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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24065020 / 204쪽 / 204g / 120 x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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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2025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열한번째 이야기!
시인 오병량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11월의, 11월에 의한, 11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시라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라도 좋았던 때가 있었다
난다 출판사 시의적절 시리즈 스물세번째 책, 2025년 11월의 주인공은 2013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시인 오병량이다. 약속할 수 없다 해도 안녕하길 바라게 되는 이 가을, 시인에게 11월은 우리가 향수할 수 있을 모든 날에 대한 뒤늦은 찬사, 그 하나라 해도 족하다(작가의 말). 『생일과 일생』은 등단 12년 만에 선보이는 오병량의 첫 산문집으로 여섯 편의 시와 잡문, 단상, 편지 등을 통해 그에게 왔고 다녀간, 사랑하고 앓던 손님 같은 마음들을 적어낸다. 생일을 뒤집으면 나타나는 일생이란 말. 그런 날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날과 그 하나의 일생이란 말속에는 나와 무관했던 먼 우주의 폭발로부터 시작된 부서지고 깨진 별들의 탄생과 여정이라는 사건과 사고들이, 그 파편화된 상처들이 들어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아픔, 그 원소들이 어쩌면 삶의 집합 아닐까?(105쪽) “사랑에 완결이 있었던가요?” 그에겐 사랑의 기술보다는 사랑을 대하는 태도만이 시를 찾아갈 수 있는 최소이자 유일의 조건이다(11월 11일 잡문). 오늘은 막무가내로 온다. 매일매일이 내일 또 내일인 것처럼 우리는 같은 날씨와 똑 닮은 계절을 입고 균등한 시간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다르게 산다. 2024년에 펴낸 첫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에서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수인 죽음’(고봉준)이 만든 사랑의 공터를 “매번 지려고 하는 짓/그 몸짓의 애쓰는 마음”(「호랑이꽃」)으로 맴돌았던 시인 병량(“너도 이름에 병이 있었다” 25쪽). 그러나 일생一生과 비견되는 일생日生이 있다 믿으면 세상이 죄다 애틋으로 물든 사건이 되지 않을까(「골똘히 아픔을 보면 죄다 사람의 얼굴」).
출판사 리뷰
그럼에도 눈에 밟히는 건, 어쨌든 도리 없는 것
나는 좋아진다, 함께라는 말이
1학년 6반, 2학년 7반, 3학년 1반, 4학년 9반(171쪽), 교실의 크고도 무겁던 검붉은 나무 뒷문, 그 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가는 작디작은 나(「선생들」). 그때의 그 길과 낮잠과 풍경 그리고 냄새를 소환해보면 허기졌던 그날의 내가 보인다(「무진장」). 삶은 관계의 실타래 같아서 묶음의 형태로 그 궤를 짐작할 수도 있기에 그것을 작고 단단한 얌체공처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121쪽) 그다. 그럼에도 눈에 밟히는 건, 어쨌든 도리 없는 것(「녹두와 나비」). 그렇게 어떤 존재가 눈과 마음에 들어와 우리는 가족이 되기도 한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라도 한두 번 둘러보고 싶은 집들이 있다(「내가 오뱅이었던 때」). 무소식이 희소식인 양 잊고 살다가 목소리만 들어도 많은 걸 헤아릴 수 있는 사이. 첫마디가 모해용, 이면 별다를 게 없다는 뜻이고 형, 하면 나는 왜? 뭔데? 하며 조바심이 나는(「P에게」) 관계. 다시 불러도 애먼 곳을 한참 바라볼 뿐 대꾸하지 않는 그 무심함 속에 내 발끝에 매달린 고독은 따뜻하다. 나는 좋아진다, 함께라는 말이(62~63쪽). 중불과 약불 사이 그 정도로 익혀야 하는 닭다리살 구이(11월 4일 레시피)처럼 무례하지 않은 적당한 거리(191쪽), 보이나 가늠할 수 없는 거리(179쪽)가.
애썼다는 말보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마음이 왈칵 쏟아질 때가 있었다
볕에 익어가는 짚풀처럼 오는 마른 가을. 고통을 많이 배우면 쉽게 용서하게 된다(「예보」). 여러 번의 겹칠에도 결국 어두운 일은 어려운 색으로만 보이는(46쪽) 겨울의 길목. 시인에게 행복은 찰나 같고 불행은 불가피한 것. 행복은 풀숲에 숨겨진 어린 날의 보물찾기, 그에게 보물이 적힌 그 쪽지가 발견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어느 날엔 애썼다는 말보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마음이 왈칵 쏟아질 때가 있었다(「멀리 있는, 다시 없을 너에게」).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당면을 넣은 단순한 국. 엄마가 엄마의 엄마에게서 배운 국은 그리 특별하진 않았지만 밖에 나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시답잖은 핑계를 둘러대며 그만 일어나려고 하는 시인을 밥상머리에 주저앉히고 마는 엄마의 당면국(11월 22일 잡문). 어쩌면 이 아늑이 아련하게 비벼져 물컹물컹 입안에 담기는 순간, 그는 함부로 기도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하며, 오직 자신을 믿으며 사랑을 게을리하지 않는 어른의 마음을 배웠던 건 아닐까(11월 24일 편지). 꼭 옳지 않다 해도 어떤 실수를, 한때의 그릇된 시간을 살포시 안아주는 마음(120쪽)을.
