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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주피터 초상 소설체로 쓴 이상의 삶과 문학 이야기

권영민 저 | 폭스코너 | 202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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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3034392 / 372쪽 / 484g / 133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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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소설로 읽는 이상의 삶, 평론으로 보는 그의 예술!
이상 문학 최고 권위자의 새로운 문학적 시도!
화가 구본웅의 전지적 시점으로 그려낸 천재 작가 이상의 모든 것!
“해상도 높은 문장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낸 이상” ―소설가 김연수

까치집 머리를 한 이상과 조선의 로트레크라 불린 등 굽은 구본웅이 함께 길을 걷노라면, 곡마단이 온 줄 알고 아이들이 뒤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천재적 역량을 발휘했던 두 사내의 우정을 중심으로,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을 꿈꾼 모더니스트 이상의 삶과 문학을 오롯이 담아낸 소설이 출간되었다. 『주피터 초상』은 국내 최고의 이상 문학 전문가인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소설체로 쓴 평론이자, 이상의 삶과 사랑, 문학과 예술을 총망라해 담아낸 만년의 역작이다.

소설은 구본웅의 전지적 시점으로 이상의 삶을 담아낸다. 화가를 꿈꾸었던 이상의 젊은 시절에서부터 폐결핵으로 인한 좌절과 기생 금홍과의 연애, 「오감도」 게재를 비롯한 집필 활동, 최저 낙원으로 삼은 제비 다방의 운영, 구인회의 동인으로 매진했던 출판 일, 그리고 변동림과의 결혼과 일본 유학 시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앞서간 모더니스트이자 천재였던 이상의 짧고 굴곡진 일생을 서산 구본웅의 시선을 빌려 들여다본다.

그렇게 우리는, 백부를 통해 얻은 트라우마와 결핵으로 인한 육체적 나약함 속에 허덕이는 이상, 숫된 총각의 순진함과 어리숙함으로 인해 연애의 실패를 경험하는 이상,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탓에 독자를 얻지 못하여 낙담한 이상, 이곳에서 늘 빈궁하고 고독했노라 고백하는 이상의 인간적인 면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의 삶을 소설로 그려내고 그의 예술을 평론으로 담아낸 권영민 교수의 새로운 문학적 시도를 통해, 우리는 이상의 빈궁하고 고독한 삶에 맞닿아 있는 그의 문학과 예술 세계를 온전히 체험하게 된다. 당대의 독자를 얻진 못했으나 우리 근대 문학의 대표적 시가 된 「오감도」를 비롯해 시와 소설, 수필을 망라한 이상의 대표작들을 구본웅의 입을 빌려 상세하게 해설하고 있는데, 소설가 김연수의 말처럼 “난해하다고 알려진 (이상) 작품들의 비밀”이 “실타래 풀리듯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상 문학에 대한 권영민 교수의 풍성하고 심도 깊은 해석이 이상의 곡절 많은 삶과 맞물려 소개됨으로써, 독자들은 보다 쉽고 흥미롭게 이상 문학의 핵심에 접속하게 된다. 비단 이상의 시와 소설뿐 아니라 이상이 남긴 그림과 삽화들에 대한 해설까지 더해져 있어, 『주피터 초상』은 그야말로 이상의 예술 세계를 가장 온전하고 총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끝에 부록으로, 상술한 이상 연보를 비롯해 경성고등공업학교 시절의 생활기록부와 졸업 기념 사진첩의 친필 사인 등 그간 쉽게 보기 어려웠던 자료들도 실려 있어 가치를 더한다.

소설은 이상의 삶과 문학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1920~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경성과 그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한국 근대문학과 예술의 진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를 비롯해 정지용, 김기림을 비롯한 구인회 문인들의 시, <친구의 초상>을 비롯한 구본웅의 회화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를 대표하는 문학과 예술에 대한 식견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그야말로 이상의 삶과 문학뿐 아니라 그의 시대까지 함께 조망한 깊이를 자랑한다.

