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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작새

헤르만 헤세 저 | 엄혜숙 역 | 가나출판사 | 202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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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092396 / 72쪽 / 545g / 280 x 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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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글과 그림 사이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롯이 담은 가나출판사 ‘사이그림책장’ 두 번째 이야기 『밤의 공작새』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헤르만 헤세가 1911년에 쓴 단편으로, 가정생활이 점점 악화되고 창작 활동에도 위기가 찾아왔을 때 쓰였다. 작가로서의 입지는 단단해지고 있었지만 헤세는 이 시기에 불안에 시달렸다. 이런 불안과 내적인 갈등은 작품 세계에 깊게 영향을 끼쳤는데, 그의 작품에서 불안은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정면으로 응시하고 탐구한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방황하는 마음을 대변해 주는 헤세의 작품을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헤세의 거의 모든 작품에는 자전적이거나 허구적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독립적인 이야기 또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스며들어 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헤세의 전기를 쓴 베른하르트 첼러는 헤세의 작품들을 “위대한 자화상의 단편들”이라고 했으며, 헤세의 문학적·예술적 유산을 백 가지가 넘는 주제로 분류한 폴커 미켈스는 『밤의 공작새』를 회고록 중 하나로 분류했다. 미켈스는 이 회고록 분류에서 헤세가 자신의 경험과 어린 시절에 목격했던 일, 특히 소년의 첫 도둑질을 “미화 없이 정확한 심리”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와 상징적인 메시지로, 헤세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독보적이며 매혹적이다. 이번에 엄혜숙의 섬세한 번역과 오승민의 해석이 돋보이는 그림이 더해져 『밤의 공작새』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쳤다. 1911년 아주 먼 곳에서 쓰인 이야기와 지금을 살아가는 오승민 그림의 만남은 글의 의미를 깊고 넓게 확장시켜, 이야기 속으로 더욱 몰입하게 하는 동시에 문학을 읽는 즐거움, 더 나아가 문학에서 그림이 갖는 중요성까지 충분히 느끼고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출판사 리뷰

