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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고베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한예리 저 | 세나북스 | 202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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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3614204 / 348쪽 / 452g /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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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눈부신 고베의 자연과 풍광, 흥미로운 일본 문학과 문화
그리고 일본 가정으로의 특별한 초대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일본 한 달 살기!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고베에서의 한 달!

일본 한 달 살기를 가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 일본 고베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홈스테이 경험이 떠올랐다. 그렇게 일본 고베에서의 홈스테이와 한 달 살기가 시작되었다.
일본 홈스테이 가족은 엄마(일본 엄마), 언니, 언니의 남편, 그리고 4세와 2세 남자아이 둘이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때때로 나 홀로 고베와 근교의 명소를 여행하고 식도락도 즐긴다.
일본어 번역가로 일하는 저자는 일본 문학을 전공했고 일본 문학 작품과 작가에 관심이 많다. 일본의 유명 작가 타니자키 준이치로가 살았고 소설 『세설』의 배경이 되기도 한 저택‘이쇼안’을 방문해 작가의 흔적을 찾는 여행을 하고 현재까지도 일본 문화의 최고봉이자 일본 문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텍스트로 인정받는 『겐지 이야기』를 쓴 무라사키 시키부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도 한다. 무라사키 시키부가 작품을 구상하고 칩거했던 방도 남아 있으며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과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시가현의 이시야마데라를 방문해서 일본 문화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일본 문화 체험으로 서예, 꽃꽂이, 다도도 배운다.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정신 수양과 미학을 강조하는 일본 전통문화의 정수다. 일본인들과 함께 일본 전통 예술인 ‘노’강의를 듣고 노 의상 체험도 하는 등 일본 문화를 더 잘 알기 위한 노력도 한다.
일본인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함께하며 특별한 고베에서의 추억도 쌓는다. 고베 어린이책의 숲과 효고현립미술관을 방문해서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도 감상하고 책과 미술 작품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고베뿐 아니라 효고현의 명소인 히메지성, 이쿠노은산, 키노사키온천, 요괴마을 후쿠사키초도 여행하고 교토, 시가, 오카야마의 명소도 둘러본다. 여러 가게에서 다양한 오므라이스를 맛보며 비교를 해보는 재미있는 체험도 하고 동물을 좋아해서 고베와 근교의 동물원 탐방을 하기도 한다.
홈스테이 가정에서 거의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평범하지만 직접 보기는 힘든 일본 가정의 일상을 함께하고 맞벌이 일본 가정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지 지켜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경험도 한다. 일본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고 집에서 테마키스시 파티, 타코야키 파티도 즐기는 등 일본인 가정의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상을 함께하는 호사도 누린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고베 여행은 힐링 그 자체였다. 고베의 야경도 유명하지만 아리마 온천에 가면서 탄 롯코 아리마 로프웨이에서 내려다본 끝없이 겹친 산과 세토내해가 보이는 고베의 환상적인 경관은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다. 미식으로도 유명한 고베에서 다양한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고베규 스테이크를 맛보고 눈도 입도 즐거운 디저트도 즐기는 꽉 찬 한 달의 멋진 휴가를 즐긴다.
홈스테이를 통한 일본 가족과의 따뜻한 추억과 일본 지인들과의 행복한 기억, 아름다운 자연과 일본 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었던 고베에서의 체험과 여행은 그동안의 사고를 전환할 정도의 멋지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고베 한 달 살기는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태도, 관대한 마음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 고베에서의 멋진 추억과 고베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는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 일본은 여행과 학업, 워킹 홀리데이로 여기저기 다닌 편이라서 지역 선정을 고민했다. 낯선 곳으로 갈지, 익숙한 곳으로 갈지, 가 본 곳으로 갈지 결정해야 했다. 여러 곳을 후보로 떠올리다가 기왕 출간하기로 결심했으니 유용한 정보와 흥미로운 소재를 싣고 싶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에 고베대학교로 단기 파견되었을 때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홈스테이 경험이 떠올랐다. 곧장 메신저 앱으로 일본 엄마께 3주 정도 댁에 머물 수 있는지 연락했더니, 15분 후에 “딸 내외와 손자 두 명이 함께 살고 있어서 정신없으니 각오하고 오렴. 기대되는구나!”라고 답장이 왔다. _본문 5쪽

