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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건널수는 없더라도

유운 저 | 행복우물 | 202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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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384970 / 328쪽 / 328g / 124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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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자동차로 떠난 35,000km 유라시아 대륙 횡단 - 동해항부터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세상 끝까지 도망치면 머무르는 법도 알게 될 거야”

누구나 ‘현대병’을 앓는 시기가 있다. 쏟아지는 말과 평가, 희미해진 삶의 목표와 망가진 관계로 겪는 괴로움은 슬프게도 보편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가능한 한 멀리 도망쳐보기로 했다. 우주를 건널 수는 없겠지만, 하다못해 세상의 끝까지라도. 자동차에 텐트와 밥솥을 싣고 여객선에 올라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다. 저자는 그렇게 7개월간 35,000km를 혼자 운전해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에 닿았다.

『우주를 건널 수는 없더라도』는 정주민의 삶에서 탈락해 스스로 유목을 선택한 한 인간의 이야기다. 핀란드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숲과 호수에서 저자는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유한다. 육지로 끝없이 철썩이는 파도를 보며 바다의 외로움을 생각하고,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며 엄마의 오래된 꿈을 떠올리는 저자의 다정함은 독자의 마음을 따사로이 물들인다. 아무도 없는 도로를 묵묵히 횡단하는 가운데 시나브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저자의 여정은 마치 순례자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감동을 준다.

저자는 대륙의 끝에 서서 생각한다. 도망치는 것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또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그는 돌아가기로 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머무르는 것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세상 끝까지 도망쳐본 저자의 이야기는 도망치고 싶고, 또 머무르고 싶은 우리에게 독보적인 선물이 될 것이다.

총 여행일수: 207일
총 주행거리: 34,888km
여행 국가: 러시아 등 22개국
여행 루트: 동해항 → 러시아 → 핀란드 → 노르웨이 → 스웨덴 → 덴마크 → 독일 → 폴란드 → 리투아니아 → 헝가리 → 크로아티아 → 몬테네그로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 세르비아 → 불가리아 → 그리스 → 터키 → 이탈리아 → 프랑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이스라엘 → 이집트 → 한국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곳곳에 담아뒀던 여행의 조각들을 천천히 꺼내어 당신께 건넨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과거의 고통과 미래의 불안에 힘겨워하던 한 사람이, 많은 것을 유예하고 훌쩍 떠났던 유랑의 기록이다. 내가 어떻게 도망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진부한 '도망기'가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언제든 도망칠 수도,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도망 없이도 살게 하니까.
--- p.15

나는 정말로 별의 노랫소리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먼 과거부터 이어진 문명의 소음에 우리의 귀가 덮여 이제는 들을 수 없게 퇴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설렘과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잃었으나 잃은 사실조차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를 생각하곤 한다. 방향과 지형만으로 길을 찾아내는 능력, 평범하지만 낯선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 언어 없이도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들. 알렉산드리치를 보며 나는 때로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아채기도 했다.
--- p.58

때로 내면의 소란이 잠재워지지 않는 날이면 차를 몰고 아무 숲이나 찾아 들어가 캠핑을 했다. 평온한 가운데 머리 위로는 별이, 발치에는 모닥불이 반짝이는 곳. 하루를 머무르면서도 숲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그저 어느 도로와 어느 도로가 마주치는 곳 근처라고 말할 수 있는, 지구의 가로선과 세로선으로만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곳. 이름난 관광지보다 그런 곳들을 나는 더 사랑했다. 고요와 무명의 축복이 그곳에 있었다.
--- p.89

우리말에는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여행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이 없다.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영어에는 '오버랜더(overlander)'라는 표현이 있는데, 직역하자면 '땅을 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우주를 건너는 일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편리하게 한 가운데 떨어지는 대신 행성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진입하는 일. 다른 것이 품은 중력에 영향 받으며 그에게로 건너가는 추락. 이렇게 보면 좋은 여행은 좋은 사랑과 닮았다.
--- p.119

햇살은 나무와 나뭇잎, 흙, 호수나 물웅덩이에 각기 다른 색을 부여한다. 자작나무는 한낮의 흰색도 됐다가 힘찬 새벽의 짙은 파란색도 됐다가 노을 지는 붉은색, 어스름의 연보라가 되기도 한다. 물의 색깔도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르다. 자연의 색깔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어떤 햇살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도 그런 걸까, 나도 이런 햇살 아래라면 더 싱그러운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호수에 얼굴을 비추며 나는 지금 어떤 색인지, 과거와는 다른 색인지 헤아려보기도 했다.
--- p.124

노르카프 지구본의 두 철골이 겹치도록 바다 쪽으로 서면 그 앞에는 북극이 있다고 한다. 끝없는 북극해를 멍하니 응시했다.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닿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아마 그럴 수 없으리라 낙담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닿을 수 없는 곳에 닿으려는 마음을 사탕처럼 입안에서 굴리는 것은 늘 그렇듯 효험이 있었다. 그날 나의 마음은 바다를, 그 끝의 얼어붙은 신기루를 향해 있었고 바다는 내가 디딘 육지로 계속해서 철썩이고 있었다.
--- p.142

마운틴가드는 축 처진 나를 깨우려는 듯 아무 일도 아니라고 연신 강조해 말했다. 따스하고 낯선 이 사람은 힘들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것이 항상 주머니에 있어야 한다며 초콜릿과 사탕을 한 움큼 쥐여 주고는 또 다른 오두막으로 떠났다. 그가 준 초콜릿을 나는 여행을 끝마칠 때까지 하나씩 아껴가며 먹었다. 입에 넣고 온기를 더하면 그날의 어둠이, 추위가, 굶주림이 슬며시 다가왔다가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내게 다가올 것들도 그렇게 녹여 없앨 수 있을 것 같았다.
--- p.167