“위대한 자화상의 단편”
-파괴를 통해 회복을 말하는, 성장 이야기
‘옮긴이의 말’에서 “『밤의 공작새』의 독일어 제목은 ‘Das Nachtpfauenauge’로, ‘Nacht’는 ‘밤’, ‘Pfauenauge’는 ‘공작의 눈’ 또는 ‘공작의 눈 모양 무늬’란 뜻이다. ‘Nachtpfauenauge’는 이 이야기의 제목이면서 중요한 모티프이기도 하다. 정확한 학명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에서 ‘공작 나방’이라는 단어로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Nachtpfauenauge’란 단어는 ‘사투르니아’, 우리나라 학명으로는 ‘산누에나방과’라는 뜻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헤세가 지은 제목을 최대한 살려 ‘밤의 공작’이란 뜻과, 아주 예전엔 나비와 나방을 ‘여름 새’라고 부른 것에 착안해 ‘새’라는 단어를 붙였다. ‘공작 나방’이라는 신비하고 깊은 이미지가, 그림에서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도 독자에게 가닿길 바라서”(‘옮긴이의 말’에서)다.
첼러가 말했듯이 “위대한 자화상의 단편들” 중 하나인 이 작품에서 ‘공작 나방’은 굉장히 중요한 모티프이다. 욕망과 본능의 대상인 이 드문 동물은 주인공 하인리히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이 신비로운 생명은 하인리히에게 경이와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자신의 비밀스러운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천적을 놀라게 하기 위해 날개에 새겨진 이상야릇한 네 개의 눈은 감시와 방어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매혹의 이유이기도 하다. 영혼을 흔들 만큼 빠져들게 하고 파괴적인 세계가 공작 나방의 날개에 고대 지도처럼 새겨져 있다.
“위대한 자화상”이라는 말은 헤세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해당된다. 작품이 거울이 되어 독자들의 내면을 비추고, 삶의 한 조각을 응시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순수한 본능과 욕망, 질투, 죄책감, 끝내 가장 소중한 것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는 소년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매우 가깝게 느끼게 한다. 하인리히가 파괴한 것은 어린 시절의 찬란하고 순수한 순간들이자 어두운 본능, 즉 양면적으로 존재하는 이 둘 모두이다. “한번 망가뜨린 것은 되돌릴 수 없다”(본문에서)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한 부분을 부셔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회복과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되돌릴 수 없”는 건 손 쓸 수 없게 된 공작 나방뿐만 아니라,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소년의 내면을 말하기도 한다. 공작 나방은 이로써 성장의 통과의례가 된다. 이처럼 멀고도 깊은 ‘나’에서 온 이야기가 바로 『밤의 공작새』이다. 한윤아의 추천사에서처럼 “어린 시절 성장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다면 이 이야기를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이야기의 겹’을 더욱 깊게 완성시킨 ‘그림의 눈’
오승민은 이 작품에서 ‘눈’에 주목한다. ‘그린이의 말’에서도 말했듯 “『밤의 공작새』의 나비(나방)는 정신분석학에서 영혼·자기 자신을 상징하기 때문에 ‘하인리히의 눈, 나방 날개의 눈, 에밀의 눈’을 연결시키려고 했”다. 반복적으로 그린 눈동자 이미지는 숨겨진 감정을 드러내고, 어떤 대상을 인식하게도, 직면하게도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독자는 작품에서 표현된 눈동자 이미지를 통해, 오승민이 창조한 또 다른 ‘공작 나방 날개의 눈‘을 보는 것처럼 이상야릇하고 놀라운, 의외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것이다.
이처럼 본능을 드러내는 눈, 간절한 눈, 혼란스러운 눈, 경멸하는 눈, 매혹하는 눈, 감시하는 눈 등 우리가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눈의 의미지가 힘껏 발휘되었다. 오승민은 “눈동자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그렸다고 했지만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눈’은 없다. 여기에서 ‘반복’은 무엇인가 꿰뚫어보고 도달하여 직면하게 하는 ‘오승민이 탄생시킨 눈들’의 의도된 장치이다. 그리고 이 의도는 독자의 눈과 마음을 압도한다.
그럼 서사를 이끄는 그림의 연결은 어떠한가. 액자식 구성의 묘미를 살려 현재와 과거를 구분 짓는 프레임을 활용했다. 현재의 밤에서 과거의 낮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구간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이 뚝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프레임이 확장되고 색이 바뀌면서 새로운 세계, 환하고 아름다우며 순수한 어린 시절로 가는 길은 초록빛으로 찬란하다. 그곳에 하인리히가 사랑한 존재인 나비가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 불청객이 불쑥 끼어든다. 모범생이자 지루한 교사 아들 에밀이다. 이때부터 하인리히의 밝고 환한 초록의 세상은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그 에밀이 공작 나방을 잡았다는 소문을 들은 뒤부터는 아직 보지 못한 공작 나방 날개의 눈이 하인리히에게 계속 따라붙는다. 이때 초록은 물러가고 어두운 색이 하인리히를 지배한다. 하지만 이분법적인 어둠과 밝음의 대비가 아니다. 공작 나방을 취했다가 돌려놓을 때 오가는 계단에서의 불안한 그림자, 드디어 대면한 공작 나방을 바라보는 하인리히의 눈 등 다분히 어둠이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영역을 포착해 “다른 색과 질감으로 쌓아 올려 헤세의 이야기를 더욱 깊게 완성”(‘추천사’에서)시키고 있다. 한윤아가 “이야기의 세 겹”이라고 말한 마지막 부분은 파괴로 가는 길이자 성장의 통과의례이다. 오승민은 이 길을, 이야기 초반 어른인 하인리히가 창턱에 앉아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표현했던 보라색과 선들을 다시 소환해 연결되도록 했다.
클라이맥스인 하인리히가 종이 띠를 떼어 내자 모습을 드러낸 ‘공작 나방’의 모습은 실로 굉장하다. 사로잡힌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공작 나방’을 세밀히 모사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이런 표현은 쓸 수 없다. 공작 나방에 새겨진, 의미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무늬와 선들은 무의식 속에 자리한 여러 감정과 경이와 불안 등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의 흔적들이 쌓인 것처럼 깊고 깊게 겹을 이룬다.
오승민은 이 작품에서 자기만의 ‘눈’을 여실히 보여 준다. 작가의 그림에도 눈이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헤아려 본다. 이처럼 헤르만 헤세와 오승민이 만나 그림책 『밤의 공작새』라는 고전이 새롭게 태어났다.
 