김해경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본명을 버리고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후대에 남은 위대한 작가, 하융이라는 이름으로 삽화를 그렸으며 김기림으로부터 주피터라는 찬사를 받은 한국문학의 아이콘 이상을 명성과 활자에 박제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아 움직이는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최고 수준의 평론과 통찰, 짧은 생의 빈틈을 세밀하게 채워낸 소설적 상상력, 금홍과의 아름답고도 처절한 연애사와 구본웅을 비롯한 당대 모더니스트들과의 브로맨스까지, 독자들의 감성과 지성을 동시에 채워줄 아름다운 작품이다. 『주피터 초상』은 이상이 그토록 가지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던 미래의 독자 여러분에게 “불세출의 천재 이상(李箱) 그 이상(以上)”(안지영 평론가 추천사)을 보여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축하해. 이거 내 선물이야. 고공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고 약속해줘. 나도 곧 일본으로 그림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되었어.”
“형아, 무슨 선물인데 이렇게 큰 상자야?”
“펼쳐봐. 어서.”
그는 겹겹이 싼 하얀 창호지를 펼쳤다. 그리고 화구상자를 보자마자 말을 잇지 못했다. 나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망울에 금방 눈물이 고였다. 나는 바보같이 왜 우냐고 그의 등을 두드리면서 숙부가 들려준 그대로 화구상자를 자랑했다. 동경의 유명한 문구점에서 구한 가볍고 편리한 화구상자다. 오얏나무인지 하는 나무로 만든 것인데 몇 번을 물에 불리고 말려 나무가 아주 단단해져서 물이 묻어도 터지거나 뒤틀리지 않는다. 손잡이를 가죽으로 만들어 들고 다니기도 좋다. 그는 상자의 걸쇠를 열었다. 그러고는 “아…” 하는 감탄사를 한숨처럼 가늘고 길게 발음했다.
“고마워, 형아.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네.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몰라. 약속할게. 고공에 가서도 계속 그림을 그릴게. 이걸 오얏나무로 만들었다고? 오얏나무 상자.”
그는 ‘오얏 리, 상자 상’이라고 하면서 땅바닥에 이상(李箱)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내가 준 화구상자를 자기 이름으로 삼
아야겠다고 말했다.
“이상, 어때?
―18~19쪽

그런데 「오감도」가 신문 지면에서 사라졌다. 두어 주가 지나고 나서부터 슬그머니 신문에 작품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시대를 너무도 앞서가던 이 시가 보름 만에 자취를 감췄다. 아무 예고도 없이 연재가 시작된 것처럼 시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그대로 연재가 끝나버렸다. 나는 며칠 더 두고 보자는 심산으로 날마다 우고당으로 배달되는 석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뒤늦게야 작품 연재가 그의 뜻과는 다르게 강제로 중단된 것임을 알았다. 구보가 내게 들려준 소식은 미친 짓거리 집어치우라는 독자들의 항의 전화가 신문사 편집국으로 빗발쳤다는 후문이었다.
나는 그를 찾았다. 성격이 여리면서도 속으로는 자존심이 고집처럼 강한 그가 이번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되었다. 다방 제비의 구석 의자에 머리를 감싼 채 쭈그리고 앉아 있던 그는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형, 나를 보고 미친놈이래. 나는 이렇게 멀쩡한데, 사람들은 모두 수상쩍은 눈으로 내 시를 보고 있어. ‘연재 불가’라는 통보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 ‘이상’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해? 너는 이미 「오감도」의 시인 이상이잖아? 조선의 문단은 시인 이상을 가졌고, 「오감도」를 가졌는데.”
―86~87쪽

하융의 삽화는 어떤 대상을 그려놓느냐의 문제 이전에 어떤 각도로 사물을 보느냐 하는 일종의 관점 또는 시각의 문제를 강조한다. 하융은 구보의 느린 걸음을 따라 경성의 도회를 배회하면서도 작가 박태원과 소설 속의 주인공 구보 사이의 특이한 동일시 현상을 아주 조밀하게 따라잡고 있다. 그리고 미술의 다양한 기법을 이용하여 그것을 하나의 장면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그것은 일상의 그늘에 가린 구보의 내면 의식 또는 소설가 박태원의 민낯을 겹쳐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구보는 하융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시인 이상의 집념을 알아차리고 있었으므로 그 작은 화폭에 담긴 자기 이야기를 다시 거울을 보듯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는 소설을 써내려가는 동안 하융이 포착해낸 소설적 주제를 확인하면서 그 작은 삽화를 통해 암시되고 있는 주인공 구보의 내면 의식의 생생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하융은 모호하게 이어지는 소설의 이야기에서 과감하게 디테일을 생략한 채 무딘 붓끝으로 마치 판화를 새기듯이 자기 인상의 지배적 요소를 그려내고 있다. 구보는 내가 신문철을 넘기면서 하융의 삽화를 짚어가며 말하는 걸 보고 “아하, 아하!” 하면서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148~150쪽