그런데도 나는 온종일 즐거웠다. 카잔차키스를 만나기에 환상적인 날씨가 아니냐며 박물관 직원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소설 속 조르바와 주인공 '나'가 처음 만나는 항구의 날씨도 딱 이렇게 모든 것을 적셨다. 소설의 정취를 느끼러 왔다면 최고의 날씨인 셈이다. 그들이 전 재산을 쏟은 사업이 깡그리 망한 날 저녁, 둘은 통쾌하게 웃으며 바닷가에서 춤을 춘다. '나'는 그때 비로소 스스로가 살아 있다고 느낀다. 그 마음의 한 조각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나도 '나'가 되어볼 수 있다면. 고작 일정 몇개 어그러진 게 문제일리가 없었다.
--- p.244

괴레메에는 동굴을 개조한 비싼 호텔이 많다. 돈을 들이면 동굴에도 별을 달 수 있는 것인지, 성급을 자랑하는 호텔들은 화려한 빛과 음악을 늦은 시간까지 발산한다. 그 사이사이 움푹 파인 구석마다 빛도 바람도 들지 않는 어둑한 동굴이, 진짜 동굴집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광산업이 소외 당하는 이들의 양식을 비싼 값에 파는 동안 그들의 삶은 점점 비싸지기만 할 뿐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원망이 지나친 것일까.
--- p.260

매일 머무르는 곳이 바뀌니 공간에 익숙해질 틈이 없다. 대신 주변의 낯섦에, 그 익숙하지 않음 자체에 익숙해지고 있다. 유목민은 공간을 길들이기보다 공간을 넘나드는 스스로를 길들인다. 그렇게 정주민이 세계 안에 담길 때, 유목민은 자기 안에 세계를 담는다. 그래서 나는 유목을 꿈꿨나 보다. 그것은 틀 안에 담기는 것이 두려웠던 나약함, 공기를 철창처럼 느꼈던 비루한 상상에 기인한 것이지만 덕분에 내 숨에는 자유와 용기가 스몄다.
--- p.316

느릿느릿 저물던 해는 결국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제는 밤이 일어서고 있었다. 타오르던 한낮을 삼키고 출렁이는 불안을 디딘 밤이 깊은 물속으로부터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밤은 걸어갈 것이다. 이제는 작고 어두운 것들의 시간이었다. 한낮의 찬란함에 가려 빛나지 못하던 것들도 포근한 이 밤 아래서는 괜찮을 것이다. 미흡하고 위태로운 것들도 저마다의 색깔을 가질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지 않았던 것들도, 앞으로는 다 괜찮을 것이다.
--- p.322

너는 우울한 사람이라는 말을, 먼 과거 타인으로부터 듣고 오랫동안 시달렸다. 그때는 전부 부인했으나 지금은 반쯤은 동의한다. 나는 그저 우울과 슬픔을 잘 조영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두려움과 나약함을 숨기지 않는 것도 선함의 한 종류일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고통도 불편도 없는 문학이 유행하는 요즘, 그런 믿음을 붙잡고 나신 같은 감정들을 당신께 꺼냈다. 당신은 몰랐거나 알고도 지나갔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읽은 뒤 당신이 지을 표정이 조금 두려우나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였으면 좋겠다. 고요한 바다에 숨어 깊은 숨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 p.326

저자 소개

  • 저자 : 유운
4년 차 사회부 기자. 1994년 여름 서울 하계동에서 태어났다. 낡은 아파트와 적갈색 빌라를 누비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낙관과 불안의 늪을 헤매다 4년제 대학을 9년간 다녔다. 삶을 새로 칠하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다녀왔고, 글 쓰는 것이 좋아서 훌쩍 기자가 됐다. 사람과 사건 사이를 헤집으며 또 다른 유목을 꿈꾸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죽으러 가는거야?”

1부 시베리아를 횡단하다
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여행의 시작은 새우잡이
몰라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769km 직진입니다
마피아 출신 히치하이커를 만나다
안녕, 알렉산드리치
끝이 없는 호수에서 캠핑
엄마와 함께 돌아온 바이칼에는 폭풍우가 쳤다
흐린 날도 축복이기를
뜻밖의 홍수로 이르쿠츠크에 갇히다
시베리아의 하늘은 매일 다른 색깔
시간을 여행하는 일
펑크난 자동차를 끌고 모스크바로
모스크바와 다국적 연애편지

2부 달과 별과 오로라, 북유럽
자동차로 국경을 넘다
저기, 나 오늘 하루만 더. 있을게
산타를 만나다
이나리 호수의 작은 숲
유럽의 북쪽 끝, 노르카프에 닿다
젖은 텐트 안에서
녹아내리는 빙하의 시간
배고파서 더는 못 걷겠어
불법 체류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

3부 구라파의 사람들
죽인 자들의 도시에서
너무 화창한 날의 아우슈비츠
천공의 성을 찾아서
아름다운 것은 사람
두브로브니크의 사진사
점심 값은 두고 가라고
무덤의 언덕 스레브레니차
깎여나간 것들의 뒤편에서
못난이 신은 어디 갔을까
당신을 만나러 여기까지 왔어

4부 터키로 도망치다
식사는 잡쉈어?
동굴에 사는 사람
태양이 너무 밝아서
신전에서 쫓겨난 신에 관해

5부 자동차는 다시 서쪽으로
여행과 관광은 동의어가 아니다
망각 뒤에 홀로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기워지고 기울어진 도시에서
마드리드 질주극
낯설고 낡은 나의 방
한해의 끝, 여행의 끝

에필로그
바다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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