 

저자 소개

  • 저자 : 헤르만 헤세

저자 : 사에키상
그림 : 하네코토
1877년 독일 남부 도시 칼프에서 개신교 목사이자 선교사인 아버지와 유서 깊은 신학자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위스 바젤과 칼프에서 성장했다. 열다섯 살 때 재학 중이던 신학교를 그만두며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라고 결심한 헤세는 그해 6월 삶의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신경쇠약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을 다니다 다시 학업을 중단했고, 시계 공장과 서점 등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며 글쓰기에 전념했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첫 산문집 『자정 너머 한 시간』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자정 너머 한 시간』 출간을 결정한 독일 디더리히스 출판사의 대표 오이겐 디더리히스는 “이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만큼 더 그 문학적 가치를 확신한다”라며 헤세에게 작가로서의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 책으로 독일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헤세는 1904년 『페터 카멘친트』로 큰 주목을 받으며 일약 유명 작가로 발돋움했고,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청춘은 아름다워』 등을 발표하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독일포로구호’에서 일하며 전쟁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를 발행하는 한편, 정치적 논문과 선전문 등을 발표하며 전쟁의 비인간성을 규탄했다. 이런 활동들로 인해 그의 작품들은 독일 내에서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전쟁 기간 당시 정신적 어려움을 겪다 카를 구스타프 융에게 심리치료를 받았으며, 종전 뒤인 1919년에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젊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작품성 역시 인정받아 베를린시에서 주관하는 폰타네상을 수상했다. 이후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 등 여러 작품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에 비판적이고 나치를 경계한다는 이유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고, 나치 집권 이후에는 독일 내에서 작품의 제작과 판매가 어려워졌다. 종전 뒤인 1946년부터 독일에서 다시 헤세의 작품이 출간되기 시작했고, 같은 해 노벨 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50년 브라운슈바이크시에서 주관하는 빌헬름 라베 상을, 1955년 서독출판협회에서 주관하는 평화상을 수상했다. 1962년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세상을 떠났다.


수상 : 1946년 노벨문학상

역자 소개

  • 역자 : 엄혜숙

그림 : 오승민
2004년부터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우주 호텔』, 『불량한 자전거 여행 3』, 『불량한 자전거 여행 4』, 『이루의 세상』, 『루호』, 『커다란 경청』, 『돌배』, 『초원의 법칙』, 『삶은 여행』, 『찬다 삼촌』, 『나의 독산동』, 『나는 안중근이다』, < 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 시리즈 등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다.
쓰고 그린 책으로 『꼭꼭 숨어라』, 『붉은신』, 『오늘은 돈가스 카레라이스』, 『점옥이』,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가 있다.

 

역자 : 엄혜숙
책 읽기를 좋아하다가 책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일본의 바이카여자대학에서 아동문학과 그림책을 공부했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번역과 강의, 기획과 집필을 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플로리안과 트랙터 막스』, 『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 『비에도 지지 않고』, 『저기요, 이제 그만해요!』 등이 있다. 쓴 책으로는 『세탁소 아저씨의 꿈』, 『나의 초록 스웨터』,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 『100일 동안 매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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