하융의 삽화는 대상의 해체와 분할, 그리고 파격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진 모순덩어리 경성이라는 공간의 일상이다. 나는 하융이 그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삽화를 한 장의 그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러 이미지를 조작하고 해체하고 결합해놓고 있지만 서사의 한 장면을 제시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므로 그의 삽화는 시간성이 제거된 상태에서 이미지가 서로 겹쳐 있고 심지어는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여 존재하는 것들을 하나의 순간 속으로 밀쳐 넣기도 한다. 따라서 삽화에 담긴 숱한 서사의 조각들은 독자가 그 구조를 해체하여 재조직하면서 읽어내야만 한다. 이 자잘한 조각을 제대로 퍼즐 끼우듯 맞춰볼 수 있을 때 그의 삽화는 스스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167쪽

그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동경행을 서둘렀다. 경성을 떠나기 사흘 전 그는 간신히 얻어낸 도항증을 내게 보여주면서 드디어 경성을 떠나게 되었다고 했다. 창문사에 출근하여 책상을 정리한 그는 인쇄소의 동료들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아버지에게도 하직 인사를 드렸다. 나는 그의 동경행을 환송하는 뜻으로 저녁을 같이하기로 했다.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가을을 물들이는 10월 하순의 경성 날씨가 제법 서늘했다. 사실 나는 그가 동경행을 그렇게 서두르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가 좋아하는 후루사토의 계란덮밥 생각이 나서 장곡천정으로 이끌었다. 그는 뭔가 걱정에 싸인 것 같았다.
―251쪽

그에게 절망의 끝은 어디였을까? 동경에서 느끼는 고독과 우울을 고스란히 담아놓고 있는 것이 그가 기림에게 쓴 마지막 편지다. 음력 섣달그믐이라는 편지 쓴 날짜를 양력으로 바꿔보면 1937년 2월 10일이다. 동경 니시간다 경찰서로 연행되기 직전에 쓴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의 사연 속에는 그가 애써 감추려고 했던 자의식의 내면까지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차차 마음이, 즉 생각하는 것이 변해가오. 역시 내가 고집하고 있던 것은 회피였나 보오. 흉리에 거래하는 잡다한 문제 때문에 극도의 불면증으로 고생 중이오. 2, 3일씩 이불을 쓰고 문외 불출하는 수도 있소. 자꾸 자신을 잃으면서도 양심 양심 이렇게 부르짖어도 보오. 비참한 일이오. (중략) 나는 지금 쩔쩔매는 중이오. 생활보다도 대체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소. (중략) 내가 서울을 떠날 때 생각한 것은 참 어림도 없는 도원몽이었소. 이러다가는 정말 자살할 것 같소.’ 그가 털어놓고 있는 이러한 심중은 결코 과장된 제스처가 아니다.
―277~278쪽

이상.
자신이 남긴 문학과 예술만으로 그 짧은 생애를 스스로 초월하고 있는 예술가. 우리 시대의 가장 불행한 천재. 진정한 자기 언어를 추구한 아방가르드 시인. 내면의 세계에서 리얼리티의 참주제를 찾아낸 실험적 소설가. 하융이라는 가면을 쓰고 구보와 경성 거리를 활보하던 고독한 모더니스트. 아비를 배반하고 불의한 시대의 악형을 무릅쓰다가 천상으로 추방당한 제우스….

나는 이런저런 이름을 붙여 다시 마음속으로 상을 그려본다. 그가 떠났음에도 슬픔의 긴 끈을 놓지 못한 채 기림이 그에게 붙여준 ‘주피터’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그를 불러본다. 이 빛나는 이름이야말로 그의 기구한 삶과 그 예술적 재능에 값한다. 모든 기성적 권위를 거부하고 현실의 제도와 이념과 가치를 넘어서고자 했던 그를 달리 어떻게 호명할 수 있겠는가?

주피터!
너의 이름 뒤로 시와 소설을 사랑하는 미래의 독자가 줄을 서 있는 게 보이는가? 너는 언제나 맨 앞에서 낯선 새 시대에 맞서 새로운 독자와 만나고 그들과 함께 다시 앞으로 나가겠지. 그리고 ‘주피터’라는 또 하나의 이름 그대로 우리 문학사의 가장 크고 빛나는 별이 되리니, 어둠 속 서러움을 묻고 명목(瞑目)하라.
―341~342쪽

 

저자 소개

  • 저자 : 권영민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 현대문학사의 역사적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앞장섰다. 문학 연구의 기초 자료 조사 정리와 작품의 정본화 작업을 수행하면서 『이상전집』(전4권), 『이상 문학의 비밀 13』, 『오감도의 탄생』, 『이상 연구』 등을 펴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목차

주피터 초상

주요 등장인물
작가 후기―미지의 독자에게
부록―이상의 삶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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