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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원 일기

김민호 저 | 판미동 | 202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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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0527176 / 308쪽 / 308g /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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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정원의 순간들은 삶에 곱게 쌓이고,
눈부신 형태로 어디서든 솟아난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믿는 이들에게,
런던의 한국인 정원사가 전하는 가장 정직한 위로

낯선 땅에서 정원사로 살아가며 나무와 꽃들에게 얻은 위안을 나누는 에세이 『영국 정원 일기』가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김민호는 15년 전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한 런던의 정원사다. 좀처럼 마음 붙일 곳 없던 그곳에서 집 뒤편의 작은 정원으로부터 위로를 얻은 저자는, 영국 왕립원예학회(RHS) 정원사 과정을 밟은 뒤 야생화 씨앗을 붙인 전단지를 돌리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 된 정원사의 열두 달 기록이다. 각 달마다 중심이 되는 식물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 안에 이방인으로서 겪는 외로움과 혼란, 그것을 이겨 내고 어엿한 10년 차 정원사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꾸밈없이 담았다. 정원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뿐 아니라 자연에서 발견한 깨달음의 순간들이 그려져 있어,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뿌리를 내리려 분투하는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용기를 건넨다. 매 계절 정원의 풍경과 그 안에 차분히 흐르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각자의 정원을 하나씩 품게 될 것이다.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지만 정원은 색과 향기로 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이야기엔 국경도 사람의 언어도 없기에, 여전히 낯설고 가끔은 외로운 이곳에서 정원사를 위로한다.” ―p.7~8

『영국 정원 일기』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따라 정원사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낸 에세이로, 저자가 고른 ‘이 달의 식물’이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어 준다. 4월 ‘클레마티스’는 런던 주택가 담장들에 묻어 있는 저마다 다른 정원의 기억들을 펼쳐 보이고, 8월 ‘무화과나무’는 가지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 먹는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여름의 소박한 기쁨을 전한다. 10월 ‘시클라멘’은 눈에 띄지 않는 낮은 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며, 1월 ‘장미’는 가지를 치며 나무의 시간을 헤아리는 법을 가르쳐 준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찍은 꽃 사진과 손그림까지 실려 있어, 다양한 식물을 접해 보지 못한 독자라도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원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곳곳에 실린 정원 설계 도면은 늘 바깥에서만 바라보던 크고 작은 정원들이 어떻게 모양을 갖춰 가는지, 정원사의 마음으로 새롭게 들여다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느리지만 섬세한 시선으로 정원의 순간들을 포착한 이 책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을 자연의 단단한 리듬에 맞추어 바라보게 해 줄 것이다.

“웃자란 분꽃나무의 가지 하나를 자르는 다소 허망한 순간에도 어깨를 훌훌 털고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 간다. 울새든 다람쥐든 갈색 고양이든, 잠깐 불어와 눈썹을 식히는 바람이든, 정원에서는 눈치 주는 이가 없으니 그러기에 참 적당한 공간이다.” ―p.248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피는 것과 지는 것이 나란히 있어 정원은 결국 균형을 찾는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옇게 일어나는 일상의 고민들이 씻겨 내려가기를. 지나갈 것들은 지나가고 남아야 할 것만이 남아 있기를. (p.26)

봄이 왔다. 매 계절이 그렇듯 덤덤히 왔다. 몇 달간 서리를 견뎌 낸 눈들이 하나둘씩 터지고, 새로 돋은 모든 잎이 새것이다. (p.51)

정원의 위치와 형태마다 식물들이 자라는 모양이 다르고, 하나하나에 다른 세계가 고여 있다. 고슴도치와 여우가 넘나드는 담장, 비가 오면 물이 찰박찰박 고이는 웅덩이, 몇 번을 심어도 영 자리를 잡지 못하는 아스트란티아와 빈틈만 보이면 뿌리를 뻗어 제 땅을 넓히는 빈카. 나이를 많이 먹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사과나무에는 아이들이 타고 올라가 여기 좀 보라고 소리치던 짱짱한 목소리가 아직 묻어 있다. 몇 년 전 고양이별로 떠난 레오를 묻은 구석에는 꿩의다리가 높게 자라고 인동덩굴은 번듯한 담을 마다하고 자꾸만 무화과나무를 타고 오른다. (p.70~71)

