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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0931 / 276쪽 / 386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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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아시아 여행기이자 글쓰기 수련 고백록, 독서 감상문인 차미란의 에세이들
2022년 『계간현대수필』 신인상을 받았던 차미란 수필가가 첫 에세이집 『방향을 버리면 바다가 열린다』를 선보였다. 차미란 수필가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계간현대수필』 편집위원, 서초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에세이 『방향을 버리면 바다가 열린다』는 작가의 아시아 여행기이면서 글쓰기 수련 과정에 대한 고백록이자 독서 감상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라오스, 대만, 인도, 태국, 일본 등 주로 아시아 국가 몇몇 도시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수상(隨想)이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삶에 대한 작가의 만만치 않은 사유와 성찰에 공감하게 된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삶을 헛되이 소비하지 않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그런 여행과 성찰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방향을 버리면 바다가 열린다』는 여행기이면서 좋은 소설가가 되고 싶은 그녀의 내적 고백록으로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여행하면서 책을 늘 가지고 다니는데, 여기서 소개된 책만 하더라도 『생존 시간 카드』(마르셀 에메),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정지돈), 『굶주림』(크누트 함순), 『변신』(프란츠 카프카), 『불안의 서』(페르난두 페소아),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아잔 나티코), 『어느 작가의 오후』(스콧 피츠제럴드), 『제7일』(위화), 『Way of Seeing』(존 버거),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영혼의 자서전』(니코스 카잔차키스) 등 10여 편에 달한다.
에세이에는 가볍게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 실수담과 ‘큰일날 뻔했네!’ 가슴이 철렁할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대만 타오위안공항에서의 현지 카드 사기 사건이나, 끼니를 놓쳐 헤매다 결국 백화점 음식점 코너에서 비빔밥으로 간신히 해결했다는 이야기는 가벼운 해프닝이다. 하지만 태국 끄라비에서 애초의 여행 일정을 바꿨다가 방콕 수완나폼공항에서 겪은 사건은 언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일이다. 여성 혼자 공항 직원들에게 심문(審問)에 가까운 질문에 시달렸을 그 상황을 상상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이에 반해 인도에서의 구걸 소녀 이야기는 현지 사정에 대한 몰이해, 또는 일상적 동정심이 유발한 불의의 사건이다. 볼품없이 깡마르고 초라한 차림의 어린아이가 손을 내밀고 구걸하는데 냉정히 그 손을 뿌리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외국 여행에서 그런 아이들에게 적선했다가 낭패를 보았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고, 가이드들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의를 주기 때문에 여간해선 사건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러나 화자는 이곳저곳에서 그런 일을 겪었고, 그 일을 자세히 서술한다. 또 라오스 현지 가이드 덩샤이가 칠순이 넘은 남자 여행객을 ‘오빠’라고 불렀다가 야단맞은 에피소드는 우리들에게 반성할 거리를 제공한다.
차미란 수필가는 라오스에서 일본 북해도까지의 아시아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설을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많이 쓰자”는 것, 그리도 다른 하나는 “방향을 버리면 바다가 열린다”는 깨달음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명제는 그녀가 북해도의 삿포로 스스키노 거리를 헤매며 통찰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여행기를 쓰려는 독자들이 참고해도 좋은 장점을 갖추고 있다. 작가의 여행기에는 그 여행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고민하고 성찰한다. 여행 중 틈나는 대로 독서와 메모를 하고 한 편의 글로 정리하는 것은 스스로가 정한 여행의 목적임을 잊지 않는다.
차미란 수필가는 “이 에세이는 스토리텔링이다. 자전적 이야기이고, 환상이면서 리얼리티다. 나는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얻은 것들을 소재로 이야기하듯 에세이를 써내려갔다. 모든 에피소드는 내가 실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고자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했으나 그것은 양념일 뿐이다. 사소한 감정으로 얽힌 것들은 함축하고자 했지만, 중언부언 늘어놓은 이야기들도 있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에 가장 나다운 모습을 담고자 못난 나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것은 여행과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나를 이루는 세포들이 항상 분열하듯, 나의 이야기들은 다시 만들어지고 또 분열할 것이다. 삶이 곧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 삶을 관통하며 만들어진 이야기를 받아적으며 나는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 살면서 나는 자주 길을 잃었다. 길을 잃을 때마다 가야 할 방향을 몰라 불안해하고 허둥거렸다. 많은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니, 그건 길을 잃은 게 아니었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마다 방향을 바꿨을 뿐이다. 그렇게 새로운 방향을 찾아 걷다보면 또 다른 벽이 나타나곤 했다. 삶이 표류하는 곳, 그곳엔 언제나 내가 있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서 있는 그곳에서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곳이 때론 낯선 도시였고, 넓은 들판이었고, 숲속이거나 사막이며 망망대해 표류 중인 바다 한가운데일 때도 있었다.