* 「빛나는 그대에게」는 1000년경 탄생한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이자 세계 최초의 소설인 『겐지 이야기』를 쓴 무라사키 시키부의 이야기를 풀어낸 NHK의 대하드라마다.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해서 『겐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한 엄마의 배려였다. 『겐지 이야기』는 키리츠보 천황桐?天皇의 아들인 히카루 겐지光源氏의 화려한 사랑과 정치의 흥망성쇠, 그리고 겐지의 후손 이야기까지 담은 54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당시 귀족사회의 풍습과 문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현재까지도 일본 문학의 최고봉이자 일본 문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텍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_본문 42쪽

*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와서 귀가를 서둘렀다. 아침은 엄마, 저녁은 사키 언니 담당이었다. 사키 언니는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저녁을 차려냈고 저녁 식사 중에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도 읽어 주었다. 나에게도 읽어 달라고 해서 한 권 읽었는데 역시 히라가나만 있어서 이번에도 더듬더듬 읽었다. 가만히 듣던 신이치가 나에게 “왜 책을 잘 못 읽어”라고 물어보기에 “나는 한국인이라서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아. 미안해.”라고 말하며 사과하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처음에 한국인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아직 국가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아서인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후 신이치는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세계지도 등을 보며 외국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_본문 51쪽

* 짭조름한 양념장이 듬뿍 발린 쫄깃한 가리비와 도시락을 먹으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데 비어 있던 왼쪽 자리에 한 남성이 자리를 채웠다. 곧장 옆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걸 보고 그들과 일행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그 남성은 그들과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나에게도 인사를 건네며 팬클럽 소속인지, 표는 어떻게 구했는지, 어떤 선수를 좋아하는지, 코시엔 구장에 자주 오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대화를 나누며 그의 야구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오사카에서 경기를 보러 왔다는 이 남성은 급기야 뒷사람에게까지 인사하며 경기의 승리를 기원하는 말을 덧붙였다. _본문 60쪽

* 토미타도 문학가로서 충분히 활약했지만 사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건 타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에 관심이 있어서이다. 타니자키는 에로티시즘과 일본 전통 미학을 결합하여 독특한 작품을 집필한 탐미주의 소설의 대가이다. 타니자키는 이사를 40번 이상 다녔는데, 1923년 칸토 대지진 이후 칸사이로 이주하여 아시야시 일대에서 21년 동안 13번이나 이사를 했다. 토미타 사이카 구옥에서는 세 번째 부인 마츠코와 함께 1934년 3월부터 1936년 11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머물렀으며 현재의 전시동 2층을 서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타니자키는 이 서재에서 『겐지 이야기』의 현대어 번역 작업과 『고양이와 쇼조와 두 명의 여자』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_본문 68쪽

* 소바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옛 치쿠린인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근처에 위치한 엔랴쿠지延曆寺의 승려들이 은퇴 후 여생을 보내던 곳으로 실내외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정원에 들어서니 야외 정원을 배경으로 기모노를 입고 촬영 중인 분이 계셔서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먼저 본채 2층에서 액자 정원을 감상했다. 다다미가 깔린 바닥에 앉아 후덥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푸른 정원을 바라보았다. 꽃이 피거나 단풍이 물든 계절이 아닌데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청량한 느낌이었다. 1층으로 내려가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이끼와 돌, 물, 나무를 자세히 뜯어보며 온몸으로 정원을 느꼈다. _본문 79쪽

* 이번에는 시가현 방문에서 비와호와 함께 가장 기대했던 이시야마데라로 이동했다. 747년에 지어져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 절은 이름에 ‘이시(石/돌)’와 ‘야마(山/산)’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산속의 거대한 돌 위에 지어져 있다. 또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과 자연경관으로 유명해서 ‘꽃의 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곳은 헤이안 시대에 여류 문학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장소로 문학의 꽃이 피는 무대로도 유명하다. 그중 무라사키 시키부가 이곳에서 『겐지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전해지고 그녀가 칩거했던 방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또한 귀족들이 교토에서 참배하러 오기로 유명해서 무라사키 시키부의 생애를 다루는 대하드라마 「빛나는 그대에게」에서도 이를 그린 바 있다. _본문 84쪽