눈앞에 핀 꽃도, 무화과나무를 오르내리는 아들의 보드라운 복사뼈도, 일요일 오전 10시쯤 정원 가득한 봄볕도 잠깐 머물다가 곧장 과거로 흘러간다. (······) 그 순간들은 어디선가 곱게 쌓이고 어떤 형태로든 다시 솟아난다. 이처럼 시간을 붙들 수는 없지만 영영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정원은 가르쳐 준다. (p.95)

오래 입어 볕에 색이 바랜 남색 면 재킷을 걸치면 어제의 냄새가 난다. 퇴비를 깔았으면 쿰쿰한 흙 냄새가, 쥐똥나무 울타리를 정리했으면 나무 냄새가 난다. (······) 그렇게 어제가 묻은 채로 오늘을 시작한다. (p.101)

그냥 두면 더 넓게 자라 볕도 많이 보고 꽃도 더 많이 피우겠지만, 이 정원에서 내가 줄 수 있는 공간이 여기서 저기까지뿐이네, 미안. 그래도 잘 자라 줘서 고마워. 식물들이 불평하거나 삐지는 일은 없더라도 이렇게나마 말을 걸어 본다. 가지를 자르는 일을 ‘정원 관리’라는 좁은 틀로만 보지 않고 나무와 내가 서로의 한계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매일 반복되는 작은 일들이 조금씩 의미를 갖는다. (p.118~119)

잔디, 화단, 창고, 석판 등으로 구획되고 울타리로 이웃과 나뉘지만, 정원은 서로 얽혀 있고 바깥과도 이어져 있다. 흙 속 벌레는 울타리를 넘나들고 나와 이웃의 화단은 같은 볕을 받으며, 계절은 모든 정원에 공평하게 찾아온다. (p.120~121)

나를 따라 아이들도 제 그릇에 깻잎을 양껏 올린다. 처음 먹었을 때는 익숙하지 않아 깨작거리더니 이제는 그 맛을 알겠다는 듯 잘 먹는다. 아빠는 머리가 검은색이네. 친구들은 김치를 모른대.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아이들은 아빠가 동양인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간다. 지금은 나를 마냥 좋아해 주지만 커 가면서 더 명확해질 아빠의 ‘다름’을 아이들이 잘 받아들여 주기를. 오늘 저녁 먹는 깻잎의 기억이 아이들과 나를 연결해 주기를. 정원 한구석에서 자라고 있는 깻잎에 많은 것을 기대어 본다. (p.139~140)

걷다가 우연찮게 만나는 꽃들도 좋지만 한 겹 기억이 묻어 있는 꽃들은 더욱 특별한 까닭이다. 직접 파종하거나 삽목해서 키운 아이들에 더 마음이 가는 이유 역시, 돈 몇 푼을 아껴서가 아니라 거기에 묻어 있는 개인적인 기억 때문이다. (p.148)

채워지는 것이 기뻤던 봄과 달리 여름 정원은 비울 때 기쁘다. 생기 있는 부분은 남기고 세월의 피곤함만 걷어 낸다. 그렇기에 여름 화단에서 중요한 것은 ‘바라봄’이다. (p.149)

그러나 많은 꽃을 알게 된 10년 차 정원사에게 무궁화는 유독 반갑고 그리운 고향의 꽃이다. 서울에서 알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고향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던 것처럼. 고향을 촌스럽다 여겼던 것도, 무궁화를 외면했던 것도, 그때의 내가 작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p.168)

