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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9022904 / 384쪽 / 384g /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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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6 오늘의 책
반디앤루니스 리뷰
김명순의 뜨거운 문장,
거대한 사랑의 이야기
자유롭고자 했으나 다만 외로웠던 예술가 김명순,
심연을 뒤흔드는 14편이 수록된 단 하나의 소설집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여성 예술가 김명순의 소설이 시인 박소란의 편역을 거쳐 백 년 만에 되살아난다. 이는 김명순이 1918년부터 1936년까지 발표한 에세이를 묶어 선구적인 작가 김명순의 진면목을 새롭게 알린 『사랑은 무한대이외다』(핀드, 2023)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명순은 국내 서지 기록에 등록된 단행본으로서 한국 여성 최초의 창작 작품집인 『생명의 과실』(한성도서주식회사, 1925)을 펴낸바, 첫 책 출간 이후 백 년 만에 그의 작품세계를 한 권으로 조망할 수 있는 소설집이 묶였다는 것도 이 출간의 의미를 더한다. 지금 김명순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문학의 계보를 되짚는 중요한 과업이며, 자유롭고자 했으나 다만 외로웠던 한 예술가의 정신이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공명하는 경이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박소란 시인은 근대 한글로 쓰인 김명순의 작품을 현대어로 번역하며 김명순이 지닌 특유의 문체를 지키면서도 김명순의 깊은 사유와 선구적인 통찰이 지금의 독자들의 마음에 최대한 가깝게 가닿을 수 있도록 단어와 문장을 섬세하게 매만졌다. 박소란 시인은 미완성작을 제하고 김명순이 신문과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을 살펴 13편의 소설과 1편의 희곡을 선별했으며, 김명순이 생전에 펴낸 두 권의 창작집 『생명의 과실』과 『애인의 선물』(회동서관, 1929 추정)에 수록된 소설은 모두 포함했다. 고심해 고른 14편의 작품은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편역 작업의 원칙을 이어 역시 일일이 원문을 대조해 완성도와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출판사 리뷰
한국 여성 최초의 단행본 『생명의 과실』 출간 100주년 기념 작업
결락된 부분 보완해 사료적 가치 높여
수록된 소설 중 「의심의 소녀」는 김명순이 1917년 월간 잡지『청춘』의 문예작품 현상공모에 당선한 단편소설로, 김명순에게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쥐여준 작품이다. 1926년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한 김명순의 대표작 「나는 사랑한다」는 연재 중 순서가 엉기는 일련의 편집 사고가 있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박소란 시인이 작품의 내용을 살펴 순서를 바로잡았다. 김명순이 오래 천착해온 주제인 ‘사랑’을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은 한창 작품활동을 하던 당시 자유로운 사상으로 세상과 싸워야 했던 작가 본인의 애절한 부르짖음으로 들리기도 한다.
근대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작 「외로운 사람들」은 1924년 4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경장편 분량의 소설로,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특히나 이 소설은 마지막 부분인 43회가 결락되어 그간 그 끝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 박소란 시인의 노력으로 이번 기회에 해당 부분을 찾아 마지막 장면을 보완했다. 또한 김명순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로 쓴 소설 「인생행로난」을 찾아 문학평론가 권선영의 번역으로 이번 소설집에 함께 묶은 것도 특이할 점이다. 이 소설집에는 김명순의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 배우 옥자연이 추천의 글을 덧붙였는데, 현대의 촉망받는 배우가 백 년 전 배우로도 활동했던 김명순과 글로써 조우하며 뜨거운 감상을 전한다.
배우 옥자연 추천! “김명순의 글은 불더미 속에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외치는 소리 그 자체이다.”
한국문학의 든든한 자부심, 김명순의 재발견
김명순이 “시대가,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것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그치지 않는 이유”는 “영혼을 채우고 오롯한 한 존재로서 삶을 바로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었다. 김명순의 이토록 큰 사랑을 이제라도 나눌 수 있어 다행이다. 김명순의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조금 더 큰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문학을 지속하게”(박소란, 엮은이의 말) 될 것이다. 백 년 전부터 우리에게 ‘김명순’이라는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의 한국문학에 든든한 자부심으로 전해진다. 김명순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여러 역사적인 당위성을 차치하고 그저 한 작가의 숭고한 내면과 아름답고 뜨거운 문장, 그 안에 담긴 거대한 사랑을 들여다보기 위해 독자들은 이 책을 집어 들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마음을 쏟고 쏟게 될 것이다.
만일에 봄이 나를 녹이면
돌 틈에서 파초 열매를 맺지요 맺지요
만일에 만일에.
만일에 좋은 때를 얻으면
바위를 열어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
만일에 만일에.
―「돌아다볼 때」 수록 시 「만일에」 전문(190면)
추천사
좋은 집이 탄다고 사람들은 서러워했다. 그러나 그 불더미 속에 소리 들려 이르되
“사랑하는 이여, 아름다운 말 전부는 너의 이름이다” 하고
“나는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하더라.
―「나는 사랑한다」 중에서
낙인과 오해로 굴곡진 삶을 살았던 김명순의 소설에는 한결같이 발버둥 치는 인물들이 있다. 피가 끓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 고결한 이상을 감당하려 하나 꺾이고 꺾이고 마는 학대받는 인물들. 그럼에도 희망하기를 그치지 않고, 아니하려야 아니할 수 없어 사랑에 온몸을 던지고야 마는 인물들. 20세기 초의 조선, 그 역동적인 과도기를 살아내며 온 우주의 법칙과 전 인류의 예술과 동서고금의 철학을 탐구하고 싶었던 꿈 많은 정신이 남긴 글들을 읽노라면 증기를 뿜어내며 돌진하는 듯한 근대의 낭만주의가 참으로 숨 가쁘다.
‘이건 근대의 낭만이야’ 하며 거리를 둘 수 있는 나는 아마도 “좋은 집이 탄다고” “서러워”하는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김명순의 글에는 낡은 현대인 같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녀의 글은 불더미 속에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외치는 소리 그 자체이다. 멍하니 서서 불기둥을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이 뜨거워옴을 느낀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고달픔과 아픔을 뒤섞은 제 가슴을 쥐고 “왜 사람은 생각한 일을 하나도 못 하고 죽는단 말인가”하고 부르짖는”(「외로운 사람들」) 이와 내가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희망이, 설움이 번져온다. 나는 그토록 뜨거울 수 있을까. 불더미 속에서 내가 외치게 될 말은 무엇일까. 최후까지 붙들어야 할 그 말은.
―옥자연 배우

젊은 날
나는 사랑한다
분수령
일요일
꿈 묻는 날 밤
의붓자식(희곡)
의심의 소녀
조모의 묘전에
해 저문 때
손님
돌아다볼 때
모르는 사람같이
외로운 사람들
인생행로난
엮은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