* 엄마 집에는 밥을 끝까지 다 먹은 사람만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이는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영양 섭취를 위해서 만든 규칙이지만 어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파프리카 반찬을 보자마자 ‘앗, 나도 디저트 먹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먼저들 정도였다. 무사히 식사를 마치고 받은 디저트는 도쿄 아사쿠사의 명물 고구마 양갱이었다. 엄마가 어제 점심 식사 후 산책 삼아 산노미야의 한큐백화점 식품관에서 열린 기간 한정 도쿄 페어에서 사 오신 것이었다. 고구마로 만들어진 샛노란 색감의 양갱은 언뜻 보면 부드러운 달걀찜이나 푸딩을 잘라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곱게 빚어진 모양이었다. 단순하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이 매력적이었다. 역시 반찬 투정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_본문 91쪽

* 왜 하필 고베에서 오므라이스를 먹느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도 명확하다. 앞서 언급했듯 고베는 개항을 통해 서양 요리가 일찍부터 발달했고 지금까지도 서양 요리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경양식 음식점이 많은데 그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쇼와 시대 스타일의 오므라이스이다. ‘쇼와’는 일본의 연호 중 하나로 쇼와 시대는 1926년에서 1989년까지다. 이 시기는 전통적인 일본 문화와 서양 문화가 혼재되어 독특한 감성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가 있다. 두껍고 길게 모양을 잡은 반숙 달걀을 볶음밥 위에 얹어 촉촉한 식감을 강조하는 현대 스타일 오므라이스와는 다르게 쇼와풍 오므라이스는 얇게 부친 달걀 지단으로 케첩 볶음밥을 완전히 감싸 소박하고 간단한 맛을 강조한다. _본문 97쪽

* 1878년에 개점한 만큼 당시에는 당연히 전동식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커피를 즐겼을지 궁금해하다가 문득 매장 입구에 있던 놓여 있던 낡은 맷돌이 떠올랐다. 메뉴판의 설명을 보니 맷돌로 원두를 천천히 갈면 본래의 풍미와 향이 그대로 살아나 원두의 진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설명을 읽으며 현대에는 원두만 비슷한 맛으로 제공하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지금도 현대식 맷돌을 사용해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맷돌로 간 원두는 불균일한 입자로 인해 독특하면서도 깊이 있는 풍미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기대감을 안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니 진하면서도 고소함과 쌉쌀함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았다. _본문 105쪽

* BE KOBE 모뉴먼트는 고베항 개항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것으로 ‘고베의 매력은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시민들의 회복력과 자부심, 그리고 연대감을 표현하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상징한다. 고베 곳곳에 각기 다른 BE KOBE 모뉴먼트가 있는데 이곳 메리켄 파크에 위치한 모뉴먼트는 단순한 디자인임에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바다와 어우러져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문구 자체의 의미도 깊지만, 이를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조형물로 승화시킨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해가 지며 조명이 켜져 빛나는 모뉴먼트를 둥근 오리엔탈호텔과 함께 카메라에 담은 후 나도 모뉴먼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_본문 108쪽

* 노의 의상과 가면은 역할에 따라 분류되고 가문마다 디자인이 다르다고 한다. 나는 장수와 축복을 상징하는 노인의 역할인 오키나翁의 의상을 입었다. 의상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먼저 신성함과 겸손함을 상징하는 소박한 느낌의 스오素?를 걸쳤다. 주황빛이 인상적인 의상이지만 모든 옷을 갖추어 입고 난 후에는 완전히 가려져서 아쉬웠다. 그다음에는 통이 넓게 퍼진 치마 형태의 하카마袴를 입었는데 이는 배우의 동작이 우아하고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카마는 상당히 무거워서 허리와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서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무늬와 색상이 돋보이는 카라기누唐衣를 걸치고 끈으로 고정하며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셨다. 카라기누는 오키나의 신성함과 고귀함을 강조하는데 무게가 상당해서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체격이 좋은 남성이 입어도 체력 소모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_본문 117쪽