하루하루 빛이 바래는 수국도 늦여름 화단의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니 그대로 둔다. 정원의 꽃과 나무, 공기에서부터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와 달큼한 흙 내음은 이미 충분하니 그 속에서 서성이는 나의 발걸음이 아름다운지 고민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한 계절의 끝은 다음 계절의 시작이 되고, 그 이음새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시들어 가는 수국이 새로 피어나는 추명국에게 알맞은 배경이 되는 것처럼. (p.176)

알뿌리는 내년을 향한 믿음으로 심는다. 이른 봄에 피어날 알뿌리를 한 해 전 가을에 심기에, 정원의 시작은 가을이라는 말도 있다. (p.192)

낙엽을 치우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That’s a losing game.(질 싸움을 하고 있네요.)”라며 한 마디씩 보탤 때가 있다. 그러면 “I will lose if I aim to remove all the leaves. But my aim is to remove 80% of them, so I always win.(다 치우려고 마음먹으면 지겠지만, 8할만 치우는 것이 목표라 매번 이깁니다.)”라고 대꾸한다. 하늘은 높고 나뭇잎은 떨어지니, 기지가 절로 생긴다. (p.222)

꽃과 나무들이 잠시 쉬고 흙이 꽝꽝 언 1월은 새로운 계획을 떠올리기에 좋은 계절이다.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는 작년의 나날들은 겨울의 채반에 걸러진다. 부드러운 일상의 장면들은 구멍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스미고, 곱씹어야 할 것들만이 남는다. 제법 알맹이가 굵은 기억들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본다. (p.261)

가지마다 묻어 있는 나무의 시간을 읽고, 이렇게 자라야만 했던 이유와 노력을 이해하려 한다. (······) 해가 뜨고 지는 방향, 작년 여름 매섭게 바람이 불던 날, 초봄 예기치 않게 내렸던 늦서리······ 모든 기억이 가지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아무리 날이 선 전지가위를 들고 있다고 한들, 그 시간들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가지치기는 그저 깊이 없이 허둥대는 얕은 노동일 뿐이다. (p.281)

삼지구엽초의 헌 잎도 이맘때쯤 모두 자른다. 역시나 일 년에 한 번 잠깐 피는 꽃을 더 잘 보기 위해서다. 초봄에 피우는 작고 여린 꽃과 더불어 새로 돋아나는 보드라운 새잎도 보기 좋다. 세 개의 가지와 아홉 개의 잎을 지녔다 해서 삼지구엽초. 하지만 일일이 세어 보는 것은 반칙이다. (p.289)

정원이 있는 세계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몰랐던 그때, 꽃과 나무들의 이름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이었다. 어려운 라틴어 학명들은 그 자체로 어떤 무게감을 지닌 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갔고, 그 이름들의 무게는 나의 마음을 정원에 깊이 내려앉히는 무게 추가 되었다.

그렇게 학명으로만 외던 식물들 중에서, 천리향은 처음으로 한글 이름을 되찾은 나무다. ‘Daphne odora’라는 낯선 이름으로 부르던 나무가 천리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 한편에서 무엇인가가 허물어졌다. (p.292~293)

 

저자 소개

  • 저자 : 김민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대학 시절 만난 프랑스인 아내와 함께 15년 전 영국으로 이주했다. 첫아이가 태어나면서 회사를 그만두었고, 낯선 땅에서 풀과 꽃의 이야기에 위로를 얻게 되면서 정원사의 꿈을 키웠다. 영국 왕립원예학회(RHS) 과정을 이수하고 정원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끝에, 야생화 씨앗을 넣어 손수 만든 전단지를 집집마다 돌리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렇게 시작한 정원사의 길을 10여 년째 걸으며 영국에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현재 아내와 두 아이, 강아지 룰루, 고양이 바비와 함께 살면서 유튜브 채널 ‘영국 정원사’를 운영하고 있다.
youtube.com/@Koreangardenerinlondon

목차

들어가며 7

봄
3월 23 | 4월 49 | 5월 73

여름
6월 99 | 7월 123 | 8월 143

가을
9월 163 | 10월 185 | 11월 213

겨울
12월 237 | 1월 259 | 2월 283

작가의 말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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