이스라엘 우익 세력

4부 기술 헤게모니의 재편-제국은 어떻게 계속되는가

미국식 ‘사회정의’, 미덕의 제국주의
미국이 추락시킨 유엔의 권능을 되찾으려면
헤겔을 벤처 캐피털로 보는 미국의 ‘테크 엘리트들’
중국몽에 쫒기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
테크 달러를 앞세운 ‘아나코 자본주의’
군(軍)을 움켜쥔 제국의 ‘새로운 테크 정복자’
냉전 2.0, AI의 새로운 비밀 전쟁

[박스] 그리고 ‘테크’는 카놋사로 갔다
[박스] 한반도 평화의 오래된 ‘걸림돌’
[부록] 진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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