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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8481726 / 148쪽 / 207g / 12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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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이미 균열된 세계를 주유하며 완고했던 세계의 흔적을 발굴해가는 작가
완고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응시의 감각을 지닌 자가 아닌, 이미 균열된 세계 속에서 완고함의 흔적을 온몸으로 발굴해가는 작가. 소설집 『재구성』 『겨울에 대한 감각』,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를 펴낸 민병훈 작가의 신작 중편소설이 문학실험실 〈틂-창작문고 시리즈〉 22권으로 출간되었다. 민병훈 작가는 “죽음, 상실 등 인간 내면에 자라는 근원적 어둠을 언어적로 형상화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삶의 자리를 역설적으로 반추해온 작가이자, 보통의 사람이 “자신의 현재를 의탁하고 스스로를 분석하며 미래를 견”디는 데 반해 “민병훈의 소설은 기억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방황을 수리”(노태훈)해온 작가이다. 그리하여 그는 “한 개인의 모색과 불안을, 자신의 몫으로 치러야만 하는 시간과의 무한한 대화”(양선형)에 나서는데, 신작 중편소설『금속성』은 사건과 세계라는 망루에서 시간과 의미라는 들보를 제거함으로써, 주저앉은 채 수습할수도 극복할수도 없는 ‘지금-여기’의 ‘나’와 ‘우리’의 실존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이 표면상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듯하나, 그 속에서 발견하는 진짜 디스토피아는 진즉에 도래해 있으며 이미 높은 밀도로 압축되어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GPS가 세계의 구석구석을 밝혀주고 있는 시대에, 지도에도 없는 소설”(박혜진)을 구축해온 민병훈이 그려놓은 이 미지의 세계는, 끔찍하지만 유러스럽고 엉뚱하지만 참담한 나-현실의 분명한 이름이다.
출판사 리뷰
추천사
모종의 방식으로 거기에 혹은 여기에 있는 우리의 삶
인생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이것 다음에는 저것이 와야 한다. 그런데 이것 다음에 다른 어떤 것이 온다. 마치 다리가 달린 뱀처럼. 고양이가 되려다 심각하게 어긋나버린 뜻밖의 생물처럼. 또는 이상하게 조립된 장난감처럼. 그것들은 어떻게 보면 웃기고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슬프다. 온갖 우스꽝스럽고 슬픈 일들이 일어나는 이 소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민병훈은 우리에게 글을 쓰는 시간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시간 전체가 곧 “폐품을 해체하거나, 조립해서 넘겨주거나, 다른 기계 물품과 교환하는 시간”(115쪽)임을 보여준다. 어느 수상한 컨테이너 작업실에서 깡! 깡!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 그곳에서 무엇인가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누가 자신의 손등이나 발등을 찧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괜찮은 일일 텐데, 이제 우리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거기에 누군가의 삶이 있으며, 그 삶이 우리의 삶과 모종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_강보원 시인의 추천사 중에서
책 속에서
마르코는 선반과 밀링이 있는 구역, 나는 과거에 개발된 컴퓨터와 기상 시스템이 전시된 구역에서 일했는데, 틈만 나면 내가 있는 곳으로 넘어와 말을 걸었다. 사람들은 박물관에 과거만 있다고 착각하는데, 기술에 과거는 없어, 기차만 해도 그래, 증기기관차가 지금 철로를 달리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 추월하는 거야. 내 말 이해되지? (15쪽)
나는 죽은 개와 삽을 챙겨 뒷산으로 갔다. 계속 땅을 팠다. 그 뒤로도 집에서 죽은 동물들은 모두 비슷한 곳에 묻었다. 언젠가 비가 많이 내려, 뒷산이 말 그대로 흘러내렸다고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사체들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보진 못했다. 그래도 계속 같은 곳에 묻었다. 닭과 쥐, 거북이를 묻었다. 토끼, 햄스터, 앵무새를 묻었다. 다시 살린 순 없을까. 꿈을 꿀 때마다 난생처음 듣는 동물의 울음을 궁금해하며 눈을 떴다. (19쪽)
그러자 가로수 뒤에서, 마치 내가 무단횡단을 하길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달려 나왔다. 신분증을 요구했고 어디서 나오는 길이냐고 물었다. 치과 간판을 가리켰다. 손에 들린 처방전을 내밀자 둘은 등을 보이고 돌아서서 속닥거렸다. 약국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봤다. 경찰관 중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치과에는 왜 가셨습니까. 사실대로 얘기하자 뒤에 있던 다른 경찰관이 다가왔다. 잇몸에 동상이 걸리는 게 말이나 됩니까. 나는 잠깐 당황했는데, 잇몸에 동상이 걸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건지, 동상 때문에 치과를 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건지 헷갈려서였다. (35쪽)
팔콘이 하늘을 날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가끔은 개로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안 하는 게 아니라 팔콘이 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은 꿈을 꾸는지도 모르지. 하늘을 나는 꿈을.
높은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다리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몸짓으로.
팔콘은 이제 앞다리까지 움직이기 힘든 것 같다.
자꾸 풀썩풀썩 주저앉는다.
조수는 슬픈 표정을 짓지 말라고 말했다.
팔콘이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하고 조수는 울었다. (45쪽)
왜 말이 여기서 저러고 있나. 조수는 생각을 중단하고 말에게 다가갔다. 말에 올라타기 위해서. 조수는 수치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수치를 기록하고 수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다.
- 말이 우리 머리 위에서 날뛰는 것 같았어요.
- 비가 내리고 먼지가 가라앉았어요.
- 마르코가 기차역에 도착했다면 곧바로 기차를 탈 수 있었을까. (80쪽)
개를 사랑하는 도시인들.
어색한 TV 탑.
아크릴판으로 외형을 감싼 기차와 그 앞에서 라디오를 듣는 아이.
밀링으로 세공한 반지를 약혼자에게 건네주기 위해 철교를 건넌 사람은 꿈속에서 비가 내릴 거라는 암시를 느꼈지만 서서히 깎여나가는 몸짓으로 공중전화를 찾고.
몸을 파고드는 쇠의 느낌.
금속의 공간.
폐품을 해체하거나, 조립해서 넘겨주거나, 다른 기계 물품과 교환하는 시간.
수치와 그래프.
나는 보이는 것에 열중했다. (115쪽)
금속성
장편(掌篇) : 금속성 외전
感 : 그래도 사랑해 _강보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