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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저 | 은혜 역 | 후마니타스 | 202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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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374993 / 312쪽 / 312g /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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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게 된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응시하며 “가슴에 사무치는 기억들”을 마이너노트短調로 연주한 수필집.

“시대에 휘둘리며 달려” 왔지만 시대를 함께한 선배와 동년배들도 하나둘씩 떠나가고, “돌아갈 곳 없는” 노년의 시간 속에서 부끄러움과 회한,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인생을 돌아본다. ‘페미니스트 우에노 지즈코’의 공적인 자아에서 내려와 “웅크리고 있던” 내면의 목소리를 정성껏 길어 올린 글들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해 마지막을 지켜 주기 위해 결혼까지 감행했던 민중사학자 이로카와 다이키치에게 바치는 추도문으로 끝이 난다. 가부장제가 무엇인지 알려준 장본인이라며 힐난해 왔던 아버지가 어떤 이상을 품고 있었는지 되묻는가 하면, 앞서 걸어온 자들의 업을 되새기며 그들로부터 계승한 것과 계승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과 개만이 친구였던” 외로운 어린 시절을 지나 학생운동이 괴멸된 이후 막막하기만 했던 젊은 시절을 통과한 우에노는 이제 “앞서 걸어온 여자들”로부터 넘겨받은 언어와 사상을 넘겨줘야 할 우에노가 되어 있다. “다른 목소리로 몇 번이고 언제까지나 이어 불러야 할” 것들을 전하며 그녀는 말한다. “모쪼록 이 바통을 받아 주세요.”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63-64) 내가 있든 없든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수천만 명의 인간이 죽어도 지구는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절망일까, 희망일까? 내 앞에도 자연이 있고, 내 뒤에도 자연이 있으며, 나의 존재도 부재도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처럼 보인다. …… 한창때가 지난 것, 쇠퇴해 가는 것, 사라져 가는 것을 좋아한다. 쇠락은 사실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사람도, 사물도, 나라도, 도시도 태어나서 피고 지고 썩는다.
(140) 경험의 계승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 정신적 외상에 대한 취약성은 ‘공감’의 다른 이름이다. 인간적인 관계는 그 취약성 자체를 치유한다.
(184) 인지증 진단에 사용되는 ‘하세가와 척도’를 고안한 인지증 치료의 일인자 하세가와 가즈오長谷川和夫 박사는 본인이 인지증에 걸려 2021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전부터 인지증 환자에게는 주간 돌봄센터가 좋다고 설파해 왔지만 정작 본인이 인지증에 걸려 주간 돌봄센터에 다니게 되자 처음에는 가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그 마음은 이해된다. 나도 그렇게 말할 것 같다.
(194) 요양 보호 대상 판정을 받더라도 주간 돌봄센터 같은 데는 절대 다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어쩌면 헨미 씨와 같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철렁한다. 늙는다는 것, 돌봄을 받는다는 것이 실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이런 목소리의 기저에, 이토록 분노와 비애가 서려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곤 한다.
돌봄 대상이 되면 우리는 무력해진다. ‘무력하다’는 것은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인은 어린애가 아니다. 아이처럼 순진하지도 무구하지도 않다. 아이처럼 아름답지도 않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온갖 고생과 경험이 몸에 배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여기까지 살아 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조금만 여의치 않아도 맥없이 무너질 만큼 불안정한 것이다. 인지증을 앓는 노인들은 자주 화를 낸다.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자존심이 상처받기 때문이다.
(195-96) 나는 강연의 마지막을 “안심하고 돌봄받을 수 있는 사회를!”이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요양 보험 제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도가 내 마음까지 구해 주지는 못한다. 뜻대로 안 되는 몸, 여의치 않은 움직임, 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심스러운 삶에 이가 갈리는 그 원통함과 애처로움까진 제도가 닿지 않는다. ...... 늙음 앞에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여의치 않은 신체라는 타자를 껴안은 채, 우리는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가야 한다.
(199-200) 망자의 시간은 멈춰 있다. 그들은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다. 죽은 아이의 사진 앞에서 늙어 가는 부모의 시간은 점점 멀어지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망자의 사진 앞에서 내 나이는 망자를 따라잡고 추월해 결국 망자가 알지 못하는 시간 속으로 접어든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다.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후에야 그 가치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단샤리’ 운운하며 단출하게 산다고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건 기억의 지층이 쌓여 두터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엔 즐겁고 기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 기억 속에는 잃어버린 것,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것,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넘쳐 난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한들, 인생은 필연의 연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미숙함을 탓하며 후회해도 무르고 다시 시작할 순 없다. 우연에 휩쓸려서, 생각이 짧아서, 충동에 사로잡혀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왔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수업료는 충분히 치렀다. 후기 고령자가 되었다. 동년배의 부고를 듣게 된다. 지기知己를 잃으면 그 사람과 공유하고 있던 기억 속의 내가 모조리 저세상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나 자신이 깎여 나간다. 내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고 증언해 주는 사람을 잃으며 내 기억의 윤곽이 흐릿해져 간다.
(204) 죽을 때 후회로 남기고 싶지 않은 일…… 그것은 바로 용서할 수 있는 상대를 용서하고, 용서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용서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 그것은 분명 자기 인생과 화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여의치 않은 관계로 끝나 버린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싶다. “몇 달 후면 죽는데 그전에 만나고 싶어서……”라고 말을 꺼내면 상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반대로, 누군가가 그런 말을 꺼낸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 “잘 왔어”라고 말한 다음 말없이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안아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274) 나는 강연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저는 저보다 앞서 걸어온 여자들로부터 그 언어와 사상을 넘겨받았습니다. 저보다 앞선 여자들에게서 받은 것을 여러분께 넘겨야 할 시기가 제게도 찾아왔습니다. …… 바통이라는 건, 받아 줄 사람이 없으면 그 자리에 떨어지고 맙니다. 저는 이전 여자들에게서 받은 것을 여러분께 이렇게 넘겨드리고자 합니다. 제 마지막 말은 이것입니다. …… 모쪼록 받아 주세요.
같은 노래를, 다른 목소리로, 몇 번이고, 언제까지나 이어 불러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는, 확실히 넘겨받았으니까.