자정을 알리며 자명종이 울렸다
그러니까 꿈이라는 거지?
다 큰 놈이 운다고
방문을 크게 닫는 가족
문이 열릴까,
어째서 문은 다시 열릴까?
말없이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_「스멀스물수몰」 부분
책 속에서
골똘히 아픔을 보면 죄다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요, 저라고 다를 바 없이 병 주고 약 주던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부끄럽지만 살아가고 있고 아직 용서하지 못해 살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사람을 멀리한들 완치가 있을 리 없고 사람의 일에 아픔이 배제될 수도 없으니 면역 없는 사람을 우리는 겪어내야 하겠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외롭게 건강했으면 합니다.
―「골똘히 아픔을 보면 죄다 사람의 얼굴」 부분
한때 내가 오뱅이었을 때, 너희에게도 근사한 별명들이 있었다. 여전히 유효한, 아니면 불행히도 기한이 다한 그 값진 별명들에 경의를 표한다. 지금은 아니라 해도 남달랐던 시절마저 절연한 적 없으니 모름지기 누구와도 추억은 근친이다.
―「내가 오뱅이었던 때」 부분
나는 가만히 나비 눈앞에 내려앉아 감긴 목줄을 풀고선 그 가는 목을 오래도록 쓸어주고 싶다. 이제라도 괜찮다면, 지금이라도 날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고 소중한 너를 한없이 쓸어내려주고 싶은 마음, 사랑이 아니라면 어느 별에서나 볼까.
―「녹두와 나비」 부분
날이 선 백지를 천천히 넘기다 결국
맨 뒷장에 하나 적게 되는 것이다
이름이 필요한 이유다
일기를 적지 않을 것이다
고통을 많이 배우면 쉽게 용서하게 된다
문간의 제웅처럼 말 없는 네 입속에 고통을 적어넣는다
헤진 눈이 검게 흐른다
실선을 이어붙이면 절취선,
진눈깨비가 사방을 홀리고 있었다
―「예보」 부분
화원은 메말라 있고
화원火源은 누구인지 모른 채
들녘이 있는 도로를 가로지르면 멀리 불타는 냄새
가을도 아닌데 벌써 난
그 냄새가 좋은 거다 답답해,
네 가슴을 때리며 죽을 것 같아 당신은 말했지
안아달라는 말이 아니라
떠나달라는 말도 모르게
가을이 오겠다
―「벽제」 부분
작가의 말 골똘히 아픔을 보면 죄다 사람의 얼굴 7
11월 1일 시 흔들 11
11월 2일 잡문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달리기 15
11월 3일 잡문 내가 오뱅이었던 때 19
11월 4일 레시피 모두 다 아는, 누구나 다 하는 닭다리살구이 31
11월 5일 단상 요즘 애들 버릇없어! 37
11월 6일 잡문 1998년, 지상 최대의 우주 쇼 45
11월 7일 시 그럼 안 오면 돼요 55
11월 8일 잡문 녹두와 나비 59
11월 9일 잡문 선생들 69
11월 10일 잡문 손님들 81
11월 11일 잡문 시라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라도 좋았던 때 91
11월 12일 시 예보 97
11월 13일 단상 생일 101
11월 14일 레시피 알아두면 제법 괜찮은 양념 107
11월 15일 잡문 편지 111
11월 16일 편지 P에게 115
11월 17일 잡문 이남 중 차남 123
11월 18일 잡문 돈통과 저금통 131
11월 19일 시 스멀스물수몰 139
11월 20일 일기 멀리 있는, 다시 없을 너에게 143
11월 21일 잡문 인생, 벌꿀오소리처럼 149
11월 22일 잡문 김치볶음밥은 위험해! 157
11월 23일 시 추신―봄에 쓴 편지에 붙여 163
11월 24일 편지 랑에게 165
11월 25일 잡문 도무지 쓸모를 모를 기억 169
11월 26일 잡문 무진장 173
11월 27일 잡문과 레시피 딸기와 고슴도치 183
11월 28일 편지 L에게 189
11월 29일 잡문 토박이 193
11월 30일 시 벽제 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