* 우메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키 언니에게 저녁을 함께 먹을지 묻는 연락이 왔다. 엄마와 상의한 끝에 집에서 먹겠다고 전하자, 모처럼 가족이 다 함께 모인 김에 테마키스시 파티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타카 형부는 퇴근 시간이 늦어 평일에 저녁을 함께하기 어렵고 아침밥은 편한 시간에 각자 먹기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날이 드물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온 첫날, 한국 음식을 대접했을 때 첫째가 기뻐하며 테마키스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테마키스시는 김 위에 식초로 간을 한 밥과 다양한 재료를 얹어 손으로 말아 먹는 초밥이다. 속 재료는 참치, 연어, 새우, 연어알, 오이, 달걀, 무순, 낫토 등 정해진 것 없이 취향껏 준비해서 넣으면 된다. _본문 118쪽

* 고베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야경이 유명하기에 큰 기대를 안 하고 있다가 환상적인 경관에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다. 끝없이 겹친 산과 멀리 보이는 시내, 그리고 세토내해가 조화롭게 장관을 이루었다. 날이 화창해서 맨눈으로 히메지시까지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무엇보다 케이블카가 둥실둥실 날아가는 느낌이라 내가 날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누가 고베는 야경만 유명하다고 했는지 알아내서 한마디 해 주고 싶어질 정도였다. _본문 123쪽

* 오늘 방문할 명소는 9시 30분 이후에 문을 열기 때문에 먼저 니시무라 커피점 나카야마테 본점으로 향했다. 1948년에 창립된 니시무라 커피점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자가 배전한 원두로 블랙커피를 제공한 곳으로 카푸치노와 커피 젤리 같은 메뉴를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이 나카야마테 본점은 니시무라 커피점의 첫 번째 지점인 데다 키타노이진칸 명소와 가깝고 5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해서 화려 한 외관을 자랑한다. 또 이곳에서 사용하는 물은 고베의 유명 양조장 에서 사용하는 미야미즈라고 해서 더욱 기대하며 방문했다. 니시무라 커피점은 테이블 안내부터 주문, 서빙까지 모두 유니폼 을 갖춰 입은 정중한 점원이 도와주었다. 이른 시간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테이블을 채워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_본문 135쪽

* 타코야키 파티는 여러 명이 모여 직접 타코야키를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홈 파티 문화다. 우리는 일단 자리에 둘러앉아 타코야키를 만들었다. 타코야키 만들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가열한 타코야키 기계에 기름을 바르고 타코야키 반죽을 각 구멍이 잠길 정도로 가득 부은 후 문어와 튀김 부스러기, 다진 생강 초절임, 쪽파 등 취향껏 재료를 넣고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아래쪽이 익으면 다 함께 꼬챙이를 이용해 반죽을 뒤집으며 주변 반죽을 끌어모아 동그란 모양을 만든다. 다 익으면 취향에 따라 타코야키 소스와 마요네즈, 가다랑어포, 김가루 등을 뿌려 먹는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재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_본문 173쪽

*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은 대부분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학생이었고 강의 내용은 타니자키의 생애와 이사 이야기를 메인으로 『세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세설』은 194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상류층 가문 네 자매의 삶과 혼담을 중심으로 한 자매들의 일상과 갈등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제목은 ‘가랑눈’이라는 뜻의 세설(細雪)과 동음이의어인 세설(細說), 즉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칸사이의 문화와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당시 사회 속 여성들의 역할과 갈등을 탐구해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_본문 183쪽

* 이쇼안에서 타니자키라는 대문호의 일상을 상상하니 새로운 감동이 밀려왔다. 정원을 걸으며 타니자키 가족의 일상이 담긴 식탁과 서재를 떠올리니 자매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소설보다는 아담한 단독 주택이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이 『세설』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이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쇼안을 떠나며 작가의 소소한 일상이 깃든 이 집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_본문 185쪽