저자 소개

  • 저자 : 우에노 지즈코
일본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교토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도쿄대에서 가르쳤다. 현재 동 대학 명예교수이자 NPO 법인 여성행동네트워크WAN 이사장으로 있다. 1994년, 『근대 가족의 성립과 종언』으로 산토리학예상을, 2011년 『돌봄의 사회학』으로 아사히상을 수상했다. 그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가부장적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글들뿐만 아니라 늙음과 돌봄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노후에 대한 제안과 인생 상담, 도쿄대 신입생 축사 등 학문적 글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 그녀의 글들은 대중적으로도 큰 공감과 신뢰를 얻고 있다. 국내에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여자들의 사상』, 『느낌을 팝니다』,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불혹의 페미니즘』, 『독신의 오후』 등 다수의 저서가 소개돼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은혜
부산에서 태어나 남원 사람 할머니 손에 자랐다. 고등학교를 1년 만에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했지만 자유전공처럼 타과 수업을 더 많이 들으며 대학을 다녔고, 사회학 전공으로 야심차게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석사학위는 없다. 고등학교와 대학원을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지만 6년 넘게 카이스트어학센터 소속 번역사로 일하는 의외의 꾸준함을 보이기도 했다. 『맑스 재장전: 자본주의와 코뮤니즘에 관한 대담』(2013, 공역), 『혁명의 철학: 안토니오 네그리의 존재론과 주체론』(2018),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2018)을 우리말로 옮겼고, 지금은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을 오가며 때로는 직장인으로, 때로는 프리랜서로 1인분의 삶을 꾸려 가고 있다.

목차

I 바소 콘티누오 7
아버지의 딸로서 / 배교자 / 강아지파 / 위생 관념 / 스승의 디엔에이 / 후회투성이 인생 / 쓸모에 대하여 / 버리지 못하는 이유 / 불요불급

II 인테르메조 65
초콜릿 중독 / 초밥이 먹고 싶다……! / 플라워보이 / 연극이라는 극도 / 산 타는 여자들의 어제와 오늘 / 삼림한계선 / 화장실 사정 / 텍스트 속 베네치아 / 여행은 사람에 대한 기억

III 리타르단도 131
정신적 외상 경험 / 참전을 원하는 여성을 만난다면? / 학교에 지뢰를 설치하고 왔다 / 월경의 변천사 / 사회학자와 아티스트 / 낳지 않는 이기주의? / 인지증 당사자가 본 세상 / 의사가 죽는 법 / 분노의 이유 / 되돌릴 수 없는 것들 / 용서를 주고받는다는 것

IV 녹턴 205
감정 기억은 되살아날까 / 손의 나이 / 낙상 사고 / 독신의 사귐 / 우에노지즈코 기금: ‘송은’을 위해 / 인재를 키운 인재: 야마구치 마사오[1931~2013] 추도문 / ‘남자다운’ 죽음: 니시베 스스무[1939~2018] 추도문 / 나카이 씨는 ‘신의 나라’로 갔을까?: 나카이 히사오[1934~2022] 추도문 / 전후 최고의 여성 니힐리스트: 도미오카 다에코[1935~2023] 추도문 /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모리사키 가즈에[1927~2022] 추도문 / 눈속임을 허락하지 않는 엄격함: 니시카와 유코[1937~2024] 추도문 / 여자의 자유를 위해 일상에서 싸우다: 다나카 미쓰[1943~2024] 추도문 /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끝까지 사유하다: 쓰루미 슌스케[1922~2015] 추도문 / 이로카와 씨, 고마워요: 이로카와 다이키치[1925~2021] 추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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