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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동의 달

김정식 저 | 이유출판 | 202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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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534523 / 272쪽 / 468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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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1970년대 서울의 초상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금호동 달빛

1970~1980년대 경제개발 시기, 서울 하늘의 달빛을 바라보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 옛 기억을 모아 에세이를 펴냈다. 외국의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강의하다 현재 광운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금호동 달동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가난했지만 이웃 간에 정이 도탑던 시절, 작가는 다리가 불편한 탓에 조금 낮은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였다. 오랜 타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어느 날, 작가는 자신의 자아가 이곳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키워낸 금호동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기로 한다. 조각보처럼 기억을 엮은『금호동의 달』에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이웃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이 책은 이들에게 바치는 저자의 고백록이자 한편의 팩션 단편집이다.

 

 

출판사 리뷰

골목길을 메우던 사람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던 풍경

70~80년대의 금호동은 낙후된 달동네였다. 작가는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맺은 인연들을 추억한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복작거리며 살던 금호동에는 작가의 부모님이 생업을 이어가던 금남시장이 있었다. 골목길에서 본드에 취해 널브러져 있곤 하던 친구 진석이는 어느 날 죽었다는 소문과 함께 사라진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심심해하는 어린 작가를 자전거에 태우고 시장을 누비곤 하던 배달원 용순이 누나는 시집을 가면서 작가의 삶에서 갑자기 퇴장한다. 작가의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이따금 어린 작가를 업고 밤 산책을 나가던 여공 미선이 누나도 있었다. 작가는 그의 등 너머로 떠오른 달빛을 보며 누나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엔 시간의 속도만큼이나 인연도 빠르게 지나간다. 하지만 그 기억은 살아남아 그리움이 된다. 당시엔 정체를 알 수 없던 감정들도 질기게 이어져 식은땀처럼 가슴에 맺힐 때가 있다.

뜨거운 순대를 품고 내달리던 크리스마스이브
거칠지만 낭만 가득했던 시간

이 책에는 한 번 만나면 잊을 수 없는 강력한 캐릭터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인삼찻집’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둔 경희와 미국 여배우 멜리사 길버트를 닮은 효진이. 성인잡지 「허슬러」를 보여주며 남자 되는 법을 열강하던 ‘구라쟁이’ 동환이, 노래와 복싱을 다 잘해서 뭐가 될지 고민하던 ‘차용필’ 용섭이. 말을 더듬지만 싸움을 잘해 작가를 지켜주던 윤구. 이들은 출신 학교와 동네를 막론하고 누구나 옛 기억 속에 한 명씩은 있을 법한 친근한 인물들이다. 1984년 학창 시절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에 뜨거운 순대를 품고 거리를 달려야 했던 용준이는 젊은 날의 치기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는 현재의 관점으로 옳고 그름을 재단할 수 없는, 그 시절을 함께 통과한 이들만이 평생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낭만과 추억이 아닐까?

추운 겨울을 녹여준 배춧국과
무더운 여름날의 ‘어름’ 화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맛’이다. 작가는 금호동에 살던 어린 시절에 먹고 마셨던 음식을 그날의 풍경과 함께 기억한다. 작가가 열두 살 되던 해, 겨울 아침 밥상에 차려져 있던 배춧국을 떠올리고, 미국 생활 중에는 어릴 적 어머니의 방식대로 김을 구워 먹다가 문득 어머니가 김을 제대로 드시는 걸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삼킨다. 고등학생 이모가 이른 아침 등교 전 먹다 남긴 라면을 먹으며 엄마의 안쓰러운 뒷모습을 바라보던 기억, 부모님이 퇴근하기 전에 동생에게 수제비를 해주던 누나. 황달을 앓던 형에게 회를 마음껏 사주지 못했던 아버지, 에어컨도 없던 여름날 수박화채를 위해 부리나케 ‘어름’을 사 오던 형의 모습까지, 음식의 기억은 어김없이 그 시절의 풍경을 소환한다.

응답하라, 금호동!
7080세대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모두가 가난하기에 서로 의지하며 살았던, 그래서 이웃이 혈연보다 끈끈하던 시절. 작가의 부모님은 시장에서 그릇 장사도 하고 가내수공업 공장도 하며 자식을 키웠다. 아버지는 시장에서 만난 40년 지기인 기름집 아저씨가 세상을 떠나자 심하게 우울해했다. 그 아저씨의 딸 명숙이와는 친하게 지내다 그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영영 헤어지게 된다. 황달을 앓던 형을 돈을 받지 않고 치료해주었던 김소아과 원장님은 여전히 금호동에 살고 있었다. 우연히 냉면집에서 그를 발견한 작가는 몰래 식사비를 계산하며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다. 오랜 인연이 순간에 끊어지기도 하고, 가느다란 인연이 국수 가락처럼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15년여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작가는 한동안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으로 살았다. 그의 어린 시절이 새겨진 금호동은 재개발로 인해 영영 사라졌고 이제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집을 잃은 작가는 그 시절의 기억을 엮어 마음의 집을 새로 짓듯 이 책을 펴냈다.