*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정신적 수양과 미학을 강조하는 일본 전통문화의 정수이다. 예술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다도 자체에도 세세한 예법이 있지만 테이슈亭主와는 물론이고 함께 차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예의도 상당히 중요하다. 다도 예절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인사에 유의하면 반은 성공한다. 응접실에서 잠깐 대기하다가 앞선 체험이 끝난 후 10명 조금 넘는 인원이 넓은 다다미방에 한번에 안내받았다. 차를 대접하는 테이슈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테이슈를 보조하고 손님에게 차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는 보조자가 손님에게 화과자를 제공했다. _본문 198쪽

* 사람이 많다 보니 처음 두 번만 테이슈가 직접 차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나머지는 다른 방에서 미리 타 둔 차를 한 번에 내어 주셨다. 차를 마시기 전에 다완을 감상하는 것도 예법 중의 하나인데 내가 받은 다완에는 『겐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와카무라사키가 그려져 있어서 반가웠다. 다완을 감상한 후에는 다완의 정면을 바라보고 시계 방향으로 두 번 돌린 후 세 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이때 마지막 세 번째는 ‘스읍’하고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어 차를 완전히 비웠다는 신호를 준다. 그리고 입을 댄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닦아낸 후 다완을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원래 위치로 돌린다. 마지막으로 다완의 내부와 굽 부분까지 살펴, 찻물이 흐른 자국 등으로 다완의 기능성과 미적 요소를 감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쌉쌀한 말차를 마시고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으며 여러 사람과 교류하니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_본문 199쪽

*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는 또 다른 창문에 시선을 빼앗겼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는 긴 창의 사각 장식도 멋진데 이 장식이 만들어낸 그림자까지 아름다웠다. 여러 창문의 장식은 식물의 잎을 닮았고 창문의 색상을 녹색에 가깝게 만들려고 녹청(??)이라 불리는 녹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3층에는 다다미방이 있었는데 이는 설계 시에는 없었지만 나중에 강력한 요청으로 추가된 공간으로 일본인의 다다미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3층에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서양식 디자인에 연신 감탄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산과 어우러져서인지 일본의 다다미와도 조화롭게 느껴졌다. _본문 212쪽

* 일본의 사교육 문화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초등학생들은 주로 영어, 피아노, 미술, 수영 등 취미 위주의 학원에 다니고 중고등학생들은 입시를 준비하는 전문 과목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과도한 사교육은 드물어 전반적으로 입시 과열 현상은 적은 편이다. 아직 어린 신이치와 세이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흥미와 적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부모의 고민과 정성은 양국이 다르지 않았다. _본문 213쪽

* 오늘은 수평과 사선의 조화를 중시하는 ‘횡사형’을 만든다고 하시며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꽃병이 아닌 평평한 수반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계절에 맞춰 조팝나무, 하얀 퐁퐁국화, 보랏빛 용담을

 

저자 소개

  • 저자 : 한예리

‘글자와 사람을 잇는다’는 마음으로 번역하는 8년 차 프리랜서 일본어 번역작가.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여러 어학원과 대학에서 일본어 관련 강의를 했다. 현재 출판 번역, 산업 번역, 영상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유롭고 호기심 많은 성격에 안성맞춤인 번역과 글쓰기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자 늘 고군분투한다.

인스타그램 kobe24y33d

목차

프롤로그 _004
칸사이 지역 소개 _012
칸사이 지도와 <한 달의 고베> 주요 여행지 _013

1일 차 8월 31일 오늘부터 고베 사람 _022
우당탕탕 출국기
■ 홈스테이 이모저모

2일 차 9월 1일 일본 신화의 고향, 아와지섬 _032
아카시 해협 대교, 아와지섬 몽키 센터, 이자나기 신궁,
노지마 단층 보존관

3일 차 9월 2일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재즈 킷사 _044
산노미야, 모토마치, 재즈 킷사 잼잼
■ 산노미야·모토마치 쇼핑 정보

4일 차 9월 3일 코시엔에 울려 퍼지는 한신 타이거스의 심장 소리 _054
코시엔 야구장

5일 차 9월 4일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흔적을 찾아서 ① _064
토미타 사이카 구옥, 앙리 샤르팡티에

