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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순수한 모순 틂 창작문고 23

김솔 저 | 문학실험실 | 202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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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8481740 / 188쪽 / 169g / 12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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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읽기의 완성은 쓰기를 통해 발화되는 사후적 행위―
오로지 텍스트만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한국 소설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하나의 뜨거운 예감”(문지문학상 심사평)이라는 평을 받으며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온 김솔 작가의 신작 연작소설집이 나왔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망상, 어(語)』 『유럽식 독서법』 『부다페스트 이야기』 등 소설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과 깊은 사유의 세계를 선물해온 김솔의 이번 신작은 그가 왜 “소설의 독자가 사라진 시대, 소설의 운명을 점치는 소설가”(김준성문학상 심사평)이자, “소설에 새겨진 운명적 DNA, 그 국경이 무너지는”(젊은작가상 심사평)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그토록 적확하게 그려냈는지 분명하게 확인시켜준다. 김솔은 세계적인 작가인 카프카, 보르헤스, 고골, 쿤데라를 이야기꾼으로서가 아니라 이야기의 대상으로 소환해 그들이 직조한 텍스트와 컨텍스트에 웜홀을 뚫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차원의 읽기와 쓰기의 통로를 개척한다. 이를 통해 문학이란 쓰이기 전에 반드시 읽기가 그 앞에 존재하지만, 결국 읽기의 완성은 쓰기를 통해 발화되는 사후적 행위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김솔의 연작소설집 『순수한 모순』은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라는 릴케의 비석에 새겨진 시구를 제문으로 두고 시작한다. 문학이 쓰는 이의 것도 읽는 이의 것도 아니라면 그 누구의 것이 될 수 있을까? 김솔은 네 편으로 이뤄진 연작소설을 통해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문을 넘어 ‘소설 너머의 소설’, ‘소설 이후의 소설’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네 명의 거장은 실존 당시인 과거와 지금―여기 소설을 읽고 있는 현재를 오가며 텍스트 사이를 끝없이 활보한다. 작가 사후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분명 ‘작가’로부터 촉발된 일이지만 이른바 ‘문학적 사건’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고도로 재구성된 읽기와 쓰기의 교차점에서 독자는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문학의 순수한 모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_박지일 시인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놓인 사건들, 오로지 텍스트만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장미라고 불리는 그녀와 나의 알리바이가 더 확실해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더 이상 우리의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 희망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설령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뫼비우스 띠를 따라 맴돌면서 저항할 것이다. 부당한 죽음은 불필요한 윤회를 반복시킬 위험이 있다. 자, 보아라, 지금 내 두 다리 사이에서 화려하게 피어오른 장미 한 그루를. 그녀는 이미 나의 사죄를 받아들였고 나에게도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내가 죽는 날까지 우리의 삶을 엿듣고 기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니 장미에 찔려 죽은 릴케를 더 이상 동정할 이유는 없다.
_「장미: 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1809년 3월 20일~1852년 2월 21일」 중에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1982. 11. 7.] 모두에게 널리 알려진 것처럼, FB는 폐결핵으로 죽기 직전에 지인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작품과 편지를 모두 불태워 없애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독일인 여자와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던 나에게도 그런 편지가 도착했다. (13쪽 「편지」 중에서)

내가 살면서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살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버둥대다가 병원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일까지 맡게 됐는데, 그건 내가 그동안 저지른 죄악을 속죄하는 데 아주 적절한 직업이었다. (30쪽 「편지」 중에서)

연구에 필요하시다면, 그걸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교수님께만 특별히 보여드릴 수는 있습니다. 우린 목적과 방법을 이미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서 약식 계약서 정도는 남기는 게 좋겠습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소정의 계약금이라도 받게 된다면 제 가족들 앞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모두 정상적으로 녹음됐는지 확인해주시겠어요? (43쪽 「편지」 중에서)

가문의 저주에 따라 시력을 거의 잃게 된 노작가는 쉰세 살 때부터 비서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돋보기와 네 개의 독서등을 활용해서 책을 읽거나 쓸 수는 있었으나 쉰한 번째 생일을 지나면서 앞을 완전히 볼 수 없게 됐다. (67쪽 「신작」 중에서)

작가는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라면 그걸 완전히 파괴하는 것밖에 없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최악의 작품을 유작으로 남기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 (67쪽 「신작」 중에서)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스웨덴 한림원을 감동시키지 못한 진짜 이유가 노작가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문학적 결함 때문일 수도 있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92쪽 「신작」 중에서)

내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어젯밤 독주로 나를 마비시킨 뒤 장미라고 불리는 그녀를 납치해 갔다. 그녀는 안전한 밤을 보냈을까. (104쪽 「장미」 중에서)

나는 그때도 여전히 과거가 현재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자위하면서 새장 안의 평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인간은 자유로울 권리를 거세당한 채 태어났고, 또 어떤 자는 불필요한 자유를 언제든지 포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109쪽 「장미」 중에서)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 희망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설령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뫼비우스 띠를 따라 맴돌면서 저항할 것이다. 부당한 죽음은 불필요한 윤회를 반복시킬 위험이 있다. (135쪽 「장미」 중에서)

MK는 그것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최소한의 경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검열과 언론의 부자유를 피해 자유세계로 망명한 작가가 옛 체제의 향수에 잠겨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48쪽 「롱괴르Longueu」 중에서)

MK를 매일 감시하던 체코의 비밀경찰이 그의 장발과 관련해 추잡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자 이를 부인하기 위해 그는 망명 직전까지 삭발한 채 지냈다고 대답했다. 프랑스에 건너온 뒤에도 머리카락을 기르지 않고 거의 모든 자리에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나면서, 가뜩이나 미국의 저급 문화 때문에 전통이 파괴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프랑스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귀띔했다. (156쪽 「롱괴르Longueu」 중에서)

하지만 MK의 수상은 매번 불발됐고 출판사는 개정판 출간을 보류했다. MK의 낙선 이유 중에 가장 그럴듯한 소문은, 그가 공산 체코 시절에 비밀경찰의 끄나풀로 활동했다는 문서가 발견되면서 한림원이 그를 수상 후보에서 영구히 제명했다는 것이다. (166쪽 「롱괴르Longueu」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김솔
1973년 광주에서 태어나,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번째』 『망상, 어(語)』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유럽식 독서법』 『당장 사랑을 멈춰주세요, 제발』 『말하지 않는 책』과 장편소설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보편적 정신』 『마카로니 프로젝트』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부다페스트 이야기』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행간을 걷다』 등을 펴냈다. 문지문학상·김준성문학상·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목차

편지
[프란츠 카프카, 1883년 7월 3일~1924년 6월 3일]

신작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 1899년 8월 24일~1986년 6월 14일]

장미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1809년 3월 20일~1852년 2월 21일]

롱괴르(Longueur)
[밀란 쿤데라, 1929년 4월 1일~2023년 7월 11일]

작가(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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