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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341128 / 300쪽 13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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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마음먹었다. 완벽을, 완벽히 폐기하리라고”
도통 뜻대로 안되는 세상에서 소설가로 살아남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가 작가로 데뷔한 후 지난 몇 년간 여러 매체에 실었던 산문들 가운데 휴식과 여행을 테마로 한 글들을 모으고, 다듬고, 더한 것이다. 기대와는 다른 서울살이의 도피로 떠난 첫 유럽 배낭여행부터, 사고 치고(?) 떠난 뉴욕, 제주도 최남단의 섬 가파도에서의 생활, 여행 예능 도전기 등, 일과 쉼, 여행과 사람에 대한 단상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의 워커홀릭이 온전한 쉼에 이르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상상 속 우아한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실체는 벌레(그리마! 붉은 다리 지네! 갯강구!)와의 전쟁이고, 태풍에 발이 묶이는가 하면, 지긋지긋한 불면증으로 낯선 방에서 잠을 설치기 일쑤이고, 친구들이 방문하는 날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마감은 매번 코앞에 닥쳐온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꿈꾼다. 작가 박상영은 더 많은 풍경과, 더 고마운 사람들, 더 눈물 나게 웃긴 이야기들을 한 보따리 풀어놓으며, 오늘도 불안과 강박과 싸우는 이들을 향해 잘 쉬고 있느냐고 묻는다.
책 속에서
어쩌면, 내게 있어 여행은 ‘휴식’의 동의어나 유의어가 아니라,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또 다른 자극이나 더 큰 고통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환부를 꿰뚫어 통증을 잊게 하는 침구술처럼 일상 한중간을 꿰뚫어, 지리멸렬한 일상도 실은 살 만한 것이라는 걸 체감하게 하는 과정일 수도. 써놓고 보니 (피학의 민족 한국인답게 몹시) 변태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나에게 가까운 진실인 것만 같다. 이런 내가 여행을 통해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즐기기 힘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마음먹었다. 완벽을, 완벽히 폐기하리라고.
---「프롤로그」중에서
그날 밤 내 몸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에 잠들지 못했던 나는 배를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껴 나도 모르게 짧은 신음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신음 소리를 듣고 놀란 Y도 덩달아 깼다. 나는 Y에게 말했다.
“니…… 맹장염 걸려봤나?”
“아니.”
“내 아무래도 맹장염 같다. 배 졸라 아픔.”
“설마, 아니겠지. 그거 못 버틸 정도라 카던데.”
“내 진짜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거든. 아씨 어떡하노. 내 여행자 보험도 안 들어놨는데…….”
“갑자기 보험이 왜 나오는데.”
찢어지는 듯한 복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나는 스코틀랜드의 살인적인 물가와 의료비에 대해, 만 원이 아까워 들지 않은 여행자 보험에 대해 생각했다
---「서툰 여행자를 위한 보험」중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쓰고 싶었고 쓸 수 있는 것은 앞선 세 권의 책에 모두 다 쏟아부은 것만 같았다. 더불어 나는 웃음을 잃었다. 웃음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웃음이 진짜 웃겨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슬픈 광대가 흘리는 검은 눈물에서 배어 나오는 안간힘이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을. 내가 쓰는 글이 더 이상 하나도 웃기지 않았고, 누군가를 웃겨주고 싶다는 의지조차 희미해져버린 걸 깨달았다. ‘요즘 나 왜 이렇게 안 웃길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쉬어야 했다. 얼른 생각을 멈추고, 얼른 쉬고,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빨리 다음 책을 써야만 했다. 책 계약이 밀려 있었고, 연재도 해야 하고, 첫 번째 장편소설도 (매우 유려하고 재미있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출 수 있게 잘) 써야만 했다. 그런데 도무지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슬럼프와 가파도」중에서
커다란 솥에 면을 삶고 프라이팬에 정신없이 야채를 볶다 보면 누군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반바지와 민소매 티셔츠만을 걸치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뭍이었으면 타인 앞에서 불경하게 나의 겨드랑이를 드러내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었겠으나 여기는 가파도 아닌가. 제주 본섬에서 10분이나 배를 타고 내려와야 하는 한반도 최남단의 섬, 이곳의 천혜 자연은 내 맨 겨드랑이 정도야 가볍게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얼토당토않은 마음으로 고급 중국집의 주방장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감 있게 웍 질을 했다. 그리고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상천외한 파스타를 만들어 혼자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가파도 아침 풍경」중에서
프롤로그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1부 단 1퍼센트의 빈틈을 찾아서
서툰 여행자를 위한 보험
난생처음 공부하지 않은 날
대관령에선 비상등을 켜야 한다
눈물은 언제나 나의 몫
대탈출 프로젝트
스무 살의 낙원
빛이 고이는 곳
2부 가파도 롱 베케이션
슬럼프와 가파도
가파도의 예술가들
가파도 아침 풍경
건축학의 역습
울려라, 긍정 메들리
날씨와 넷플릭스는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
고양이가 떠난 자리
보름달 미스터리
갯강구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눈물과 가파도 파스타
선녀탕에는 선녀가 없다
3부 억지로 쉼표 찍기
감정의 경제성
조인 마이 테이블
이 글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리라
서른다섯의 사춘기
순간의 반짝임
에필로그 쉼표 뒤에 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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