6일 차 9월 5일 비와호를 따라 흐르는 비파 선율의 물결 _074
히요시타이샤, 옛 치쿠린인, 사이쿄지, 비와호, 이시야마데라

7일 차 9월 6일 바다를 품은 푸른 사과의 메시지 _090
효고현립미술관, 고베문학관

8일 차 9월 7일 항구를 수놓은 반짝이는 낭만 _100
소라쿠엔, 고베포트타워, 메리켄 파크, 하버랜드

9일 차 9월 8일 금빛 자수가 들려주는 노 이야기 _112
노 강의와 노 의상 체험

10일 차 9월 9일 ‘고베 투어리즘 스마트 패스포트 프리미엄’으로 고베 여행 ①
_120
금탕, 롯코 가든 테라스, 롯코 고산 식물원, 롯코 숲의 소리 뮤지엄
■ 일본 대중탕 이용 매너

11일 차 9월 10일 ‘고베 투어리즘 스마트 패스포트 프리미엄’으로 고베 여행 ②
_134
키타노이진칸, 누노비키 허브 정원, 고베 동물 왕국

12일 차 9월 11일 비행기 애호가의 성지 엿보기 _150
센리강 제방, 그랜드 그린 오사카

13일 차 9월 12일 캇파를 찾아서 _158
이쿠노은산, 요괴 마을 후쿠사키초

14일 차 9월 13일 몸의 한계, 붓의 무한 _168
일본 문화 체험 ① 서예

15일 차 9월 14일 자연이 처방해 주는 비타민 _176
롯코산 목장

16일 차 9월 15일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흔적을 찾아서 ② _182
이쇼안

17일 차 9월 16일 범고래가 만들어 준 물보라 추억 _190
스마 시 월드, 스마 리큐 공원

18일 차 9월 17일 달빛 스며드는 이국의 밤 _202
난킨마치, 고베시청 전망대

19일 차 9월 18일 자연과 건축의 조화 _208
요도코영빈관

20일 차 9월 19일 한국과 일본을 잇는 동해가 주는 설렘 _216
겐부도, 키노사키온천, 히요리야마해안, 신코로

21일 차 9월 20일 계절을 담아내는 꽃꽂이 문화 _226
일본 문화 체험 ② 꽃꽂이

22일 차 9월 21일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흔적을 찾아서 ③ _232
타니자키 준이치로 기념관
■ 일본 가정집 방문 예절

23일 차 9월 22일 천만 불짜리 야경 _238
은탕, 키쿠세이다이

24일 차 9월 23일 하늘과 맞닿은 신비로운 모래톱 _246
아마노하시다테, 이네 마을, 우라시마 신사

25일 차 9월 24일 자연과 인공의 완벽한 조화 _258
코라쿠엔, 코시키즈카고분

26일 차 9월 25일 근대로 타임 슬립 _268
옛 거류지, 히가시유원지, 고베 어린이책의 숲

27일 차 9월 26일 동물과 교감하는 사파리 모험 _276
히메지 센트럴 파크, 엔교지
■ 마이 컵 문화

28일 차 9월 27일 차 한 잔에 담긴 일본의 정신 _288
슈신칸, 일본 문화 체험 ③ 다도

29일 차 9월 28일 0.1밀리의 세계를 추구하는 장인의 손길 _294
누노비키 폭포, 타케나카 목수 도구관
■ 고베에서 맛본 다양한 오므라이스

30일 차 9월 29일 이국적인 거리를 채우는 감미로운 스윙 _304
노후쿠지, 오지동물원, 재즈 라이브 & 레스토랑 소네

31일 차 9월 30일 백로가 지키는 유네스코의 자부심 _314
히메지 시립동물원, 히메지성, 코코엔
■ 고베 및 근교 동물원 탐방

32일 차 10월 1일 고베대학교가 맺어준 홈스테이 인연 _324
키쿠마사무네, 하쿠츠루, 고베대학교

33일 차 10월 2일 ‘사요나라(さよなら/안녕)’가 아닌 ‘마타네(またね/또 만나)’
_334
키타노텐만 신사, 항만 지역

에필로그 _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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