프롤로그

나는 금호동에서 25년을 살았다. 1970년에 서울로 이사 와 다섯 살 때부터 살았던 금호동 산동네와 시장은 내게 세상 전부였다. 대학을 마치고 한동안 외국을 떠돌다 돌아왔지만 내게 한국이란 금호동을 뜻했다. 금호동은 서울에서 유명한 달동네였다. 1960년대 말, 수많은 사람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이때 고향을 떠난 이주민들과 도시 빈민들이 자리 잡은 대표적인 지역이 금호동이다. 내 아버지도 여섯 식구를 데리고 금호동에 자리를 잡았다. 일흔이 넘은 노모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고향을 떠난 아버지에게 금호동은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몇 개 남지 않은 선택지이기도 했다.

그 시절 금호동에는 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말할 수 없이 열악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동네였다. 낮에는 쓰레기와 오물이 사방에 널렸지만, 저녁이 오면 어둠이 더러운 것들을 가리고 백열등 불빛이 산동네를 채웠다. 한 지붕 아래 서너 가구가 하나의 화장실과 수도를 나눠 쓰며 살아도, 저녁이면 밥 짓는 냄새가 퍼졌다. 그곳도 누군가는 따뜻하게 쉴 수 있는 집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동안 15년이 넘게 다른 나라에서 살았지만, 정작 나의 정체성과 자아가 만들어진 곳은 바로 이 동네였다. 금호동에서 자라면서 겪었던 경험이 미국과 홍콩을 떠돌면서 공부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며 얻었던 것보다 내게 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런 금호동이 점점 변하고 있다. 도시 재개발이 진행되며 내가 기억하는 금호동은 점점 사라져 갔다. 이제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곳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나의 자아가 만들어진 이 동네와 여기서 만났던 사람들 얘기를 쓰고 싶었다. 나의 옛날이야기를 품은 이 동네의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이 책의 글들은 나의 성장기이다. 실제 이야기이면서 허구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여러 사람의 모습을 한 인물에 담기도 했고, 한 사람의 모습을 여러 인물에 나누어 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식구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 나 혼자 잠이 깼다.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작은 툇마루에 앉아서 밤하늘을 보았다. 하늘엔 늘 달이 있었다. 비가 오거나 바람 부는 날에도 어김없이 달이 있었다. 그건 내 마음에 뜬 달이라서 그럴 것이다. 달은 낮부터 떠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보일 듯 안 보일 듯 서서히 떠오른 달은 해처럼 눈부시진 않았어도 세상이 희미하게 보일 만큼은 빛을 비췄다. 우리는 때로 외롭다. 혼자 살면서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어울려 살면서도 외로워한다.

사람들은 늘 희망만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 희망을 잃기도 하고, 잊기도 하며, 때로는 거추장스러워서 내팽개치기도 한다. 그래도 한밤중에 하늘에 걸린 달을 보면 외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달은 눈부시게 밝지는 않아도 내일도 그럭저럭 살만할 거라고 말해 주었다. 달은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을 만큼만 빛을 비춘다. 그러면 사람들은 거추장스러워서 팽개쳐 버릴까 살짝 망설였던 희망을 주섬주섬 다시 담는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다시 희망을 주워 담는 일인 것 같다. 세상이 어둡게 보일 때에도 달은 어디선가 틀림없이 사람들을 비추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달과 가장 가까운 산동네를 비추던 달빛의 기억을 담았다.

2024년 6월
김정식

저자 소개

  • 저자 : 김정식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광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다. 미국 웨스턴워싱턴대학교와 홍콩시립대학교의 교수로 심리학과 경영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의했다. 전공과 관련된 일만 하는 게 지루해서 어느 날 밤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5년 넘게 외국에서 살면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썼으며, 지금은 자전적 소설을 쓰는 중이다. 저서로는 『쓰러지지 않는 기업의 조직 탄력성』, 『조직의 직무동기』, 『조직행동』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1 유년의 기억
새벽 수돗가
개천
계수나무집
금남시장의 진석이
서울의 달
용순이 누나의 짐 자전거
구루마, 휠처, 휠체어
때로는 빌지 말고 싸워라
얼빠진 늑대

2 뜨겁던 청춘
눈물
동환이의 썬데이 서울
추석의 차용필
불판
순대
50년 그리고 한 달
우주의 나비
허장강 아저씨
뽀빠이 삼촌
선학알미늄

3 그리운 그 집
겨울 아침 배춧국
구운 김
김밥
수두
새벽, 삼양라면
수제비
음석은 쪼매 버리더라도 남는 기 낫데이
변두리 찬스
삼류 극장
‘얼음’이 아니고 ‘어름’
이발 학원
그대 다시는 그 집에 가지 못하리!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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