삿포로에서 길을 잃고 두리번거리던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 길이든 일행과 만날 집합 장소를 찾아가면 그뿐, 정해진 방향은 없다. 우리 삶도 그렇다. 어떤 목적이나 방향을 두고 집착하기보다 방향을 버리면 마음에 큰 바다가 펼쳐진다. 길을 버리니 사방이 내가 갈 곳이었다. 내가 어디론가 돌아가야 한다는 건 단지 밤이 깊었기 때문이다.
---「방향을 버리면 바다가 열린다」중에서
… 나는 이 향기를 기억한다. 그건 분명히 ‘이별의 향기’였다. 몇 해 전 네팔을 여행할 때 카트만두의 한 호텔에서 환영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주었다. 주황색 금잔화를 엮어 만든 꽃목걸이였다. 싱싱한 꽃에서 나는 진하고 달콤한 금잔화 향기에 금세 머리가 맑아졌다. 다음날 나는 그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네팔의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포카라로 가는 길이었다.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탑승장으로 나가려는데, 검색대에서 보안요원이 나를 불러세웠다. 그녀는 내게 금잔화 목걸이를 벗으라고 명령했다.
“이 목걸이는 선물받은 거야, 그리고 이건 꽃이잖아. 절대 위험하지 않아.” 나는 뻣뻣하게 서서 대답했다. 보안요원이 재차 명령했다. 나는 쭈뼛쭈뼛 목걸이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 꽃목걸이를 받아든 그녀가 내게 설명했다. 이 꽃은 이별이나 죽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네가 꽃을 목에 걸고 있으면 다른 승객들이 꽃을 보고 죽음을 떠올릴 것이다. 이 꽃은 다른 승객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설명을 마친 그녀는 인정 없이 꽃목걸이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금잔화 향기를 품은 도시 비엔티안」중에서
… 구도심을 벗어나 번화가 쪽으로 걸어나왔다. 신광미츠코시 백화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 푸드코트! 나는 백화점으로 뛰어갔다. 대만이 음식의 별세계인 건 맞다. 백화점의 음식코너에는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배고픔을 눈요기로도 채울 만큼 다양하고 별나고 이상한 음식이 많았다. 언젠가는 극복해야겠지만, 나는 아직 실란초가 무섭다. 여행지에서 음식을 가려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푸드코트를 돌아보니 반갑게도 ‘청기와’라는 한국 식당이 있었다. 이곳 비빔밥은 고명을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다. 나는 불고기와 콩나물과 공심채를 듬뿍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아, 드디어 첫 끼니다. 대만에 와서 맛있는 걸 먹겠다는 다짐이 비빔밥, 돌고 돌아 비빔밥이었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아닌 이상한 한 끼였다.
---「돌고 돌아 비빔밥」중에서
작가의 말 | 환상이며 리얼리티인 여행 이야기 · 5
제1장 라오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15
금잔화 향기를 품은 도시 비엔티안…20
탓 루앙의 위대한 빛…26
팍세는 빡세다…30
귀신의 덫…35
무당이 되다…40
생존 시간 카드…47
여행은 함께 춤추는 것이다…54
우리가 잃어버린 것…60
나쁜 말…64
노을이 아름다운 나라…68
제2장 좌충우돌 대만
스탕달 신드롬…73
사기를 치더라도 장소는 가려야…78
돌고 돌아 비빔밥…83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라…89
잘 쓰지 말고 그냥 쓰자…93
바퀴벌레와 겸상…98
시절인연…105
불광사의 탑돌이…110
제3장 북인도
강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117
인도에서 김 서방 찾기…124
녹야원 사르나트…128
죽음을 기다리는 도시…132
갠지스강의 새벽…137
카주라호…142
자기 연민의 깡통을 들고…146
가장 성스러운 약속…154
구걸이라는 직업…161
내 동화적 상상을 물어뜯은 코브라…167
빗자루 몽둥이로 얻어맞은 꼴…172
배우고 실천하라는 가르침…176
뉴델리를 떠나며…182
제4장 태국
2023. 1. 31. (화)…189
부처를 일으킨 보리수…193
치앙마이 가는 길…197
형벌의 딜레마…201
총부리 제치고 커피 한 잔…207
골든 트라이앵글…212
피는 달고 맛있어…218
또깨또깨ㅤㄸㅗㅅ깨∼∼…224
끄라비 해변의 요가…231
연장과 취소는 뭐가 다를까?…236
제5장 북해도
삶이 비록 권태로울지라도…245
머위잎 아래 살던 사람들…248
천국과 지옥은 경계가 없다…252
방향을 버리면 바다가 열린다…257
해설 | 여행, 기록, 소설 쓰기 / 장영우 · 2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